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역사 공부를 해야 할까?
- 시사/학교와 교육
- 2012. 9. 27. 07:00
우리는 왜 역사 공부를 해야 할까?
지금 우리나라에서 사회생활을 하고 있거나 학교생활을 하는 사람 중에서 '역사공부는 필요하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중국의 동북공정과 함께 일본의 독도 영토 주장 등 역사적 침탈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사람들 사이에서 '역사 공부'의 중요성이 새삼스럽게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그렇게 역사 공부의 중요성이 많은 사람에게 인식되고 있음에도 여전히 역사에 꾸준히 관심이 있는 사람은 상당히 드물다. 특히 고등학생들은 수능 성적을 위해서 국사와 같은 역사 공부를 선택과목에 넣지 않고 공부를 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이전부터 이와 관련해서 많은 논란이 있었으나 지금도 여전히 '국사 필수 과목으로 지정 노력 중'이라는 딱지만 붙어있을 뿐이다.
여기서 한 번 생각해보자. 사람들은 '역사 공부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왜 역사 공부를 하는 것에 쉽게 동참하지 못하는 것일까? 나는 그 이유가 두 가지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하나는 역사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에 의의가 부족한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학교 시절부터 잘못된 교육방식이 역사 공부에 흥미를 잃게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KBS 1박2일
역사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일단 "역사는 현재와 과거의 대화다"라는 에드워드 헬릿 카의 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역사가 현재와 과거의 대화라면, 대화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현재가 과거에게 물어보는 것이다. "왜 그랬냐"고. 그러면 과거는 답할 것이다. "그래서 그랬다"고. 결국,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는 과거를 조명함으로써 현재를 발견하는 것, 그래서 미래를 유익하게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 일본과 중국이 우리나라의 역사를 자신들의 마음대로 왜곡하여 자신들의 역사로 편입시키는 것은 자신에게 불리한 과거를 수정하여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으로 만들고자 하는 것에 그 숨은 의도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우리가 역사를 공부하지 않는 한, 우리는 우리의 뿌리를 그들에게 송두리째 빼앗기게 될 것이며― 결국에는 우리의 역사가 훗날에는 일본과 중국의 역사로 표기되어있을지도 모른다. 일본이 일제강점기를 "왜 그랬냐"고 과거에 물어보고 "조선의 근대화를 위해서 조선이 받아들였다"고 답하고 있는 것처럼….
우리가 지금처럼 역사 공부를 하지 않는 한, 우리는 우리의 역사를 지킬 수도 없으며… 한국인이 지녀야 할 자긍심 또한 지킬 수가 없다. 역사를 모른다면, 다른 사람이 말하는 왜곡된 역사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일본과 중국의 역사 왜곡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내에서도 독재 정권의 역사 왜곡에도 그 영향을 미쳐 우리나라 자체가 역사적으로 뒷걸음질치는 것이라 말할 수 있다.
위와 같은 이유를 통해 역사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와 역사 공부의 중요성을 인식하더라도 사람들은 쉽게 역사 공부에 손을 뻗지 않는다. 왜냐하면 어릴 적부터 받은 잘못된 교육이 역사에 관한 흥미를 바닥까지 떨어뜨려 놓았기 때문이다. 아마 많은 사람의 머릿속에 역사 공부는 지루한 것, 혹은 재미없고 외울 것이 많은 귀찮은 과목이라고 인식되어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부끄러워하지 말자. 많은 사람이 비슷한 경험을 겪었다.
우리나라의 교육은 늘 빠르게 외우고, 정답을 맞히는 것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그래서 이 과목을 왜 공부해야 하는지를 모르고, 이 과목을 공부함으로써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도 모른다. 특히 역사 공부는 많은 선생님이 왜 해야 하는지 이유를 아이들에게 가르쳐주지 않고, 무작정 외우라고만 한다. 이유를 모르니 재미도 없다. 게다가 역사 공부를 하려면 딱딱한 책, 사건들만 이어지는 지루한 책만 읽어야 한다. 그러니 역사 공부에 좀처럼 흥이 날 수가 있겠는가?
ⓒKBS 1박2일
위 이미지는 1박2일 경주 특집에서 유홍준 선생님께서 1박2일 멤버들에게 반가사유상에 관하여 설명을 해주고 있는 부분을 캡쳐한 것이다. 유홍준 교수님께서는 이때 "이유를 안 가르쳐주고 맨날 외우라고만 하니 문제야."라고 말씀하시면서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를 철저히 지적해주셨었다. 나는 위 장면을 보면서 '맞아! 맞아! 정말 우리나라 교육은 맨날 무작정 외우라고만 한다니까. 그러니 누가 어떤 사실에 대해 깊게 이해할 수 있겠으며, 흥미를 느낄 수가 있을까?'는 생각을 하였었다.
