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유가 아닌 풀소유 혜민 스님 논란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
- 문화/문화와 방송
- 2020. 11. 16. 09:43
요 며칠 동안 인터넷을 시끄럽게 달군 인물이 한 명 있다. 바로, 한국에서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라는 책을 통해 많은 사람에게 알려진 혜민 스님이다. 혜민 스님은 단순히 저자 활동만 아니라 다양한 방송에서 마음을 치유하는 법에 관해 이야기를 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이 글을 쓰는 나 또한 혜민 스님의 저서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을 구매해서 읽은 적이 있다. 지금은 없어진 여러 프로그램을 통해서 혜민 스님의 강의를 들으면서 '내 마음을 편안하게 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고민하며 마음을 짐을 덜기 위한 공부를 한 적이 있다.
그때를 돌아보면 확실히 조금 더 내 마음을 단단히 하는 데에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번에 tvN 예능 프로그램 <온앤오프>에 출연한 혜민 스님의 모습과 여러 논란을 보면서 혜민 스님이 말씀한 그 모든 말과 행동의 바탕에 무엇이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밖에 없었다.
물론, 혜민 스님이 말한 마음 치유법이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한 말은 좋은 말이다. 실제로 심리 치료에도 쓰이는 방법 등과 우리가 글을 통해 마음에 위로를 얻거나 재미를 얻는 형태로 독자에게 책을 구매한 만큼의 값어치는 해주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번 <온앤오프> 방송을 통해 혜민 스님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모든 말과 행동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했다. 혜민 스님의 그 부드러운 말투와 마음에 짐이 없는 것 같은 모습은 소유에 대한 집착을 버린 덕분이 아니라 모든 것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게 아닐까?
현재 <온앤오프>를 통해 많은 사람이 혜민 스님은 '스님'이 아니라 '사업가'였다면서 많은 비판을 가하고 있다. 나도 분명히 그렇게 혜민 스님을 여길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이제부터 혜민 스님은 혜민 스님이 아니라 사업가 혜민으로서 우리는 그를 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혜민 스님은 삼청동 고급 빌라를 소유하고 있고, 유튜브를 운영하고 있고, 스타트업을 운영하면서 다양한 형태로 수익을 올리고 있었다. 이는 사업가로서 본다면 평범한 경제 활동이기 때문에 절대 누가 뭐라고 나무랄 수는 없다. 자신의 재산과 능력을 활용해 건전한 경제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혜민 스님의 이러한 모습이 논란이 된 이유는 평소 그가 '내 사업 아이템을 통해 열심히 돈을 벌고자 한다'라는 뜻을 내비친 게 아니라 '모든 사람을 위해 도움이 되는 활동을 하고 싶다'라며 생색을 내며 이 같은 활동을 했기 때문이다. 물론, 혜민 스님 본인은 돈이 아니라 사람을 좇았을 수도 있다.
흔히 말하는 대로 사람을 먼저 생각하고 사람을 좇으니 돈이 모인 거다. 그런데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는 이러한 모습을 좀처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혜민 스님은 <온앤오프>를 통해 'N잡러'라는 별명이 방송에서 나왔지만, 사람들 사이에서는 '풀소유, 플렉스' 등의 새로운 별명이 붙여지고 있다.
혜민 스님의 트위터를 살펴보면 한 언론 매체에 칼럼을 올린 링크를 공유한 걸 알 수 있다. 해당 기사는 '왜 인간은 자기 모순적일까?'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이 말을 혜민 스님 본인도 한번 생각해보아야 할 것 같다. 그는 소유에 욕심을 버리라고 말하면서도 소유를 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만약 그가 평소 스님 코스프레를 하면서 자신이 사업가라는 걸 충분히 어필하고 다녔다면 이번 논란은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가 <온앤오프> 방송을 통해 밝힌 것처럼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콘텐츠를 개발하면서 돈을 번다고 하면 좋은 사업가로 계속해서 지지를 받았을 거다.
문제는 그가 자신은 사업가가 아니라 종교인이라고 어필하면서 사업을 충실히 진행해왔다는 점이다. 이러한 모습에 대중은 분노하면서 공감하지 못하는 거다. 계속해서 이와 같은 사건이 크게 논란이 되자 혜민은 모든 활동을 중지하고 다시 수행하겠다고 개인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과연 대중에 대한 그의 사과는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 차라리 여기서 "저는 스님이 아니라 N잡러 사업가입니다. 앞으로는 유튜버이자 사업가 혜민으로 살겠습니다."라고 선언을 했다면 "오, Flex 혜민!"이라면서 일말의 분노와 함께 오히려 대중적인 공감을 얻었을지도 모른다.
분명히 그가 여러 저서와 강의를 통해 생산한 콘텐츠는 사람들에게 힘이 있었다. 잘 팔리는 콘텐츠였다. 하지만 그 콘텐츠의 기반을 다지고 있던 '공감'이라는 요소가 와르르 무너지고 말았다. 지금쯤 그는 자신이 과거에 한 다른 사람 생각하며 힘들어하지 말라는 말을 곱씹고 있지 않을까?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이번 사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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