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하얼빈에서 오늘날 한국 정치를 보다
- 문화/문화와 방송
- 2025. 1. 4. 15:32
지난 목요일(2일)을 맞아 오랜만에 영화관을 찾아서 영화 <하얼빈>을 보고 왔다. 영화 <서울의 봄>만큼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으면서 연일 흥행 기록을 세우고 있다는 말에 도무지 영화를 안 볼 수가 없었다. 영화 <하얼빈>은 우리가 익히 아는 안중근 의사가 일본의 이토 히로부미를 하얼빈에서 저격한 사건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이야기 시작부터 긴장감이 감도는 이야기가 그려지지 않았다. 우리가 영화 <하얼빈>에서 볼 수 있는 핵심은 거의 30~40분에 그려져 있고, 나머지는 방심하면 무심코 졸아버릴 정도로 지루한 면도 있었다. 실제로 나는 영화를 오후 3시에 보았다 보니 졸음이 쏟아져서 솔직히 약 10분 정도는 짧게 잠들었던 것 같다.
그러기 영화 <하얼빈>을 보려고 한다면 다소 지루할 수도 있다는 것은 의식하고 볼 수 있도록 하자. 영화의 마지막 장으로 간다면 일촉즉발의 상황에 직면하면서 특정 인물들이 얽힌 사건이 어떻게 해결될 것인지 흥미진진해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 장면을 보기 위해서 영화 <하얼빈>을 보았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았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영화 <하얼빈>에서 유독 마음 깊이 들어왔던 장면이 두 장면이 있는데… 한 장면은 위에서 첨부한 장면에서 볼 수 있는 이토 히로부미가 조선에 대해 말하는 장면이다. 그는 영화 내에서 "일찍이 조선은 어리석은 왕과 부패한 유생들이 지배해 온 나라이지만, 국난이 있을 때마다 이상한 힘을 발휘한단 말이지."라고 말한다.
그가 말하는 이상한 힘은 바로 어리석은 왕과 부패한 유생들에게 멸시를 받았으면서도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 자발적으로 무기를 들고 싸우는 의병들이었다. 임진왜란 때도, 일제 강점기 때도 우리나라는 항상 부패한 권력자들이 아니라 힘없는 백성들이 목숨 아까운 줄 모르고 투쟁을 하면서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하기 위해서 직접 나섰다.
나는 이 말을 들으면서 오늘날 한국에서 비상계엄을 선언한 윤석열의 군대를 막기 위해서 맨몸으로 군인들을 막아섰던 시민들의 모습을 떠올렸다. 예나 지금이나 어리석은 왕과 부패한 유생들에 가까운 윤석열과 국민의힘 의원들은 나라를 위기로 내몰았지만, 힘없는 백성들이자 우리 시민이 그들을 막아내면서 나라를 지키고자 행동했다.
어찌 일제강점기였던 그 시절이나 지금이나 이 나라는 달라진 게 없는 건지 모르겠다. 아마 달라질 수 없었던 이유는 일제강점기 시절 친일파로 활동하면서 막대한 권력과 부를 쌓았던 인물들이 제대로 처벌조차 받지 않은 상태에서 그 권력과 부를 지금까지 세습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의 극우 세력은 그들의 후손들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손에 쥐고 있는 권력과 부를 지키기 위해서 위기 때마다 평범한 시민들을 방패 막이로 삼거나 평범한 시민들을 희생양으로 삼는 것을 서슴지 않았다. 과거 군부 독재 시절 그들은 평범한 사람들을 빨갱이로 몰고 가면서 민주주의를 억압했는데, 지금도 그들은 그 시절과 똑같이 평범한 사람들을 빨갱이로 몰아붙인다.
극우 세력을 지지하는 일부 집단의 발언을 들어보면 정말 어처구니가 없어서 혀를 찰 수밖에 없는 발언이 많다. 생각이라는 것을 하지 않다 보니 그들의 이야기를 곧이곧대로 믿고 휘둘리는 어리석은 군중과 그 어리석은 군중을 자신의 방패 막이로 사용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그 일당들은 우리 사회를 갉아먹는 암 같은 존재였다.
영화 <하얼빈>에서 안중근의 독백은 어리석은 왕과 부패한 유생들을 대신해 나라를 지킨 평범한 백성들을 이야기하면서 오늘날까지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사람들을 이야기하는 듯했다. 그래서 나는 이토 히로부미가 부하에게 말하는 조선(대한제국)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이 독백 장면이 영화 <하얼빈>에서 유독 마음에 들었던 장면이었다.
안중근의 독백을 옮겨 본다면 다음과 같다.
"어둠은 짙어 오고 바람은 더욱 세게 불어온다. 불을 밝혀야만 한다. 사람들이 모일 것이다. 사람들이 모이면 불을 들고 함께 어둠 속을 걸어갈 것이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고 앞으로 가야 한다. 불을 들고 어둠 속을 걸어갈 것이다."
마치 이 대사는 오늘날 촛불 시위를 통해 비상계엄을 선언하면서 내란을 일으켰던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고, 그를 체포해 엄벌에 처할 것을 요구하는 우리 시민들을 가리키는 것 같았다. 오늘날 촛불 시위는 짙은 어둠 속에서 촛불 한 자루가 아니라 응원봉을 들고 나와 모두 함께 노래를 부르면서 부패한 권력을 벌할 것을 요구한다.
시대가 변했어도 살아가는 방식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을 영화 <하얼빈>을 보고, 며칠 전 있었던 윤석열 대통령 체포 영장 집행 실패 사례를 보면서 새삼스레 느낄 수 있었다. 오늘 지금 여러분은 어디에 서 있는가? 2025년 대한민국은 법 위에 군림하려는 듯 무소불위의 권력을 고집하는 부패한 대통령과 민주 시민이 대치하고 있다.
부패한 대통령과 그를 지키는 부패한 권력자들이 하루속히 사법부의 준엄한 심판을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그렇지 않다면 안중근 의사를 비롯해 친일파들에게 멸시를 당하면서도 나라를 지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 선조들을 우리는 무슨 낯으로 보겠는가.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 희생한 사람들이 대성통곡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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