무조건적인 수용은 때로 체념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이렇게 태어났으니 이렇게 사는 것이 당연하지.', '남들도 다 어렵게 사는데 나라고 별수 있나.', '사회는 원래 기득권의 편이야.' 그런데 여기에서 도대체 나 자신을 찾아볼 수 없다. 나라는 존재, 내가 겪고 있는 문제를 모두 타인과 사회에 의탁해버린 것이다. 질문하지 않는다는 것은 문제의식을 잃어버린 것과 같다. 공부를 하라니까 공부를 하고, 대학게 가야한다니까 대학에 가고, 스펙을 쌓아야 한다니까 스펙을 쌓고, 취직을 해야한다니까 취직을 했다. 공부를 하고 대학에 가고 스펙을 쌓고 취직을 해야하는 이유를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런데 막상 공부를 하고 대학에 가고 스펙을 쌓았는데, 취직을 못했다면? 그 순간 허무함이 밀려온다. 나는 무엇을 위해 그렇게 달려온 것일까? 그러고 보니 취직이 내가 바라던 일이긴 했던 걸까? 만약 문제의식을 갖고 질문을 던졌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그것을 하기 위해서는 어떤 길을 걸어야 할까? 하고 싶은 일을 분명히 하면, 가야 할 길이 명확해진다. 설사 그 길에서 장애물을 만나 걸려 넘어지더라도 목적지가 어딘지 알고 있으니 툭툭 일어나, 다시 걸으면 그만이다.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왜 하는지를 알고 하는 사람과 모르고 하는 사람은 탄탄대로를 걸을 때는 별 차이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가시밭길을 만나거나 잘못된 길로 들어섰을 때, 판이한 차이를 드러낸다. 스티브 잡스가 리드대학을 중퇴하고, 빌 게이츠가 하버드대학을 중퇴했던 이유는 자신을 향한 질문의 결과였다. 질문을 통해 얻은 답은 대학이 아닌 다른 곳에 있었던 것이다. 시행착오였지만, 갈 길이 분명해졌으니 상관없었다.
- 고전혁명 中
공부에 흥미를 두게 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다. 그저 왜 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 행위를 함으로서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를 가르쳐 스스로 할 수 있는 동기를 만들어주면 된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그저 '외워야만 하니까.', '높은 점수를 얻어야 하니까.'는 이유로 역사 공부를 정말 재미없게 접했었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흐른 지금도 역사 공부에 좀처럼 흥미를 두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역사 공부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나는 우리가 왜 역사 공부를 해야 하는지에 아직도 의심을 품고 있다면, 그 사람들에게 지금 우리가 사는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둘러볼 것을 권하고 싶다. 우리나라 내에서는 과거 역사적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국민을 기만하는 사람이 대통령 후보라고 사람들 앞에 나와 있으며, 우리나라 밖에서는 일본과 중국이 각각 우리나라의 역사를 자국의 역사라고 왜곡하고 있으며― 자신들도 서로의 역사와 영토를 놓고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렇듯 조금만 주위에 관심을 기울이면 왜 우리가 역사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를 알 수 있다.
그리고 역사 공부는 꼭 딱딱한 책만으로 시작하라는 법칙은 어디에도 없다. 각 인물의 초점에 맞춰진 사극 드라마를 보거나 역사와 관련된 이야기하는 TV 프로그램을 찾아보면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처음에는 이러한 분야를 통해 역사 공부에 접근하는 것이 다소 시간이 걸릴지도 모르겠으나, 이런 방법을 통해 흥미를 돋우게 된다면― 조금 딱딱한 역사책이라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무엇이든지 '이유'를 알고, '방법'을 알게 되면… 그것이 즐거워지는 법이니까.
내 머리에 모자를 쓸 수 있는 사람은 나뿐이라는 비트겐슈타인의 말처럼, 내 삶은 누구도 대신 살아줄 수 없다. 타인의 시선이 아닌 내 두 눈으로 세상을 보고, 타인의 프레임이 아닌 내 머리로 판단하고, 누구에게 기대지 않아도 내 두 발로 우뚝 설 수 있는 삶을 위해, 우리는 역사를 공부한다. (책 고전헉명 부분 수정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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