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더 글로리, 학교 폭력의 비극을 담은 드라마
- 문화/문화와 방송
- 2023. 1. 16. 07:10
지난 주말 동안 나는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더 글로리>를 1화부터 8화까지 모두 시청했다. 그동안 인터넷에서 돌아다니는 기사를 통해서 학교 폭력 복수극을 그린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가 큰 화제가 되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설마 드라마 <더 글로리>가 이 정도로 깊이가 있을 줄은 미처 알지 못했다.
드라마 <더 글로리>는 고등학교 시절에 평생 잊을 수 없는 학교 폭력을 당한 주인공 문동은(송혜교 역)이 10대, 20대, 30대를 모두 들여서 40대에 이르러 자신을 엉망으로 만든 가해자들에게 복수를 하는 이야기가 그려져 있다. 하지만 복수를 한다고 해도 그건 물리적인 복수가 아니라 아주 치밀하게 가해자들의 인생 깊숙이 들어간 복수였다.
혹자는 '이제 40대가 될 정도면 10대 시절에 당한 학교 폭력은 그만 잊고 자신의 인생을 살아도 되는 거 아니냐?'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만약 문동은이 당했던 학교 폭력이 어쩌다가 한두 대 맞고, 어쩌다가 유언비어로 놀림을 당한 정도라면 충분히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문동은이 당했던 학교 폭력은 고작 그 정도의 폭력이 아니었다.
과거 교권이 지금과 달리 막강했던 시절 선생님들이 일부 있는 집안 혹은 성적이 좋은 아이들만 챙기면서 '친구들끼리 장난을 치다 보면 그럴 수도 있지', '학교 폭력을 당하는 건 너도 문제가 있는 거야'라며 피해자를 오히려 나무라는 환경 속에서 당한 학교 폭력은 또래의 아이들이 가하는 폭력만 아니라 어른들이 가하는 폭력이 더 무거웠다.
드라마 <더 글로리>는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어른으로서 역할을 하지 못했던 못난 어른들, 그리고 그런 못난 어른들의 비호 아래에서 한 사람의 몸과 마음만이 아니라 인생을 송두리째 망가뜨린 가해자들이 그려진다. 이것은 '완전한 허구'로 구성된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로 있었던 몇 학교 폭력 사건을 일부 다루고 있다.
그렇다 보니 드라마 <더 글로리>는 과거 비슷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차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을 느끼게 하는 드라마이기도 하다. 나는 개인적으로 드라마 <더 글로리>를 보면서 문동은이 과거 학교 폭력 가해자들의 편을 들면서 자신의 뺨을 수차례 후려친 담임 선생님을 만나 복수의 서막을 알리는 장면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요즘 아이들은 전혀 상상도 못하는 형태의 선생님이지만, 내가 중고등학교에 다닐 때만 하더라도 저런 선생님은 비일비재하게 볼 수 있었다. 종종 뉴스에 언급이 된 적이 있던 장풍 선생님 같은 건 그냥 웃고 넘길 수도 있을 정도로 일부 선생님들의 훈계를 넘어선 폭력은 그 수위가 심각했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은 골프채로 맞아본 적이 있는가?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모습이지만, 내가 중학교를 다녔던 시절에는 체육 선생님들이 골프채로 아이들의 엎드려뻗친 채로 엉덩이를 때리는 경우는 비일비재했다. 거기에 직접 손으로 아이들의 뺨을 후려치거나 발길질을 하면서 때리는 선생님도 적지 않게 볼 수 있었다. 노골적으로 폭력을 쓰면서 군대처럼 기강을 잡는 선생님들이 있었다.
그런 학교에서 나는 지속적으로 나를 괴롭히는 녀석들을 학생 선도위원 선생님께 고발을 했다가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공부도 못하는 놈이 공부 잘하는 애 발목 잡으려고 미쳤냐?"라며 발길질을 당할 적이 있다. 내가 하는 말은 모두 "애들이 장난으로 그런 거지. 혼자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마라."라며 그 담임 선생님을 통해 거짓말이 되고 말았다.
