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성폭행 사건 가해자 신상 공개 일파만파
- 시사/사회와 정치
- 2024. 6. 5. 07:51
지금으로부터 약 20년 전인 2004년에 발생했던 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은 우리 사회에 커다란 경종을 울린 사건이었다. 그저 아이로만 여겼던 10대 학생들이 얼마나 끔찍한 괴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동시에 당시 사건을 맡은 경찰들이 보여준 전혀 경찰답지 않은, 아니, 어떻게 본다면 어른답지 않은 행동에 분노했었다.
하지만 전국민적인 분노에 비해 당시 사건을 수사했던 경찰관들이 받은 징계를 비롯해 가해 학생들이 받은 처벌 수위는 너무나 낮았다. 특히, 지금과 달리 당시 10대 가해 학생들은 신상 기록에 남는 처벌을 받지 않은 탓에 지금은 신분 세탁을 해서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잘 살고 있다는 점이다. 과연 반성이라도 했을까?
당시 가해 학생들의 부모는 피해 여학생이 문제라고 지적하는 인터뷰를 했을 뿐만 아니라 피해 여학생이 전학을 간 곳까지 찾아가 합의를 요구하며 그 여학생의 인권을 무참히 짓밟았다. 그 소식이 전해진 이후에도 가해 학생과 그 부모들에 대한 비판을 끊이지 않았지만, 그들은 그런 비판도 비웃으면서 넘겼을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는 현실이 드라마처럼 사이다 같은 결말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현실에서 제대로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은 사건을 다루면서 복수 대행을 하는 <모범택시> 같은 작품은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과거 밀양 성폭행 사건과 연루된 가해자들은 시간이 지나서 이제야 그 죗값을 치르기 시작했다고 생각한다.
유튜브 채널 나락 보관소가 제일 먼저 공개했던 성폭행 사건의 주모자는 친척이 운영하는 청도 국밥집에서 일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네티즌들이 나락 보관소를 통해 정보를 접한 이후 자세히 들여다보니 해당 국밥집은 토지 대장이 없는 곳에서 불법으로 영업을 하고 있었고, 현재 그 국밥집은 확장 이전을 이유로 가게를 쉬고 있다고 한다.
아마 그 사람들은 '어차피 한국에서 일어난 일이다. 길면 6개월, 짧으면 3개월이면 다 지나간다.'라고 생각하며 최대한 몸을 웅크리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처음에는 사건과 관련된 일을 일체 부정하다가 나락 보관소가 확보한 확실한 증거에 결국은 사과문을 올렸는데, 적어도 6월 한 달 동안은 이 사건으로 유튜브와 언론이 시끄럽지 않을까?
당시 밀양 성폭행 가해자들 중 일부는 "나는 망만 보았다. 진짜 가해자는 따로 있다."라면서 팀킬을 하면서 나락 보관소에 제발 자신의 신상은 공개하지 말아 달라며 메일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그들이 지금 이렇게 발을 동동 구르는 이유는 설마 20년이 지나서야 자신이 과거에 저지른 일이 지금의 자신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사건 당시 10대였던 가해자들은 20년이 지난 지금은 30대가 되어 적어도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손에 넣은 것이 많은 나이가 되었다. 당연히 자신의 손에 쥐고 있는 것이 많기 때문에 그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 개명까지 하면서 과거를 세탁하고 평범히 살아가고자 했던 자신의 민낯이 드러나는 두려움이 클 것이다.
나는 이번 사건을 보면서 드라마 <각시탈>을 통해 보았던 '적악여앙(積惡餘殃)'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죄의 대가는 더디지만 반드시 찾아오는 법. 흔히 어느 사건의 가해자에게 피해자가 가장 시원하게 복수하는 방법은 사건 기록을 가지고 있다가 그 가해자가 대학에 들어갈 때, 취업할 때, 결혼할 때 사건 기록을 터트리는 것이라고 말한다.
20년 전에 밀양에서 집단 성폭행을 벌였던 가해자들은 지금이 바로 그 시기다. 비록 대학 입학과 취업을 하는 시기는 지났다고 해도 가정을 꾸리고 있거나 혹은 가정을 꾸릴 예정일 숟 있고, 각자 부모님의 탄탄한 기반 혹은 개인의 노력(?)으로 성과를 일구어낸 시점에서 자신의 추악했던 과거가 밝혀지면서 모든 것을 잃게 만들 수도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팀킬을 하면서 어떻게 해서라도 자신의 신상만은 공개되는 것을 막으려고 하는 것이다. 나락 보관소에 따르면 그들은 서로 맞팔을 한 상태로 아직도 끈끈한 우정을 이어오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나락 보관소가 더는 자신들의 신상을 공개하지 않도록 함께 법적 대응을 하면서 아주 치열한 자기 방어를 해나가지 않을까?
나락 보관소는 차차 44명의 신상을 모두 밝힐 것으로 예고했기 때문에 앞으로 이 사건이 어떻게 진행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역시 과거가 그 사람의 미래를 만든다는 말은 틀리지 않았다. 아무리 과거를 세탁해도 과거는 반드시 그 사람의 미래를 한 번쯤 발목 잡는 순간이 온다. 그때 해야 할 일은 진심으로 반성하고, 사죄하는 일이다.
나락 보관소가 나서기 전에 최악의 상황을 막는 방법은 개명을 하고, 도피를 하는 게 아니라 자신이 직접 먼저 나서서 고개를 숙이는 일임을 가해자들이 이번 일을 통해 깨달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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