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펜트하우스의 천서진과 하은별이 앓는 마음의 병
- 문화/문화와 방송
- 2020. 12. 21. 09:53
최근 월화가 되면 재미있게 보는 드라마 <펜트하우스>를 보면 정상이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사랑에 집착하거나 욕심에 집착하거나 타인의 평판에 집착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특히 천서연 집안은 아버지부터 시작해서 천서진, 그리고 그녀의 딸 하은별까지 같은 모습을 보였다.
모두 자신이 망가졌다는 사실을 부정하면서 어떻게라도 ‘있어 보이는 척’을 유지하기 위해서 갖은 애를 쓰고 있다. 덕분에 천서진의 딸 하은별은 친구 배로나에게 극심한 질투심을 느끼면서 가면 증후군을 앓고 있고, 천서진은 자신의 욕심을 위해서 아버지를 죽음으로 내몰았다.
어디까지 이런 모습은 드라마 속의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이런 드라마 못지않은 정신병을 앓고 있다. 대체로 이런 병을 앓는 이유는 천서진이 아버지에게 화를 내면서 토해내듯이 쏟아낸 대사에서 엿볼 수 있다. 대사 중 일부를 옮기면 다음과 같다.
“적당히 좀 하세요! 제가 잘못 살았다면 그건 다 아버지 때문이에요! 그 사람이랑 끊임없이 비교하고 경쟁시키고! 한 번도 진짜 사랑해준 적 없잖아요!”
그런데 이 대사를 친 천서진에게 아버지는 자신의 잘못을 사과하거나 혹은 이해와 공감을 하면서 다정하게 안아주기보다 뺨을 후려친다. 그렇게 천서진과 아버지 두 사람은 싸우다가 피가 쏠린 아버지는 뒷목을 잡으면서 쓰러지면서 계단을 구르면서 목숨의 위기에 놓이고 말았다.
쓰러진 아버지를 눈앞에 둔 천서진은 처음에는 아버지를 걱정하다가, 눈을 돌려 아버지가 작성한 재단의 서류를 훔쳐서 달아난다. 서류를 들고 집으로 돌아와 피아노를 치면서 웃음을 터뜨리는 천서진의 모습은 오싹할 정도였다. 이는 절대 정상이라고 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나는 오늘 이러한 모습을 단순히 드라마 <펜트하우스>에서 볼 수 있는 하나의 설정이 아니라 심리학에서 볼 수 있는 병으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이번에 읽은 교양 만화 <할짝 심리학 2>에서 저자는 오늘날 많은 현대인이 앓는 우울증에 대해 아래와 같이 말하고 있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지 못한 채 타인의 기준에만 맞추어 살아가는 사람들...
이런 환경에서 우울증 환자들이 늘어나는 현상은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
우리가 사는 한국은 보여주기식 문화가 상당히 강한 나라다. 내 속이 엉망진창이라고 해도 겉은 늘 화사하게 보여주고 싶은 그런 허세와 욕심이 강하다. 이런 환경 속에서 어른과 아이 할 것 없이 우리는 대체로 욕심을 부리면서 산다. 문제는 그 욕심이 정도를 벗어난다는 점이다.
그래서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자신과 남을 끊임없이 비교하고,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느라 좀처럼 자신의 삶을 살아가지 못한다. 무엇보다 우울증 같은 정신 질환에 대해서 일부 사람들이 “그건 병이 아니라 네가 나약한 게 문제야.”라며 부정적인 시선과 편견을 가진 것도 문제다.
병에 걸리면 병원에 가는 것처럼 우울증 증세를 비롯한 정신 질환 초기 증세가 보이면 우리는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 병원의 전문가에게 받는 심리 치료와 약물치료를 병행하면서 우리는 나만의 삶을 살아가는 연습이 필요하다. 여기에는 주위의 도움도 꼭 필요하다.
드라마 <펜트하우스>를 보면 점점 이상해지는 자신의 딸 하은별을 걱정한 하윤철은 정신 전문의를 찾아가 상담을 받으려고 한다. 하지만 천서진은 끝까지 이를 반대하며 오히려 하윤 철이 보는 앞에서 하은별을 극도로 자극한다. 마치 자신의 아버지가 자신에게 했던 것처럼.
이렇게 주위의 도움과 지지를 제대로 받을 수 없으면 정신 질환은 쉽게 고칠 수 없다. 계속해서 악화가 되어가면서 처음에는 단순한 우울증 초기 현상이 나아가서는 조현병으로 발전하거나 공황 장애를 앓게 되거나 자해를 하는 단계에 이르기도 한다. 마치 하은별처럼 말이다.
하은별은 일명 ‘가면 증후군’이라는 정신 질환을 앓고 있다. 주변의 기대에 맞추기 위해서 자신을 연기하는 그 모습은 점점 이해와 공감이 메말라가는 상황 속에서 나날이 악화하고 있다. 문제는 그녀의 가족인 천서진은 이를 부정하고 끊임없이 하윤철과 부딪히고 있다는 점이다.
불행하게도 이러한 정신 질환은 대체로 자신의 개인적인 문제보다 주변 환경과 가족에 영향을 받는 경우가 많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유무와 경제적으로 부유하거나 가난한 것과 상관없이 태도에 달린 문제다. 끊임없이 누군가와 비교하며 경쟁을 강조하면 결국 망가지기 마련이다.
정신 질환은 처음에 단순히 스트레스에 대한 피로로 나타난다. 그러다 점차 내 몸이 내 몸이 아닌 것 같은 무기력에 시달리는 시간이 늘어나기 시작하면 전문가와 상담을 통해 병을 치료해야 한다는 몸이 보내는 신호다. 이를 단순히 개인의 의지박약으로 문제 삼으면 안 된다.
이번에 읽은 교양 만화 <할짝 심리학 2>의 저자는 마치는 글을 통해 아래와 같이 말하고 있다.
게으르다.
핑계나 댄다.
정신병자다.
모두 정신 질환 뒤에 따라붙는 수식어입니다. (중략)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은 대부분 우울증에 고통받으면서도 증상을 한정적으로 단정 짓고 평가하는 시선 탓에 제대로 이해받지 못하고 오히려 게으르다는 낙인이 찍히기도 합니다. 이와 비슷하게, 조현병 환자가 어렵게 치료를 받아 다시 사회에 복귀하더라도 주변의 차가운 시선과 오해 때문에 다시 병원에 돌아오는 경우(이를 회전문 현상이라고 합니다)가 비일비재합니다. 이런 편견과 오해를 유쾌한 만화를 통해 조금이나마 줄여보고 싶었습니다. (본문 326)
그동안 우리가 낯설거나 혹은 부정적으로 보기만 했던 정신 질환, 다른 말로 마음의 병에 대해서 우리는 이제 부정적인 편견을 갖고 바라보는 것이 아닌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감기 같은 병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오늘날 한국처럼 비교와 경쟁이 주를 이루는 사회에서 흔한 병이다.
마음의 병은 나 혼자서 끙끙 앓는 것이 아니라 주변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고, 전문가와 상담을 통해서 필요하다면 약물치료를 받을 필요가 있다. 만약 계속해서 내 몸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며 지낸다면 우리는 결코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내 마음이 피폐해질 수도 있는 노릇이다.
잘 알지 못했기 때문에 더 겁이 나고 부정적인 시선을 가질 수밖에 없었던 마음의 병. 이러한 마음에 병에 대해서 교양 만화 <할짝 심리학 2>가 쉽고 편견 없이 알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을 것이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외롭고, 괜히 눈물이 난다면 당신은 마음의 병을 앓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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