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육사오, B급 감성 콘텐츠로 관람객을 사로잡다
- 문화/문화와 방송
- 2022. 8. 30. 21:41
지난 금요일(26일) 나는 영화관을 찾아 사람들 사이에서 소문으로 호평을 받고 있는 영화 <육사오>를 관람했다. 이 영화 <육사오>에 출연한 배우들은 우리가 익히 드라마와 영화 등에서 주연보다 조연으로 주로 보던 인물들이 주연으로 등장한 영화로, 영화 PV 영상이 공개되었을 때부터 '이거 벌써 꿀잼각이다'라는 말이 나온 작품이었다.
영화 <육사오>를 영화관에서 볼 때도 많은 사람이 웃음을 참지 못한 채 작게 웃음을 터트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당연히 글을 쓰는 나도 영화 <육사오>를 보면서 '저게 뭐야 ㅋㅋㅋ'라며 한사코 웃으면서 영화를 관람했는데, 솔직히 말해서 완성도는 영화 <헌트>와 비교했을 때 낮을 수 있어도 영화를 보는 재미는 더 있었다고 생각한다.
영화 <육사오>는 제대를 앞두고 있는 병장 천우가 아주 우연히 줍게 된 로또 복권이 1등에 당첨이 된 것으로 이야기의 막을 올린다. 제대를 앞둔 상황에서 로또 1등에 당첨이 되었으니 당연히 천우는 기분이 하늘을 날아갈 것처럼 들뜰 수밖에 없었는데, 하필이면 경계 근무를 서는 동안 로또가 바람에 날려가 버리는 웃지 못할 사건이 발생한다.
더욱이 그 로또를 주운 것은 같은 부대의 다른 인물이 아니라 지뢰밭 너머에 있는 북한군 용호였다. 로또가 뭔지 알지 못했던 용호는 그 종이를 자신의 후임 철진에게 보여주면서 확인을 부탁했다가 그게 1등에 당첨된 로또(육사오)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영화 <육사오>는 로또를 두고 남과 북의 보이지 않는 전쟁의 막이 올랐다.
당연히 자신에게 소유권이 있다고 주장하는 천우이지만, "○까"라고 말하며 무시하는 용호에게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천우는 로또를 되찾기 위해 벌인 여러 기행을 이해시키기 위해서 자신의 상관인 강대위에게 로또에 당첨된 증명 사진과 함께 그 로또를 북한군 용호가 가지고 있는 사진을 보여주며 도움을 요청하게 된다.
그렇게 영화 <육사오>는 남한에서 로또를 되찾고자 하는 천우, 강대위, 만철 세 사람과 북한에서 로또 당첨금의 일부를 받고자 하는 용호, 승일, 철진 세 사람이 갖은 방법으로 연락을 주고 받으면서 협상을 이어가는 모습이 무척 유쾌하게 그려진다. 이 협상은 영화 <협상>만큼 한 치 앞도 예상할 수 없는 전개가 그려지며 긴장감을 품게 했다.
하지만 긴장감을 품게 했다고 해도 숨을 죽인 채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의 선택을 지켜봐야 했던 영화 <협상>과 비슷한 작품들과 비교했을 때 거의 무게가 없는 긴장감이었다. 덕분에 영화 <육사오>에서 로또 1등 당첨금을 두고 벌어지는 심리전과 여러 사건들을 부담 없이 웃으면서 볼 수 있었는데, 영화가 끝날 때까지 지루할 틈이 없었다.
물론, 영화 <헌트>처럼 아주 짜임새 있는 구성과 현실성이 있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영화 <육사오>가 보여주는 비현실적인 장면들을 지적하며 영화가 난잡하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영화 <육사오>는 <헌트>와 전혀 다른 분위기로 그려지는 작품이고, 비록 비현실적인 일이 그려져도 모두 개그 요소로서 받아들일 수 있었다.
현재 여름을 맞아 개봉한 영화들 중 상당수가 진지한 분위기로 그려지는 작품들이 많았다. 그렇지 않은 분위기로 그려진 영화 <외계인>은 어설프게 그렸다가 완전히 망했다는 혹평을 받았고(워낙 평판이 안 좋아서 영화를 보지 않았다), <한산>과 <헌트>는 상당히 좋은 평가를 받았어도 뭔가 가볍게 영화관을 찾아서 보기에는 맞지 않는 작품이었다.
하지만 영화 <육사오> 같은 경우에는 혼자서 혹은 친구끼리,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끼리, 연인끼리 가볍게 영화관을 찾아서 보기에 딱 좋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이야기에 무거움이 없어 쓸데 없이 진지해지지 않아도 되고, 다소 비현실적인 요소가 있어도 배우들의 익살스러운 연기가 그 장면들을 잘 살려준 덕분에 실컷 웃으면서 영화를 볼 수 있었다.
비록 영화관에서 소리를 내서 웃는다는 게 다소 그럴 수도 있지만, 영화를 관람하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웃을 수밖에 없는 그런 장면들에서는 너도 나도 무심코 웃음이 새어 나오기 때문에 적당한 볼륨으로 웃으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애초에 영화관에서 팝콘을 먹으면서 나는 부스럭 부스럭 하는 소리가 괜스레 더 신경이 쓰여 불편하지 않을까?
영화 <공조2> 개방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가볍게 웃으면서 오랜만에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영화를 보고 싶은 사람에게 나는 영화 <육사오>를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싶다. B급 감정 영화이기에 우리가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딱 좋은 작품이었다. 영화 <육사오>를 영화관을 찾아볼지 말지는 어디까지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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