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람스를 좋아하세요'가 보여주는 더딘 성장과 사랑
- 문화/문화와 방송
- 2020. 10. 7. 09:33
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를 보면 평소 우리가 보는 한국 드라마와 달리 조금 답답한 전개가 그려진다. 너무 자신감이 없는 박은빈이 보여주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좀 강하게 나갈 수 없나?’라며 괜스레 답답해서 어쩔 줄 모르는 장면도 많다. 아마 많은 드라마 시청자가 그렇지 않을까?
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의 박은빈은 일류 대학의 경영학과를 졸업하고도 바이올린이 좋아서 무려 4수를 해서 같은 대학의 음대를 지원해 합격한 인물이다. 그녀의 끈기는 누구나 박수를 보낼 정도로 대단하다. 하지만 실력으로 줄세우기 평가를 받는 음대에서 그녀의 생활은 너무나 힘들었다.
바이올린을 좋아해서 연주하는 건 좋지만, 그녀의 연주 실력이 좀처럼 늘지 않아서 늘 열등감에 사로 잡혀 있었다. 더욱이 지금의 주인공 역할을 맡고 있는 김민재를 만나면서 마주하게 되는 자신의 부족한 부분은 그녀를 세차게 흔들었다. 그나마 갖고 있던 자신마저 박은빈은 잃어가고 있었다.
문제는 히로인 박은빈만 아니라 주인공 김민재 또한 그녀와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쇼팽 콩쿠르에서 2위로 입상한 것은 옛날 일에 불과했고, 그는 자신의 재능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가족의 부채 문제로 괴로워했다. 게다가 자신 마음대로 칠 수 없는 피아노 앞에서 커다란 좌절감을 느끼는 중이다.
내가 좋아하는 만화 <4월은 너의 거짓말>을 보면 “좋아하는 일에 몰입하고 진지하게 마주하면 할 수록 더욱 어렵다.”라는 말이 있다. 왜냐하면, 좋아하는 일을 단순히 취미로 즐기는 것은 크게 문제가 될 일이 없지만, 그 일을 잘하기 위해서 몰입하면 할수록 무력한 자신을 마주하게 되기 때문이다.
어떤 일을 좋아하면 할수록 나보다 더 뛰어난 재능을 가진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깊은 열등감에 빠진다. ‘나는 제대로 해낼 수 있을까?’, ‘이 정도로 어림도 없지 않을까?’, ‘또 실수하면 어떡하지?’, ‘나는 인정받을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머릿속에서 쉽게 지우지 못해 자칫 스스로 무너질 수도 있다.
지금 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에서 볼 수 있는 박은빈과 김민재 두 사람의 모습이 딱 그렇다. 박은빈은 바이올린을 좋아해서 그냥도 아닌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하고 있다. 하지만 재능이 있는 사람 혹은 아주 어릴 때부터 바이올린 레슨을 해온 사람들을 따라가는 건 어려웠다.
반대로 김민재는 재능이 있어도 그 재능을 활용해 ‘내가 연주하고 싶은 대로’ 피아노를 연주할 수 없어서 괴로워하고 있다. 즐거운 마음으로 피아노를 연주하는 것이 아닌, 부모님의 부채를 갚기 위해서 혹은 더는 빚을 지기 싫어서 연주할 수밖에 없는 피아노는 절대 자신의 마음에 들 수 없는 법이다.
그렇게 무력한 자신과 마주하며 어떻게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노력해도 제자리 걸음을 하는 자신의 모습에 좌절하고 있는 박은빈과 김민재. 이 두 사람의 모습을 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어떤 특별한 사건을 계기로 급격하게 바꾸지 않는다. 아주 천천히 두 사람의 좌절을 그리고 있다.
자신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누군가에게 부딪히지 못하는 두 사람은 서로에게 위로가 되어준다. 그러면서도 두 사람은 때때로 서로의 일로 인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두 사람은서로에서 상처를 주고 있다. 두 사람이 고민하고, 악쓰고, 힘겨워하고, 발버둥친 그 모든 것은 보상받을 날이 올 수 있을까?
다음 이야기가 주목되는 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12회>였다. 전개가 더뎌서 아쉬운 사람도 있겠지만, 사람은 결코 쉽게 변할 수 없는 법이기 때문에 나는 이 드라마가 마음에 든다. 부디 우리 주인공과 히로인 두 사람이 함께 무대에 올라 연주를 하는 그 해피엔딩을 기대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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