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하고 민감한 사람들을 위한 책, '조용해도 민감해도 괜찮아'
- 문화/독서와 기록
- 2019. 10. 5. 10:59
나는 어릴 때부터 내향적인 사람으로 살아왔다. 하지만 내향적인 것뿐만 아니라 주변 자극에 조금 민감하게 반응하는 스타일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주변과 자주 갈등을 겪기도 했다. 어릴 적에 겪었던 학교 폭력의 대상이 되었던 이유도 내가 그런 사람이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학교 폭력 가해자들은 모두 자신보다 약한 사람을 괴롭히거나 망가뜨리는 걸 좋아한다. 가해자가 찍은 그 약자가 약할 뿐만 아니라 하나의 행동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면, 가해자는 자신에게 괜스레 우쭐해지는 경향이 있어 더욱 그 약자를 괴롭히게 된다. 그게 학교 폭력의 실태이다.
나처럼 조용하고 민감한 사람들은 대체로 사람들과 불필요하게 엮이려고 하지 않고, 최대한 갈등을 피할 수 있는 선택지를 고르며 살아가고자 한다. 이런 행동이 내향적인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특징에 해당한다. 하지만 일부 외향적인 사람들은 그걸 대단히 잘못됐다고 여기며 핍박한다.
어느 쪽이 틀린 게 아니라 다를 뿐인데도 일부 사람들이나 일부 사회에서는 그걸 알지 못한다. 단순히 ‘사회생활이다’, ‘단체 생활이다’ 같은 이유로 개인의 영역을 침범할 뿐만 아니라, ‘그건 대단히 잘못된 거야.’라며 억지로 바꾸게 하려고 하는 경우도 있다. 과연 그건 옳은 일인 걸까?
이번에 나는 <조용해도 민감해도 괜찮아>라는 책을 읽으면서 내가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고민해보았다. 나도 한때는 조금 더 외향적인 성격으로 태어나지 않았거나 혹은 그렇게 되지 않은 것에 대해 아쉬웠던 적이 있다. 어릴 때부터 주변에서 워낙 내 성격이 잘못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으니까.
하지만 <조용해도 민감해도 괜찮아>라는 책을 읽으면서 나는 굳이 이러한 성격을 무리해서 고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비록 외향적인 사람들과 비교하면 재미가 없어 보일 수도 있겠지만, 우리 내향적인 사람들은 자신 나름대로 지금 이 순간을 즐기며 살고 있기 때문이다.
책 <조용해도 민감해도 괜찮아>를 읽으면 아래의 글을 만날 수 있다.
내향인들은 의미 없는 대화는 별로 하지 않는다. 그저 대화 상대가 필요해서라면 차라리 혼자 있는 편을 택할 것이다. 내향인들이 바라는 대화 상대는 깊은 친밀감 또는 공통 관심사가 있는 사람이다.
“평소 나는 조용한 편이고 수줍음이 많으며 말수도 적습니다. 하지만 흥미로운 관심사에 대해서는 오랫동안 이야기할 수 있어요. 내가 관심이 있는 주제를 놓고 서로 지식을 나누는 것을 좋아하죠. 꽤 흥미로운 주제다 싶으면, 나는 참지 못하고 대화에 끼어들어 지식을 나누거나 질문을 하느라 정신없죠.” _예스페르, 33세 (본문 30)
나는 누군가와 함께 있다고 해도 긴 대화를 이어나가는 일은 별로 없다. 정말 저자와 저자가 만난 사람이 말한 대로 관심 있는 주제 혹은 공통된 관심사가 아니라면 굳이 불필요하게 입을 놀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괜스레 불필요하게 입을 놀렸다가 마찰이 생기면 너무나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이다.
