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람스 좋아하세요?'가 건넨 위로 "네가 어떻게 행복을 찾아갈까 기다리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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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특정 다수의 사람에게 "한국 사회의 특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라고 묻는다면, 대다수 사람이 "빨리 빨리 문화요. 한국 사회는 절대 기다리는 것을 못 참습니다."라고 말하지 않을까 싶다. 우연히 이 글을 읽는 사람 중에서도 한국 사회가 가진 그 빨리 빨리 문화에 대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을 거다.


 한국 사회가 가진 빨리 빨리 문화는 나쁜 건 아니다. 빨리 빨리 문화 덕분에 우리는 빠르게 경제 성장을 했을 뿐만 아니라, 사회의 여러 시스템이 빠르게 혜택을 볼 수 있거나 사건을 처리할 수 있도록 갖추어져 있다. 한국의 빨리 빨리 문화는 우리가 오늘을 더욱 편리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하지만 이렇게 빠르게 경제가 성장하고 편한 생활 환경이 갖추어진 것은 좋지만 부작용도 덩달아 심각하다. 가장 큰 문제는 우리 사회의 제도가 빠르게 변화하는 시민 사회에 맞춰 개선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여전히 법률과 정치 제도 등에는 변하지 못한 채 썩어 문드러지고 있는 제도가 너무나 많다.


 빠르게 경제 성장을 하고, 주변 환경을 바꾸고, 결과를 도출해내기 위해서 달려온 덕분에 함께 챙겨야 하는 법률과 정치 제도는 미처 손을 보지 못하고 말았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한국 사회는 독재 정권에 맞서 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해 싸워야 했고, 헌법을 어긴 대통령을 탄핵하고자 거리로 나서기도 했다.


 비단 문제는 법규와 정치 제도에만 있는 게 아니다. 빨리 빨리 문화를 통해 우리는 결과를 내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사람들 사이에서 점점 정이 말라가고 있다. 한국 사회는 정이 있는 사회라며 외국인들이 곧잘 놀란다는 말이 있지만, 그 정은 이제 어디까지 중·장년 세대를 가리키는 말이 되고 말았다.


 오늘날 젊은 청년층과 청소년층에서는 그러한 정은 쉽게 찾아볼 수 없다. 모두 부모님을 통해 경쟁 사회에서 '나 혼자 1등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는 가치관을 바탕으로 경쟁심이 더 강하다. 더욱이 자신이 가진 소득 격차와 결과에 따라서 친구와 주변 사람을 차별하는 데에 앞장서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서 한국 사회에서는 무엇보다 결과를 빠르게 내는 것이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다. 과정이 어떻든 간에 남들에게 보여주기에 창피하지 않은 결과, 남들에게 허세를 떨 수 있는 결과만 만들어낼 수 있으면 된다는 풍토가 심하다. 이러한 빨리 빨리 문화는 조금 느리게 가는 사람에게 그야말로 악재가 따로 없다.



 최근에 재미있게 보고 있는 드라마 <브람스 좋아하세요?>의 지난 월요일(21일)에 방영된 7회분을 보면 박은빈이 아버지 감학선에게 위로를 받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바이올린을 하고 싶어서 4수를 하면서 음대에 간 박은빈은 남들보다 느리게 가는 자신에게 상당히 주눅이 들어 있는 상태였다.


 그녀는 아버지 김학선에게 "가만히 기다리는 사람은 남들이 답답하다고 생각해?"라고 물었다.


 그러자 감학선은 인자한 표정으로 "아빠도 잘 기다리는 사람이야. 버스도 기다리고, 지하철도 기다리고, 식당에서 밥 먹는 것도 기다리고. (웃음) 송아야, 아빠는 네가 어떻게 행복을 찾아갈까 기다리고 있어. 네가 어떤 길을 가든, 너는 네가 제일 행복한 길을 찾을 거라고 믿어."라며 박은빈을 조용히 응원했다.


 이 모습을 보면서 내심 눈물을 맺힐 뻔했다. 자식에게 빠른 결과를 요구하는 게 아니라 자식이 가고자 하는 길을 응원해주면서 기다려주는 것. 사실 이 만큼 자식에게 큰 힘이 되는 부모님의 응원은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을 나아가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보다 인고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빨리 좋은 결과를 내면서 위로 올라가서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으면 좋은 일이다. 하지만 우리는 누구나 다 그렇게 빠르게 성공할 수 없는 법이다. 매번 실패하고, 망설이고, 방황하면서 오늘을 살아갈 수밖에 없다. 나에 대해 기대를 하면 할수록 실망도 크고 더 빠르게 포기하고 싶어진다.


 그럼에도 우리는 꾸준히 노력하며 나아갈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해야 우리는 오늘을 잘 살아갈 수 있고, 오늘이 주는 소소한 행복을 조금씩 손에 쥐면서 웃을 수 있기 때문이다. 행복은 누군가가 빨리 찾아서 손에 쥐여주는 게 아닌, 내가 천천히 기다리거나 스스로 찾아야 하는 법이니까.


 드라마 <브람스 좋아하세요? 7회>를 통해 볼 수 있었던 박은빈에게 보낸 아버지 김학선의 위로이자 응원. 이런 위로이자 응원을 받을 수 있다면 사람은 어디까지고 인고의 시간을 잘 이겨낼 수 있는 법이다. 부디 이 글을 쓰는 나나 혹시 이 글의 독자도 그 시간을 잘 이겨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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