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을 잇는 손, 오후도 서점 두 번째 이야기
- 문화/독서와 기록
- 2019. 7. 10. 09:58
중고등학교 시절까지만 하더라도 나는 자주 동네 서점에 들락거렸다. 서점에서 소설을 구매해서 읽거나 하지 않았지만, 학교와 학원에서 지정한 교재를 사야 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서점을 방문해서 책을 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렇게 서점을 오가며 간간이 이런저런 제목의 책을 훑어본 적이 있다.
오늘날에는 책을 읽는 사람이 줄어들어 동네 서점이 하나둘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다행히 내가 중고등학교 시절까지만 하더라도 자주 다녔던 동네 서점은 여전히 프랜차이즈 빵집 옆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다. 더욱이 서점을 운영한 나이든 아버지의 뒤를 이어 성장한 아들이 운영하는 서점으로 말이다.
마치 소설 속에서나 볼 법한 이야기가 내가 사는 동네 언저리의 서점에서 지금도 이야기를 그려나가는 중이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성장한 아들이 운영하는 서점을 본 게 대학생 시절이니, 지금은 그 아들의 손자 혹은 손녀가 서점을 뛰어다니거나 혹은 서점의 이야기를 이어갈 준비를 할지도 모른다.
많은 서점이 프랜차이즈 대형 서점으로 바뀌고, 인터넷 서점의 오프라인 서점으로 바뀌는 와중에도 꾸준히 자리를 지키는 동네 서점. 오늘날 늘어나고 있는 작은 동네 서점은 일부 연예인 프로모션으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고 해도, 진정한 동네 서점은 늘 그 지역의 사람과 이야기를 함께 하는 서점이다.
오늘 읽은 <별을 잇는 손>이라는 소설은 지난번에 읽은 <오후도 서점 이야기>의 두 번째 이야기로, 도시의 백화점에 있는 긴가도 서점 본점에서 ‘사쿠라노마치’라는 작은 마을에 있는 ‘오후도 서점’으로 옮겨간 주인공, 그리고 그 주변 사람의 이야기를 너무나도 빛나고 아름답게 그리는 소설이다.
<별을 잇는 손> 이야기 시작은 주인공 츠키하라 잇세이의 시점이 아니라 가시와바 나루미라는 다른 인물의 시점에서 책과 서점의 이야기를 한다. 누군가의 삶에 진하게 녹아 들어있는 책과 함께 살아온 이야기는 본편을 읽기 전부터 진하게 이야기에 빠져들게 했다. 참, 책이라는 건 좋아할 수밖에 없다.
가시와바 나루미의 이야기를 통해 오후도 서점으로 독자의 시선을 옮긴 <별을 잇는 손>은 본격적으로 잇세이의 시점에서 오후도 서점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주인공 츠키하라 잇세이가 오후도 서점 운영한다고 해도 아직 해야 할 일이 너무나 많았다. 서점을 제대로 꾸려나가기 위해서는 자신의 힘만으로 부족했고, 자신이 오랫동안 몸 담은 긴가도 서점에서 떨어져 있으면서 비로소 느낄 수 있는 감정도 있었다. 이러한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으로 잘 그려져 있다.
무엇보다 잇세이의 이야기를 잇세이의 시점에서만 이야기하지 않고, 그를 생각하는 우사미 소노에의 시점에서, 미카미 나기사의 시점에서, 그리고 함께 일한 긴가도 서점의 점장을 비롯해 이번 <별을 잇는 손>에서 새롭게 등장한 인물들의 시점을 번갈아가며 오후도 서점을 이야기하는 게 무척 좋았다.
한 인물에 치중해서 이야기하지 않고, 오후도 서점 혹은 책과 얽힌 다양한 사람들을 돌아가며 이야기를 전한 덕분에 더 넓고 깊이 이야기를 마음 속에서 그려나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특히, 지난 <오후도 서점 이야기>부터 그려진 서점에서 지내는 고양이의 시점에서 본 이야기도 신선해서 재밌었다.
고양이의 시점과 사람의 시점을 번갈아가며 사쿠라노마치에 대한 묘사와 함께 오후도 서점에 대해 하는 이야기는 마치 하나의 그림 같은 풍경을 선사했다. 책을 읽고 있노라면 ‘참, 내가 다른 어떤 무엇도 아니라 책을 좋아해서 다행이다.’라고 생각하며 괜스레 뿌듯한 때로는 흐뭇한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오후도 서점 이야기>와 <별을 잇는 손>은 단순히 동네 서점에서 일하는 한 종업원의 이야기가 아니다. 책을 좋아하고, 서점을 오가며 책을 만난 우리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렇기 때문에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오후도 서점 이야기>와 <별을 잇는 손> 두 작품은 무척 애틋하게 다가온다.
책을 읽으면서 마지막 장에 이르렀을 때는 ‘아, 벌써 끝이구나!’라며 아쉬웠다. <별을 잇는 손>에서 이야기는 ‘해피 엔딩으로 완결되었습니다!’가 아니라 독자가 ‘이제 앞으로 해피 엔딩이 되겠구나!’는 상상을 할 수 있는 결말을 맺는다. 오히려 그래서 이 책의 마지막 장이 진하게 여운이 남기도 했다.
주인공 츠키하라 잇세이와 우사미 소노에, 그리고미카미 나기사 세 사람이 어떻게 될지 너무나 궁금하다. 할 수만 있다면 이 세 사람의 이야기도 읽어보고 싶은데, 역시 그건 우리 독자의 상상으로 이야기를 그려나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뭐, 이런 게 바로 소설을 읽는 하나의 재미이지 않을까? (웃음)
지금껏 책을 좋아하고, 자주 서점을 오가며 이야기를 만나는 걸 즐기는 사람이라면, 마음 속에 품은 하나의 따뜻한 이야기로 오늘을 이겨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아마 <오후도 서점 이야기>와 그 두 번째 이야기를 그린 <별을 잇는 손>이라는 두 소설이 너무나도 마음에 드는 소설이 되리라 생각한다.
잠시 시간이 난다면 꼭 한 번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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