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어쩐지 고전이 읽고 싶더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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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원래 고전 소설 같은 작품을 썩 좋아하지 않았다. 책을 막 잡고 읽기 시작하던 초등학교 시절에 학교에서는 ‘권장 도서 목록’이라고 해서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권했는데, 그때 만났던 ‘권장 도서 목록’에는 너무나 재미없는 책들뿐이었다. 아니, 재미없을 뿐만 아니라 읽는 일이 너무나 난해했다.


 당시 초등학교 6학년 시절에는 한참 J.K 롤링의 소설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 이후 이야기가 유행하던 시절이라 한사코 손에 <해리포터> 시리즈를 손에 들고 다녔었다. 그때 함께 <해리포터> 시리즈를 좋아하던 여자아이와 함께 <해리포터>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열심히 책을 읽었다.


 그런 아이에게 ‘권장 도서 목록’이라고 해서 어른이 읽어도 이해하고 실천하기가 쉽지 않은 고전을 읽으라고 말하니, 당연히 재미가 없을 뿐만 아니라 ‘고전은 불필요하게 어렵고 재미없는 책이다.’라는 편견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그 시절 이후 나는 한참 동안 고전이라는 장르에 손을 대지 못했다.


 그리고 대학생이 되어 조금 더 다양한 책을 읽다가 조금씩 고전에 손을 뻗었고, 대학교 1학년 때 들은 ‘고전 명작 읽기’ 수업을 통해서 만난 <군주론>을 읽으면서 고전의 매력을 알게 되었다. 그 이후 블로그 알라딘 서평단 활동 같은 걸 통해 고전, 혹은 고전을 쉽게 풀어낸 책을 읽으며 고전을 만났다.


 이번에 만난 <어쩐지 고전이 읽고 싶더라니>라는 이름의 책도 그렇게 만난 책 중 하나다.



 <어쩐지 고전을 읽고 싶더라니>라는 책은 고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역설하지 않는다. 그저 혼자 질문하고 답하는 형태로 고전에 대한 이야기를 끌어내며 책을 읽는 독자가 자연스럽게 여러 고전에 적힌 글과 그 숨은 뜻을 읽을 수 있도록 해준다. 마치 고전을 가지고 짧은 수업을 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책이 일정 부분을 읽다 보면 재미없는 부분도 있었고, 우리 사회에서 일어난 어떤 사례를 가지고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응? 뜬금없이?’라며 놀라는 부분도 있었고, 적절히 어떤 말을 곱씹으며 저자가 말하는 생각과 바탕이 아니라 ‘나는 어떻게 생각하고 여기고 있는가?’라며 스스로 묻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책에서 잠시 머무른 한 부분을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본질이 무늬를 이기면 조악하고, 무늬가 본질을 이기면 번지르르하다. 무의와 본질이 아름답게 조화하고 난 연후에 드디어 군자답게 된다.” (논어 옹야 편 중)


본질이 형식(文)보다 앞서는 상황을 공자는 긍정하며 야(野)라고 표현한다. 공자의 예악은 허례허식이 아니다. 야(野)는 거칠고, 투박하고, 조악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그 안에 실질적인 알맹이를 담고 있다. 공자는 이를 더욱 높게 평가한다. 무늬와 본질이 빛난다는 표현을 하고 있지만, 사실상 여기서의 방점은 본질에 찍혀 있다. (본문 104)


 저자는 이 부분을 통해 오늘날 정치 뉴스에서 볼 수 있는 몇 마디의 말을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이 부분에서 굳이 저자의 해석에 공감하려고 하지 않았다. 나는 나대로 공자의 뜻을 해석하며 ‘오늘날 우리 삶에서는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고민하며 책을 읽었다. 고전은 바로 그렇게 읽는 책이었다.


 <어쩐지 고전을 읽고 싶더라니>라는 책은 저자가 독자에게 ‘어쩐지 고전을 읽고 싶은’ 마음을 썩 들게 해주지 않는다. 그저 이야기를 풀어내며 저자가 언급하는 다양한 고전에 적힌 이야기와 그 이야기의 배경을 읽으면서 호기심을 잠깐 빛낼 수 있을 뿐, 책 자체는 썩 재미있게 읽을 수는 없었다.


 물론, 이건  내가 고전을 조금 낯설어하는 독자라 그럴 수도 있다. 나는 기본적으로 딱딱한 형태로 격식을 갖춰서 읽는 이야기보다 조금 더 가볍게 가까운 공원을 산책하는 듯한 기분으로 읽을 수 있는 이야기를 더 좋아한다. 아니면 오로지 독자가 생각할 수 있는 여백을 가질 수 있는 책을 말이다.


