학교 2013 오정호의 이유있는 방황과 흔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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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학교 2013 오정호의 이유있는 방황과 흔들림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가끔 주위에 있는 사람이 느닷없이 평소 하지 않던 행동을 할 때가 종종 있다. 주변 친구들은 갑자기 이상한 행동을 하니 걱정되어 "야, 너 왜 그래? 무슨 일 있냐?"고 물어보며 그 이유를 알려고 한다. 그것이 당연한 도리다. 그런데 그 당연한 도리를 모르는 곳이 있다. 그것도 군대처럼 언제나 일방통행이 지배하는 구시대적인 장소가 아닌, 바로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서….


 며칠 전에 나는 편견을 가지고 사람을 함부로 판단하는 것에 대한 위험을 이야기했었다. 사람이 어떤 행동을 하게 된 것에는 반드시 그 이유가 있다. 그 이유를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제멋대로 그 사람을 평가해버리는 것은 자칫 그 사람을 잘못된 사람으로 만들 수 있다. 특히 학교에서 아직 배우는 시기에 있는 아이들을 그런 식으로 판단하면, 아이들은 영영 돌아오지 못할 길을 가버릴 수도 있다.


 지금 드라마 학교 2013이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주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학교 선생님들이 아이들의 행동에 대한 이유를 알고, 그 이유를 통해서 아이를 바른길로 인도하여는 눈물겨운 노력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현실에서는 그런 선생님을 찾아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슬픈 진실이지만, 지금처럼 서로 간의 소통이 되지 않는 교육 환경에서는 학교 2013의 드라마 같은 일을 쉽게 일어날 수가 없다. 어느 쪽이든 자신의 영역에서만 있으려고 하고, 서로에 대한 배려나 신의가 거의 보이지 않으니까.


 드라마 학교 2013은 학교에서 소위 '문제아'라고 불리는 아이들을 어떻게 지도하여야 하는지 잘 보여주었다. 이전에 학교에 심리 상담 선생님이 필요하다고 말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 이유도 이와 비슷하다고 말할 수 있다.



ⓒKBS2 학교 2013


 드라마 학교 2013에서 오정호는 보는 사람도 화나게 하는 그런 양아치이다. 하지만 드라마 속에서 누구도 오정호가 도대체 왜 그렇게 학교생활을 하는지 알려고 하지 않는다. 같은 반 아이들은 '원래 그런 놈이다'고 생각하고 있고, 교장 선생님을 비롯한 일부 선생님도 '어차피 커서도 범죄자가 될 아이다. 타고난 놈이다'는 생각으로 도대체 어떤 사정이 있는지 알아보려고 하지 않고, 그저 겉으로 보이는 부분만 보면서 아이를 그렇게 내버려두고 있다. 


 학교 2013에서 오정호의 한 친구는 강세찬 선생님과 상담할 때 "그래도 정호한테 사정이란 게 있어요. 솔직히 쎔 정호 어떻게 사는지 모르시잖아요. 정호가 어떤 놈인지, 뭐하는 놈인지 알지도 못한 채 그러시는 거잖아요. 정호, 알고 보면 좋은 놈이에요. 진짜 불쌍한 애인데…."라고 말하여 정호에 대해 알지도 못하면서 함부로 이야기한다고 말했었다.


 아마 이 부분을 보면서 많은 공감을 한 사람이 있지 않았을까. 나는 중학교 때 한 선생님 때문에 일방적으로 미친놈 취급을 당했었다. 다른 선생님도 그 선생님과 아이들의 말만 들었고, 내 말은 아무도 들어주지 않은 채 이유를 알려고도 하지 않았었다. 그런 상황에서 아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거의 없다. 그저 비참하게 학교생활을 계속하거나 '내 말 좀 들어달라'고 행동으로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 바로 오정호처럼….

 오정호가 학교에서 그런 행동을 하는 아이가 된 것은 좋지 않은 가정환경 탓이었다. 오정호의 아버지는 상습적인 주폭으로 가정을 붕괴시킨 한 명의 범죄자이고, 그 아버지 때문에 형제들은 뿔뿔이 가출하여 흩어지고, 어머니는 도망친 듯하다. 그런 환경 속에서 자란 아이가 오히려 다른 아이처럼 평범하게, 그리고 사회에 불만을 품지 않고 살기 바라는 것은 너무 이기적인 생각이 아닐까?


 지금도 많이 다르지 않지만, 나도 사회에 대한 많은 불만을 품고 있었다. 나는 오정호처럼 양아치로 학교생활을 하지는 않았지만, 저 시절에 '이렇게 사느니 죽고 싶다.', '날 이렇게 만든 세상에 복수하고 싶다.', '당장에라도 눈앞에 있는 저 개보다 못한 놈을 당장 죽여버리고 싶다'는 등의 많은 생각을 하였었다.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어릴 때부터 계속된 아버지의 폭력과 학교에서 겪은 폭력, 그리고 주변 사람들로부터 겪었던 폭력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늘 내가 사는 그 순간순간에, 그리고 날 그렇게 비참하게 만들었던 사회에 불만을 품고 있었고, 상당히 위험한 생각을 갖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 내가 조금이나마 나은 사람으로 바뀔 수 있었던 것은 좋은 선생님을 만나고, 좋은 책을 만나고, 좋은 애니메이션을 만나면서 희망을 얻을 수 있었기에 가능했었다. 지금 드라마 학교 2013에서 오정호가 과연 바뀔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조금씩 바뀌고 있는 그의 친구들을 보면서 그도 정인재 선생님과 강세찬 선생님의 도움으로 바뀔 수 있다고 확신한다. 오정호처럼 좋지 않은 가정환경에서 사랑을 받지 못하고, 너무 힘들게 살아온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냉담한 시선이 아니라 등을 토닥여 줄 수 있는 따뜻한 시선이다.


 지금 우리 학교는, 아니, 우리가 사는 사회는 늘 겉모습으로 사람을 평가하며 조금 다른 삶을 사는 사람이 어떤 이유 때문에 그 삶을 사는지 알려고 하지 않는다. 내가 만약 우리 사회가 바뀌길 바란다고 말하는 것은 조금 지나친 생각이다. 사회는 절대 쉽게 바뀔 수 없는 것으니까. 하지만 적어도 학교는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학교는 아이에게 사람다움을 가르치고, 실수를 하더라도 다시 시도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곳이다. 그런 학교에서 아이를 제멋대로 평가해버리고, 아이가 어긋나버리더라도 그 이유를 알려고도 하지 않은 채 내버려둔다면, 도대체 학교가 왜 있는 것이겠는가?


머리 좋으면 뭐하나요 마음까지 좋아야지요. 좋은 머리 가지고 좋은 대학 졸업해서 좋은 자리 차지하고 좋은 세상 만들 생각은 하지 않고 사리사욕에 눈이 어두워 세상 망치는 일에 일조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지요.

_이외수 사랑외전

 

 드라마 학교 2013이 보여준 오정호의 이유 있는 방황과 흔들리는 모습을 통해 더 많은 사람이 아이의 행동에 관심을 둘 수 있었으면 한다. 자식이 없더라도 친척, 혹은 자신의 가까이 있는 사람의 행동에 조금씩, 사생활에 침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최소한의 관심을 더 둘 수 있었으면 한다. 어떤 좋지 않은 행동에 그 이유를 알면, 그 좋지 않은 행동을 고칠 수 있는 확률이 훨씬 더 높아지니까. 세상은 그렇게 조금씩 변하며 더 사람이 살만한 세상으로 바뀔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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