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영화 '정이'가 던진 AI와 존엄성의 문제
- 문화/문화와 방송
- 2023. 1. 24. 09:02
오늘날 인류는 AI 인공지능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인간을 대체할 수 있는 기기를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 다양한 분야 중에서도 가장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인간을 대신해 위험한 재해 현장에서 사람을 구출할 수 있는 AI, 인간을 대신해 분쟁이 일어나고 있는 지역에 발을 들여 적을 처리할 수 있는 그런 AI다.
현재 진행형으로 진행 중인 러시아와 우크라니아 전쟁에서 우크라이나는 다양한 첨단 무기를 지원받아 러시아에게 항전을 벌이고 있다. 그 무기들 중에는 AI가 장착되어 더욱 정밀한 타격이 가능한 무기도 있고, 인간이 조종을 하기는 해도 인적 피해 없이 목표한 지점을 폭파할 수 있는 무인기가 활약하면서 많은 기술자의 주목을 받고 있다.
전쟁이라는 것은 누군가에게 커다란 슬픔이고 비극이지만, 인류는 전쟁을 통해서 보다 안정적이고 확실하게 적을 죽이기 위해서 기술을 발전시켜 왔다. 이 슬픈 현실을 반영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정이>는 발전된 AI 기술을 이용해 전쟁에서 보다 확실한 성과를 거두기 위해 식물인간이 된 전설적인 용병의 뇌를 복사해 벌어지는 영화다.
뇌를 복사한다는 것은 곧 그 사람의 인격과 영혼을 복사한다는 것과 마찬가지의 일이다. 만약 우리가 뇌를 복사해서 다른 곳으로 옮겨 심을 수만 있다면 낡은 육체를 버리고 늙지 않는 새로운 육체를 손에 넣어 영생하는 것이 가능하다. 영화 <정이>에서 정이 프로젝트를 처음 주도한 회장이 뇌 복사 기술로 얻게 된 것은 영생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아무리 완벽히 뇌를 복사해서 인간형 로봇에 탑재한다고 해도 그것을 자신이라고 인정하기는 쉽지 않았다. 정이 프로젝트를 주도한 회장은 "근데 말이야. 내 뇌를 복제했으면 난 그냥 죽으면 되는 건데 그게 안 되더라고. 왠지 알아? 이거 말이야. 나라는 생각이 안 들어. 이건 내가 아니거든. 적당히 내 수족처럼 부리는 거지."라고 말한다.
반대로 한 사람의 뇌를 똑같이 복제해서 만들어진 AI를 탑재한 인간형 로봇은 자신이 '복사된 개체'라는 것을 받아들이기도 쉽지 않다. 본래 인간이 가지고 있던 기억을 일부 삭제해 정체성의 충돌 없이 완전히 새로운 개체로 활동하면 몰라도, 기억을 그대로 복제해 자신이 인간이지만 인간이 아님을 자각하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까?
그 질문에 대한 답을 고민하는 영화가 바로 넷플릭스 영화 <정이>였다.
영화 <정이>는 SF 영화라고 해도 평소 우리 한국 독자들이 좋아하는 마동석이 주먹을 휘두르면서 "혼자야?"라는 질문에 "응, 혼자야."라고 대답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화려한 액션을 볼 수 있는 영화는 아니었다. 영화 <정이>는 SF 영화라고 해도 정적인 분위기에서 이야기를 그리면서 'AI는 인간을 대체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 영화는 사람과 복사된 뇌를 가지고 있는 AI가 태생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는 모습을 호기심을 갖고 지켜보게 한다. 그리고 평범하게 한 사람으로 살던 인물이 만약 자신이 만들어진 인위적인 존재라는 것을 자각하는 순간 일어날 수 있는 정체성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면서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었다. 이 영화는 그런 영화였다.
그래서 영화 <정이>는 사람들 사이에서 크게 호불호가 나누어지는 영화다. 스릴이 넘치는 인류와 AI 로봇이서로의 생존을 걸고 전쟁을 벌이는 것을 기대했던 사람들에게 영화 <정이>는 재미없지만, 평소 AI 기술과 뇌 과학 혹은 인문학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영화 <정이>는 마지막까지 눈을 빛내며 볼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나처럼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오타쿠라면 영화 <정이>처럼 뇌 복사 기술을 활용해 인격이 붕괴되거나 새로운 인격으로 안정적으로 자리 잡는 이야기를 카와하라 레키의 <소드 아트 온라인>을 통해 만나볼 수 있었다. 영화 <정이>는 <소드 아트 온라인>이 다루기는 했어도 깊이 파고들지 않았던 문제를 심도 있게 다룬 영화로 볼 수 있다.
두 작품을 비교하는 것에 대해 누군가는 얼굴을 정색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소드 아트 온라인 앨리시제이션>과 영화 <정이> 모두 우리가 '인간과 AI의 관계'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평소 인간과 AI의 문제에 대해 많은 고민과 흥미를 갖고 있는 사람에게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정이>는 한 번은 볼 만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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