 그런 부분에서 <어쩐지 고전을 읽고 싶더라니>라는 책은 나와 맞지 않았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위트 있게 표현한 부분에서 살짝 웃음을 짓기도 했지만, 그 한 부분 때문에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골고루 다 읽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았다. 그저 이렇게 고전을 풀어내는 사람도 있다는 걸 알면 충분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주로 공자의 논어와 관련된 부분을 체크하며 읽었다. 왜냐하면, 논어는 지금도 내가 가끔 읽어보는 고전 중 하나이고, <어쩐지 고전을 읽고 싶더라니>를 읽다가 순수하게 그냥 해석만 적혀 있는 논어를 읽어보고 싶어 책장에 보관하고 있는 다른 출판사의 <논어>를 꺼내 들었다.



 그 책이 바로 위에서 볼 수 있는 홍익출판사에서 발매한 <논어>로, 이 책은 논어에 대해 저자가 최대한 개입을 자제하며 독자들이 논어에 적힌 글을 천천히 읽으면 생각할 수 있는 여백을 가지고 있는 책이다. 나는 가끔 이 책을 통해 <논어>를 읽어보며 오늘의 나에게 질문하고 답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번에 다시금 <논어>를 읽어보며 곱씹은 말은 다음과 같다.


자하가 거보의 읍재가 되어 정치에 대해 여쭙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빨리 성과를 보려 하지 말고, 작은 이익을 추구하지 말라. 빨리 성과를 보려 하면 제대로 성과를 달성하지 못하고, 작은 이익을 추구하면 큰일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본문 148)


 내가 이 말을 곱씹은 이유는 최근에 새롭게 운영하기 시작한 유튜브 채널 <덕후 미우> 때문이다. 기존의 유튜브 채널은 생각보다 결과가 잘 만들어지지 않아 짜증이 났었고, 마침내 유튜브 채널을 통해 수익 창출 심사를 받을 수 있을 때는 두근거렸는데, 두 번이나 심사 통과에 실패해서 좌절했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몰라 고민하며 망설이다 과감히 방치되어 있던 유튜브 채널로 다시금 시작하기로 어제 결심했다. 그렇게 만든 유튜브 채널이 <덕후 미우> 채널로, 내가 좋아하는 라이트 노벨과 만화와 애니메이션 등을 소개하며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천천히 나아가기로 이번에는 정했다.


 빨리 성과를 보려고 하던 욕심이 좋지 않은 결과를 만든 것 같다. 그래서 이번에는 조금 천천히 정말 내가 즐기면서 할 수 있는 형태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해 나갈 생각이다. 유튜브 채널에 올리는 콘텐츠에 조금 더 신경을 써서 만들어간다면, 이번에는 제대로 성과를 달성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나는 고전을 이렇게 가끔 읽으며 나를 위한 지침으로 삼고 있다. 이번에 읽은 책 <어쩐지 고전이 읽고 싶더라>에서 저자가 풀어내는 이야기처럼 간혹 내 삶을 통해서, 때로는 정치를 통해서 어느 고전의 글을 떠올리며 고민하거나 혹은 혼자 글을 괜스레 멋을 부리며 글을 쓸 때도 있다. 오늘처럼.


 결국, 내가 어떻게 책을 읽고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해석하고 활용하는지의 문제다. <어쩐지 고전이 읽고 싶더라>의 저자는 자신의 삶과 자신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정치를 통해 고전을 읽으며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그리고 나는 이 글에 저자의 의도가 아닌 나만의 글을 적으며 고전을 말했다.


 고전은, 아니, 책이라는 건 본디 그렇게 읽고 풀어내는 거라고 생각한다. 똑같은 책을 읽었어도 해석에 대해 정해진 답은 없으며, 자유롭게 생각하며 풀어내는 게 바로 진정한 책 읽기다. 오늘 우연히 만난 <어쩐지 고전이 읽고 싶더라니>라는 책을 계기로 나는 다시 논어를 읽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거면 충분하다. 오늘 어쩐지 읽고 싶은 책이 있다면 바로 그 책을 찾아서 읽어보기를 바란다. 책은 고전에 그 빛이 있지 않고, 지금의 어떤 내가 책을 읽는지에 따라 빛이 있는 법이니까.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말은 뜻을 정확히 표현하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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