나처럼 조용하고 민감한 사람들은 친구와 있을 때도 그렇게 긴 대화를 주고받지 않는다. 지난 목요일 개천절 때는 오랜만에 친구가 집으로 찾아왔다. 예전에 빌려 간 책을 돌려주고, 다시 새로운 책을 빌려 가기 위한 목적이었다. 물론, 오랜만에 왔으니 책만 돌려주고 책을 빌려서 바로 가지는 않았다.
3시간 정도는 내 방에서 함께 시간을 보냈어도 둘이서 한 대화는 아마 20분이 채 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친구는 내 방의 책꽂이에서 읽지 못한 책을 꺼내서 읽었고, 나는 같은 방에서 당일 유튜브 채널에 올릴 영상을 편집하며 시간을 보냈다. 우리는 이렇게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충분했다.
내향적인 사람들은 각자 살아가는 방식이 있다. 그 방식은 외향적인 사람들과 달라서 때때로 우울해 보이거나 재미없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형태는 다르더라도 내향적인 사람들은 각자 자신만의 이상적인 방법으로 그 순간을 편안하게 즐기면서 보내고 있다. 틀린 게 아니라 조금 다를 뿐이다.
비록 혼자 있는 것을 편안하게 느끼는 내향적인 사람이라고 해도 가끔 일탈로 여기는 다른 사람과 직접 대면해 만나고 싶을 때가 있다. 저자는 ‘극히 내향적인 사람이라도 이따금 함께 있을 사람이 필요하며, 오랜 시간 혼자 지냈다면 곁에 있는 누군가가 힘이 된다는 걸 깨달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실제로 생각해보면 가끔 나도 그럴 때가 있었다. 나는 그런 시기가 왔을 때는 아는 사람과 함께 밥을 먹거나 혹은 정기적으로 어떤 행사에 참여해서 평소 접하지 않는 자극을 나에게 조금씩 준다. 비슷한 일을 자주 하거나 오랜 기간 하는 건 맞지 않고, 딱 하루 이틀 정도의 기간이 나에게 알맞았다.
책을 읽으면 다음과 같은 글을 만날 수 있다.
나는 우리들 대부분이 되도록 매일 다른 사람과 직접 얼굴을 맞대고 만나야 한다고 믿는다. 상대방과 눈을 맞추고, 몸짓을 섞어가며 소통하는 대화를 해야 한다. 이러한 소통은 인터넷이나 전화로 대화하는 것과는 다른 만족감을 준다. 따라서 집에 머물면 좋은 점도 많지만, 당신 자신을 위해 되도록 매일 직접 사람을 만나 소통하기를 권한다. 당신이 느끼는 피로감은 바로 대면 소통이 부족한 탓에 생겼을 가능성이 크다. 자극을 회피하는 것은 문제의 핵심이 아님을 명심하라. 중요한 것은 적절한 자극의 노출 수준과 양을 찾는 것이다. (본문 96)
내향적이고 민감하다고 해도 잘못된 것이 아니다. 그저 남들과 조금 다를 뿐이고, 우리는 우리 자신을 지키면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할 수 있다. 오늘 읽은 <조용해도 민감해도 괜찮아>는 그 방법에 대해 풀어내는 책이다. 그리고 책을 읽다 보면 내향적인 나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다.
나는 지금도 한결같이 오늘을 살아가고 있다. 높은 민감성 때문에 간혹 의도치 않은 상황에서 절제하지 못한 감정 때문에 실수하기도 하지만, 좋은 이야기와 멋진 음악 등의 긍정적인 부분에서도 더 강하게 느끼며 이렇게 글을 쓰기도 한다. 결국에는 어떻게 잘 살아가는지가 중요한 거다.
아마 나처럼 내향적이고 민감한 사람이라면 <조용해도 민감해도 괜찮아>라는 책이 큰 힘이 되리라 생각한다. 내향적이고 민감한 우리는 어떤 사람이고, 우리가 어떻게 사람과 갈등을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을지 알고 싶은 사람에게 <조용해도 민감해도 괜찮아>라는 책의 일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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