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속 내 마음을 훔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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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동안 재미있게 보았던 월화 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시리즈가 지난 20일(화)에 방영된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16회>를 마지막으로 막을 내렸다. 음악을 소재로 하는 드라마이지만, 음악은 어디까지 주인공과 히로인들의 마음을 거들 뿐이었던 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한 장면 한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개인적으로 나는 좋아하는 일을 하지만 재능이 없어 늘 벽에 부딪히며 혼자 괴로워하는 주인공 채송아(박은빈 역)라는 캐릭터에 많이 공감했다. 자신이 너무나 좋아하는 바이올린을 하고 싶어서 명문대 경영학과에 다니면서 4수 끝에 같은 대학 음대에 신입생으로 입학한 설정부터 정말 대단했다.


 채송아는 4년 동안 열심히 바이올린을 연습하며 잘 하기 위해서 고군분투했다. 하지만 음악이라는 건 절대적으로 내가 연습한 시간이 바로 실력이 되는 장르이기 때문에 고작 8년 정도 한 채송아는 어릴 때부터 한 아이들을 이길 수가 없었다. 그녀에게 뛰어난 재능이 있었다면 몰라도 재능도 그녀는 갖고 있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하염없이 초라해지기만 했다. 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1회>에서 채송아는 오케스트라 연주에서 "바이올린 소리가 너무 크다. 맨뒷줄 돌아가."라는 말에 낙담했다. 작게 목소리를 내며 "그래도 열심히 연습했습니다. 연주하고 싶어요."라고 말해도 그녀는 끝내 연주할 수가 없었다.


 이 장면부터 너무나 인상적이었던 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반드시 챙겨보고 싶은 드라마가 되었다. 채송아 캐릭터의 연기를 맡은 박은빈의 모습이 하나부터 열까지 인상적이었고, 그녀가 누군가를 사랑하는 모습만 아니라 악기 바이올린을 사랑하는 모습이 가슴 깊이 와 닿았다.



 지난 20일(화)에 방영된 드라마 마지막 회인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16회>에서는 채송아가 바이올린과 이별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자신에게 너무나 벽이 높았던 바이올린 연주자로 살아가는 길을 포기한 그녀가 조금씩 바이올린과 이별할 준비를 하면서 마지막에는 바이올린을 보내주는 장면.


 정말 내가 소중히 여겼던 악기이기에, 내가 너무나 사랑했던 악기이기에, 내가 너무나 잘하고 싶었던 악기이기에 채송아에게 바이올린은 특별했다. 한 때는 사랑하는 사람과 이어주는 계기가 되었고, 한 때는 힘들어서 괴로울 때 위로가 되어주었고, 한 때는 포기하고 싶지 않았던 꿈이었으니까.


 그녀가 바이올린을 천천히 쓰다듬으면서 "그동안 고마웠어, …잘 가. …잘 지내. …잘 있어. …안녕."이라며 말을 건네는 모습은 어떤 장면보다 눈물이 맺힌 장면이었다. 그녀가 자신의 나아지지 않는 실력에 한탄하며 바이올린에 괴로워하다가 "사랑해."라며 바이올린에게 말을 건네던 장면이 오버랩되기도 했다.


 그만큼 채송아는 바이올린을 사랑했던 거다. 나와 어머니는 그 장면을 보면서 "그래도 아깝다. 나중에 취미로 짧게나마 연주할 수도 있을 텐데."라고 말했다. 하지만 채송아에게 취미로 바이올린을 하기에는 바이올린에 쏟았던 감정과 열정과 시간과 사랑이 너무나 컸던 것일까?



 나도 피아노를 너무나 좋아해서 대학에서 공부를 하면서도 피아노 레슨을 받은 적이 있다. 음대에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나는 채송아 만큼 그렇게 피아노를 사랑하지 못했던 것 같다. 아니, 어쩌면 그저 지금 내가 가는 길을 포기하고 다른 길에 도전할 수 있는 용기가 없었던 걸까?


 흔히 사람들은 좋아하는 일은 취미로 하는 게 좋지, 좋아하는 일을 내 일로 삼으면 괴롭다고 말한다. 채송아는 자신이 좋아하는 바이올린을 일로 삼았지만 너무나 괴로운 경험을 하고 말았다. 열심히 노력해도 냉정한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는 음대의 시스템 속에서, 그리고 자신의 나약한 모습에.


 나는 피아노로 그렇게까지 도전해보지 않아서 모른다. 하지만 지금 내가 글을 쓰는 블로그와 내가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고 있는 유튜브 카테고리에서는 늘 나약한 내 모습을 마주하며 '왜 나는 저 사람처럼 잘 하지 못하는 걸까?'라며 자조 섞인 한탄을 하며 괴로워할 때가 종종 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이고, 내가 잘 하고 싶은 일이기 때문에 더 상처받을 수밖에 없다는 게 참 아이러니하다. 하지만 이 단계를 극복하지 못하는 이상 사람은 절대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그 벽을 극복하는 건 벽을 넘어가는 방법도 있고, 벽을 부숴버리는 방법도 있고, 그 벽을 피해 돌아가는 방법도 있다.


 채송아는 피해 돌아가면서 자신이 지닌 능력을 발휘하면서도 좋아하는 음악과 관련된 일을 할 수 있는 길을 선택지를 선택했다. 아마 지금은 바이올린과 이별을 하더라도 나중에 다시 취미로 바이올린을 손에 쥐는 날이 오리라 생각한다. 그때는 경쟁과 평가가 아닌 오로지 자유롭게 내 음악을 연주하기 위해서.


 드라마는 여기서 끝나지만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의 채송아의 음악은 절대 여기서 끝나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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