나는 그와 같은 인격적 모독을 당하면서 어른에 대한 불신, 사회에 대한 불신, 사람 자체에 대한 불신과 경멸을 강하게 느낄 수밖에 없었다. 10대 시절의 나는 사람이 세상에서 가장 싫었고, 매일 아침 눈을 뜨는 것이 무엇보다 싫었다. 세월은 흘러 30대가 되었어도 나는 여전히 사람이 불편하고, 힘들고, 타인과 관계를 맺는 것이 무엇보다 어렵다.
다행히 나는 <더 글로리>의 주인공 문동은처럼 아주 지독하고 악랄하게 악마와 같은 가해자들에게 시달린 건 아니었다. 나를 괴롭힌 녀석들이 교활하고 악랄한 데다가 힘 있고 있는 집이다 보니 성적이 좋아 선생님들이 편을 들어주기는 해도, 상식을 벗어난 행위는 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그나마 숨을 쉬면서 학교 생활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더 글로리>에서 볼 수 있는 학교 폭력 가해자들은 인간이 아니라 악마였다. 악마가 들으면 "우리 악마도 저렇게까지는 하지 않아."라고 따질 정도로 그들이 10대 시절 학교 폭력 피해자 문동은에게 저지른 일은 가혹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진작 스스로 인생을 끝낼 수도 있었지만, 문동은이 선택한 것은 오랜 시간을 들인 복수였다.
드라마 <더 글로리 시즌1>은 어디까지 학교 폭력 피해자 문동은이 박연진을 비롯한 학교 폭력 가해자들에게 서서히 접근하는 모습을 그렸을 뿐이다. 문동은이 본격적으로 가해자들의 인생을 송두리째 무너뜨리기 위해 행동에 들어가기 시작하고, 주 가해자 박연진이 문동인의 준비에 경악하는 모습을 비추면서 <더 글로리>는 막을 내렸다.
오는 3월을 맞아 <더 글로리>의 남은 이야기를 풀어낸다고 한다. 과연 문동은은 주 가해자 박연진을 비롯해 모두를 어떻게 나락으로 떨어뜨리게 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이 드라마 <더 글로리>는 드라마를 시청하는 내내 나를 괴롭히며 비웃던 녀석들의 웃음소리가 머릿속에서 떠올라 괴롭기도 했지만, 그래서 더 드라마에 몰입할 수 있는 부분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드라마를 보면서 마음의 상처는 절대 쉽게 아물지 않는다는 것을 재차 확인할 수 있었다. 사람은 상처를 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듯하다.
만약 이 글을 읽는 당신이 <더 글로리>의 문동은이 당하는 수준으로 학교 폭력을 당하고 있다면 꼭 주변에 알려서 도움을 구할 수 있기를 바란다. 요즘은 이전과 달리 못난 어른들도 못난 어른으로 있을 수 없는 환경이 잘 구축되어 있다. 이러한 사건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언론에 알려서 크기를 키워야 제대로 된 조사와 처벌이 들어간다.
그리고 관련 자료들을 모두 하나부터 열까지 철저히 모아두도록 하자. 그 자료들을 모아두었다가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의 조이서가 학교 일진 엄마를 만나서 이야기했던 것을 그대로 실천한다면, 비록 <더 글로리>의 문동은처럼 비장한 계획은 아니라고 해도 나에게 악마 같았던 녀석에게 확실한 복수를 통해 상흔을 남길 수 있을 것이다.
"그 영상, 복희가 대학 가면 대학 게시판에다가 올릴 거야. 회사에 취직한다고 그러면 직장에도 보낼 거고, 결혼한다 그러면 사돈 될 사람한테도 보낼 거야."
나처럼 학교 폭력 피해를 딛고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그리고 학교 폭력 피해를 현재 진행형으로 겪는 사람들에게 미력하나마 작은 응원을 보내면서 드라마 <더 글로리>의 후기를 마치고 싶다. 일방적인 폭력에 유린당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이를 악물고 버티면서 어떻게든 살아남아 오늘을 사는 일이다. 부디 살아남기를 바란다.
그들은 마음 한구석에서 우리가 혼자서 죽기를 누구보다 바라면서 괴롭히고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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