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타임즈, 성공적인 한국형 정치 미스터리
- 문화/문화와 방송
- 2021. 3. 31. 08:54
최근 주말마다 재미있게 챙겨보았던 드라마 <타임즈>가 12화를 마지막으로 끝을 맺었다. 2019년 대통령의 딸로 살아가던 주인공 서정인은 갑자기 아버지가 죽은 것으로 바뀐 세상을 마주하면서 좌절해버리고 만다. 그리고 2020년이 되었을 때 그녀에게 믿을 수 없는 전화가 걸려온다.
그 전화는 바로 5년 전에 살고 있는 이진우 기자로부터의 전화다. 이 전화를 통해 과거와 미래가 연결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서정인은 자신의 아버지가 죽은 이유에 대해 파헤치면서 어떻게 해서라도 미래를 바꾸기 위해서 애쓴다. 이진우는 내키지 않으면서도 그 일에 함께 동행했다.
드라마 <타임즈>는 그렇게 시공을 초월하여 '잘못된 일을 바로 돌리기 위한' 2020년의 서정인과 2015년의 이진우 두 사람이 함께 하는 싸움으로 보였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에피소드가 진행될수록 서기태 대통령의 죽음과 관련되어 있는 놀라운 비밀이 드러나면서 시청자의 흥미를 자극했다.
단순히 2015년과 2020년이라는 시간이 연결되어 펼쳐지는 사건만이 아니라 미스터리가 함께 녹아들어 드라마 속 주인공들이 '도대체 무슨 일이 어떻게 벌어지고 만 거지?'라는 고민에 빠지는 모습과 함께 시청자도 함께 호기심을 가질 수밖에 없게 했다. 진행 속도는 빠르면서도 착실히 모든 것을 챙겨 나갔다.
미래가 바뀔 때마다 새로운 사건이 벌어졌고, 한 개의 미래가 바뀌었을 때는 서정인과 이진우 두 사람을 뒤흔들거나 갈라놓기도 했다. 하지만 주인공 두 사람이 끝끝내 도달한 곳은 '진실을 밝히는 일'이었다. 두 사람은 거대한 조직과 권력에 맞서 자신만의 정의를 지키기 위해서 고군분투했다.
드라마 <타임즈>의 또 다른 주인공이라고 말할 수 있는 서기태 또한 자신 나름의 정의를 갖고 있었다. 처음 그는 타협과 포용이라는 누구나 성인군자로 여길 수 있는 인물에 가까웠지만,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배신자들의 존재와 함께 이진우에게 들은 어떤 미래를 막기 위해서 사람이 변하고 말았다.
어떻게 본다면 이건 변질이 아니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변화였다. 자신이 그동안 추구했던 정의와 가치를 밀고 갔을 때 자신에게 무엇보다 소중한 존재를 잃을 수 있다는 결말은 사람이 변할 수 있는 충분한 계기가 될 수 있다. 드라마는 그 모든 과정을 세세하게 다루며 시청자를 납득시켰다.
덕분에 드라마 <타임즈>에서는 납득이 가지 않거나 이상하게 툭 튀어나오는 캐릭터가 하나도 없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잘 갖춰진 캐릭터들의 활약을 즐겁게 감상할 수 있었다. 특히 가장 압권이었던 장면은 드라마 <타임즈 12화>에서 서정인과 이진우 두 사람이 진실을 모두에게 보도하는 장면이다.
미처 생각지 못했던 방식으로 서기태 대통령 일당의 뒷통수를 치는 장면은 놀라운 것만이 아니라 통쾌했다. 호랑이를 잡기 위해서는 호랑이 굴로 들어가야 한다는 말이 여기에 쓸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DBS 라이브 방송에서 취한 한 수는 진실을 덮으려는 자들이 절대 덮을 수 없도록 했다.
드라마 <타임즈>는 이 진실이 보도되어 추궁을 받는 서기태 대통령과 주변의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정확히 어떤 결말을 맺게 되었는지는 드라마를 통해 보여주지 않았다. 앞으로 그들이 어떤 결과를 마주하게 되었을지는 오로지 시청자의 몫으로 남았다. 그들은 죄에 대한 합당한 처벌을 받았을까?
아니면, 서기태 대통령이 자신의 딸 서정인에게 말한 "그건 그냥 파도 같은 거야. 아빠는 휩쓸리지 않고 버틸 거다. 다 지나갈 테니까."라는 말처럼 꿋꿋하게 잘 버티면서 견뎌냈을까? 보통 한국 사회라면 서기태 대통령의 말처럼 휩쓸리지 않고 버티면 다 지나가기 마련인 경우가 다반사다.
이에 반해 이진우는 "파도는 바위에 부딪쳐 사라지고 만다. 하지만 끊임없이 새로운 파도가 바위를 향해 몰려올 것이다."라는 독백으로 검은 화면을 채웠다. 서기태 대통령이 한 말과 극상인 이 말은 드라마 마지막까지도 <타임즈>라는 드라마의 주제를 잘 보여준 말이라고 생각한다.
<펜트 하우스> 시리즈와 다른 방향으로 오랜만에 너무나 재미있게 볼 수 있었던 잘 만들어진 드라마 <타임즈>. 기회가 된다면 꼭 한번 볼 것을 권하고 싶다. 다가오는 대선을 맞아서, 코앞으로 다가와 있는 대선의 전초전 재보궐 선거를 맞아서 보기 좋은 꽤 매력적인 드라마가 되리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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