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헌트, 명품 연기와 연출로 관람객을 사로 잡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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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월에 영화 <한신:용의 출현>을 보기 위해 영화관을 찾은 이후 딱 한 달여 만에 다시금 영화관을 찾았다. 원래는 조금 더 일찍 방문해 영화 <비상선언>을 볼 생각이었지만, 사람들의 혹평이 이어져 영화 관람을 포기한 이후 예고편부터 대대적인 관심이 쏠린 영화 <헌트>를 보기 위해서 약 한 달만에 영화관을 재차 찾게 된 것이다.

 

영화 헌트 이미지

 영화 <헌트>는 위에서 첨부한 포스터에 적힌 문구 그대로 대통령을 제거하려는 보이지 않는 적을 상대로 이정재(역 박평호)와 정우성(역 김정도) 두 사람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그려지는 작품이다. 영화 <헌트>는 실제 안기부 사건을 소재로 하고 있기 때문에 미리 해당 사건을 알아두고 가면 좋다고 하지만 굳이 사전에 조사할 필요는 없었다.

 

 왜냐하면, 우리에게 사전 배경 지식이 없다고 해도 영화 <헌트>를 보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작품의 배경으로 있는 시대의 대통령이 전두환 전 대통령이고, 전두환 전 대통령이 광주에서 어떤 만행을 저질렀는지 모르는 사람은 없다. 물론, 아직까지 광주 민주화 운동을 폭동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다소 의견이 다를 수도 있다.

 

 하지만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광주 민주화 운동이 북괴가 개입한 폭동이라고 말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영화 <헌트>의 무대가 전두환이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고 있던 시대라는 것을 알면 된다.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영화 내에서 그려지는 시대상을 이해하는 동시에 이미 연기에서 말이 필요 없는 배우들의 명연기에 깊이 빠져 들게 된다.

 

 단,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나는 영화 <헌트>가 던지고자 했던 메시지가 불투명하게 다가왔다는 점이다. 물론, 작품 속에서 두 주인공을 둘러싼 갈등과 의심은 작중의 긴장감을 높이면서 영화를 보는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안기부(현 국정원)의 국외팀 팀장 이정재와 국내팀 팀장 정우성이 보여준 몰입도 높은 연기 덕분이었다.

 

영화 헌트 중에서

 영화의 연출도 대단히 훌륭해 최근에 개봉했던 몇 영화가 CG가 다소 아쉽다는 평을 받는 것과 달리 영화 <헌트>는 너무나 사실적인 묘사를 잘 하고 있어 실제 벌어지는 사건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물론, 반동 없이 총을 난사하며 적을 상대하는 모습에서는 괴리감이 있을 수는 있어도 다른 모든 부분은 흠잡을 곳이 없이 훌륭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더더욱 영화가 가진 메시지가 다소 아쉬웠다. 영화 <헌트>의 포스터에서 볼 수 있는 '대통령을 제거하라'라는 이유을 가진 범인들의 동기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고 해도 결정적인 행동과 선택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았다고 생각한다. 차라리 마지막에 속물로 사는 모습을 보여주었다면 더 괜찮은 결말이지 않았을까?

 

 만약 그런 결말을 취한다면 우리가 보통 영화와 드라마 같은 이야기에서 추구하는 로망을 꿈꿀 수 있는 결말과 거리가 있어 다른 아쉬움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꼭 영화가 로망을 꿈꿀 수 있는, 절망이 가득한 세상 속에서 한 줄기 희망을 선택하는 결말을 고집하는 것보다 바뀌지 않는 건조한 현실을 보여주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비록 공과 과 중에서 어느 쪽이 많은지 논란이 있기는 해도 우리 한국은 독재가 박정희의 딸 박근혜가 대통령 후보로 나서 대통령에 당선되는 기이한 역사를 지니고 있고, 지금은 군인들에서 검사들로 조직이 바뀌었을 뿐인 대통령과 측근 인사들이 정권과 권력을 잡아 휘두르고 있다. 과거와 달라진 것은 권력을 잡은 이들의 이름뿐이다.

 

 대통령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 기자가 "대통령님 파이팅!"이라고 외칠 정도로 권력과 언론의 유착 관계가 이미 기정사실로 굳은 이 나라에서 우리는 기회주의자로 살아가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비록 역사가, 민중이, 기회주의자들을 욕한다고 해도 그들은 공고히 권력과 부를 세습하며 너무나도 잘 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영화 <헌트>가 끝까지 이상을 추구하며 혹은 인간성을 내비치는 모습을 보여주며 안타까움을 자아내는 결말보다 차라리 한번 등을 돌린 만큼 속물로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결말이 영화를 본 관람객들에게 '나라면 앞으로 어떤 인간으로 지금 세상을 살아갈 것인가?'라는 자문자답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비록 결말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나누어지거나 아쉬움이 있을 수 있어도 영화 <헌트> 자체가 가진 완성도는 상당한 레벨이었다. 영화 <한신>을 본 이후 영화관을 찾고 있지 않았다면, 이 영화 <헌트>를 보기 위해 다시금 영화관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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