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늑대 사냥은 속편을 기대하게 한 서장이었다
- 문화/문화와 방송
- 2023. 1. 3. 09:03
시간이 허락한다면 영화관에서 보고 싶었던 영화 <늑대 사냥>을 지난 주말 동안 VOD 서비스를 통해 보게 되었다. 영화 <늑대 사냥>의 PV 영상을 본다면 범죄자들을 필리핀에서 한국으로 이송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사건 사고를 그리는 영화이기 때문에 <범죄도시>처럼 형사들이 범죄자들을 상대하는 액션 영화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영화의 제목에 적힌 '늑대'라는 건 흉폭한 범죄자들이 아니라 범죄자들을 이송시키는 배에 실린 어떤 괴물을 가리키고 있었다. 보통 영화 <늑대 사냥> 포스터에 곁들여진 카피를 본다면 '인간 스스로 먹잇감이 되다'라는 문장이 적혀 있는데, 이 문장 그대로 배에서 벌어진 범죄자들과 형사들의 대결이 괴물을 깨우고 말았다.
그 괴물은 과거 제2차 세계 대전이 벌어지던 시절에 일본군에 의해 실험으로 탄생된 괴물이었다. 평범한 인간을 매개체로 하여 늑대의 피와 이름을 알 수 없는 화학물질을 이용해 '오로지 전쟁을 위한 살육 병기'로 개조된 괴물로, 범죄자들을 호송하는 배에 태워진 괴물의 개체명 '알파'는 살육 병기다운 모습을 아낌없이 보여주었다.
처음 영화 <늑대 사냥>을 보고 있노라면 빌런 역할을 맡은 서인국과 범죄자들을 중심으로 한 팀과 형사 역할을 맡은 박호산과 정소민을 중심으로 한 팀이 대결을 펼치는 작품처럼 보였다. 영화의 도입부부터 서인국이 형사들 몰래 수갑을 몰래 풀고 배에 미리 잠입해 있던 부하들의 도움을 받아 빠르게 배를 장악하는 모습은 흥미진진했다.
엔진실에서 서인국 팀과 박호산 팀이 한 치도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을 벌이고 있을 때 괴물 알파가 그들의 눈앞에 나타난다. 알파는 평범한 인간을 뛰어넘는 괴력으로 눈앞에 있는 사람들을 모조리 살해하며 학살을 일으키게 된다. 흔히 MMO RPG 게임에서 몬스터를 사냥할 때 수준에 맞지 않는 큰 기술을 사용한다면 '오버킬'이라고 말한다.
알파는 그 오버킬의 수준으로 사람들을 학살하며 잔인무도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영화 <늑대 사냥>은 이 과정이 너무나 잔인하게 그려져 있다 보니 평소 잔인한 영화를 잘 보지 못하는 사람들은 영화를 보는 게 조금 꺼림칙할 수도 있다. 서인국이 반란을 일으켰을 때부터 시작해 알파의 학살까지 사람들은 모두 끔찍하게 계속 죽어나갔다.
이런 괴물을 막을 수 있는 건 강한 용기와 지략이 뛰어난 인물이거나 혹은 괴물에 준하는 힘을 가진 또 다른 괴물이다. 영화 <늑대 사냥>에서 등장하는 성동일은 단순히 국가 기관의 산하 직원이 아니라 알파와 같은 실험을 통해 '이성을 유지하는 성공한 실험체'였고, 범죄자로 배에 탑승하고 있던 '장동윤'이라는 인물도 성공한 실험체였다.
단, 성동일과 장동윤 두 사람은 같은 성공한 실험체라고 해도 그들이 서 있는 자리는 전혀 달랐다. 영화 <늑대 사냥>은 범죄자와 형사들의 싸움으로 시작해 괴물 알파와 살아남은 사람들의 싸움으로 변하고, 마지막에는 괴물과 괴물의 싸움으로 이야기의 종지부를 찍는다. 여기서 볼 수 있는 싸움은 화려하기 보다는 너무나 잔혹하고 처참했다.
영화 <늑대 사냥>은 그 모든 싸움을 마친 이후에 어느 한 사람이 살아 남았다는 사실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거나 자유를 만끽하는 장면을 보여주지 않는다. 오히려 지금까지 이야기는 모두 서장에 불과했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2023년에 개봉할 가능성이 높은 <늑대 사냥 속편>에 대한 기대감을 품게 해 주었다. 살아남은 그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다소 영화가 잔인하게 그려져 있고, 주연으로 보이는 인물들이 초중반에 대거 탈락하는 모습이 그려지기 때문에 아무 정보 없이 영화 <늑대 사냥>을 본다면 도무지 누가 주인공이고 누가 빌런인지 갈피를 잡을 수 없다. 보통 이야기 한 편을 통해 선악이 확실히 구분되어 선이 승리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다소 평점이 좋지 않았던 듯하다.
영화 리뷰를 본다면 '자극적인 내용보다는 스토리 짜임새에 좀 더 신경 썼으면', '나중에 좀 생뚱맞게 전개되기는 하는데 재밌었어요.' 같은 리뷰가 많다. 영화는 호불호가 분명히 나누어질 수밖에 없었지만, 충분히 재미있게 볼 수 있는 매력을 갖추었다고 생각한다. 평점과 리뷰에 의존하기 보다 직접 영화 <늑대 사냥>을 보고 판단하도록 하자.
다소 잔인하기는 해도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영화를 몰입해서 볼 수 있었고, 이 모든 것이 속편 제작을 위한 서장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마지막 장면에서는 다음 이야기에 대한 기대감을 품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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