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마음 바깥에 있었습니다, 시 같은 에세이

 책을 읽는 이유에는 단순히 이야기의 재미를 느끼기 위한 이유도 있지만, 책을 읽으면서 어지러운 마음을 정리하거나 혹은 고민하는 일에 대해 답을 얻고자 하는 이유도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지금 글을 쓰는 나는 이 세 가지 이유를 모두 가지고 있다. 그래서 언제나 손에서 책을 내려놓지 못한다.


 때로는 이야기의 재미를 위해서 책을 읽고, 때로는 어지러운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 책을 읽고, 고민에 대한 답에 확신을 얻기 위해 책을 읽다보면 참 다양한 책을 만난다. 그렇게 만난 책 중에는 스치고 지나가는 듯한 책도 있지만 때로는 글 하나가 오랫동안 가슴에 남아 맴 도는 책을 만날 때가 있다.


 이번에 읽은 <너무 마음 바깥에 있습니다>라는 산문집은 후자에 해당하는 책이다.



 이 책에 모은 글들은 모두 라디오 프로그램의 한 코너인 ‘시간이 담고 있는 것들’에 쓰인 방송 원고를 모은 글들임을 저자는 들어가는 글을 통해 밝힌다. 길지도 않고 짧지도 않은 시간 동안 라디오 진행자가 읽어야 하는 원고인 만큼 분량이 적당하다. 긴 책을 읽기 어려워하는 오늘날 독자에게 딱이다.


 어머니와 함께 차를 타고 납품을 갈 때마다 간간이 라디오를 듣는다. 어떤 사연에는 웃음이 가득하고, 어떤 사연에는 함께 자신을 투영해 공감한다. 1시간 정도의 시간 동안 다양한 사람의 이야기를 전하는 라디오 방송은 보이지 않아도 목소리 톤과 이야기로 듣는 사람의 마음을 사로 잡을 필요가 있다.


 당연히 그런 라디오 방송의 원고는 길지 않아야 하고, 너무 짧지 않은 상태에서 공감할 수 있는 요소를 던질 필요가 있다. 어쩌면 그러한 라디오 원고를 오랫동안 적어온 작가이기 때문에 시인으로 데뷔할 수 있었지 않나 싶다. <너무 마음 바깥에 있습니다>에 옮겨진 글들도 모두 그런 글들이다.


 글 하나하나에는 정확히 누군가를 가리키는 이름이 없다. 막연히 ‘나와 그와 그녀’라고 말하며 특정한 한 인물의 이야기가 아니라 어쩌면 우리의 이야기로 여길 수 있도록 글이 적혀 있다. 천천히 책을 읽으며 잠시 멈췄던 글 하나가 있다. 그 글은 같은 풍경을 다르게 보는 두 노인 분의 이야기다.


한번은 마을 버스를 탄 한 노인 분이 큰 소리로 불만을 토로하셨습니다. 길거리고 어디고 낙엽이 너무 많아서 지저분하고 위험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분이 내리고 곧 다음 정거장에서 다른 노인 한 분이 버스에 오르셨죠. 그런데 그분은 자리에 앉자마자 감탄사를 터뜨렸습니다. 요즘 은행잎 가득한 길들이 정말 멋지다고. 우리 마을 풍경이 최고라고 하셨습니다. 이런 풍경은 봐둘 수 있을 때 한껏 봐둬야 한다면서 옆에 선 젊은 청년을 향한 듯 “그 나이 땐 공부도 취직도 중요하지만 좋아하는 사람이랑 이런 길 많이 걷는 것도 중요하다네.”라고 하셔서 버스 안 사람들이 가만히들 웃기도 했죠. (본문 57)


 내가 살아온 방식에 따라 눈앞의 풍경은 달라질 수도 있다는 말은 바로 이런 게 아닌가 싶다. 눈앞에 그려지는 풍경이 다른 게 아니라 같은 풍경을 보고 생각을 달리 할 수 있다는 거다. 이 글을 시작으로 한 사람이 겪었던 이야기를 풀어내는 원고는 괜스레 나에게 있었던 소소한 일들을 돌아보게 한다.



 그렇게 길지 않지만 몇 번의 호흡을 두고 천천히 읽어볼 수 있는 글이 담긴 책 <너무 마음 바깥에 있습니다>. 라디오 진행에 사용한 원고인 만큼 대중적인 이야기도 많고, 미처 생각지도 못한 글이 마음 깊이 쑥 들어오기도 한다. 그게 바로 우리가 종종 귀로 듣는 라디오 방송의 매력이지 않을까?


 보이는 라디오 방송이 아니라 읽는 라디오 방송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산문집 <너무 마음 바깥에 있습니다>. 오늘 잠시 습한 날씨를 피해 카페에 들어가 책 한 권을 느긋이 읽어보고 싶은 사람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이다. 이 글을 마치면서 책에서 읽은 인상 깊었던 이야기 한 개를 남긴다.


어느 날 한 부부가

건축가 사무실에 찾아와서는 별다른 설명 없이

“존경과 행복을 담은 집을 지어 주세요.”

라고 주문했습니다.


그러자 임형남, 노은주 부부 건축가는

한쪽엔 부부의 사무실과 공방을 만들고

‘존경동’이란 이름을.

다른 한쪽엔 침실과 주방, 다실을 만들고

‘행복동’이라 이름 붙인 집을 만들어주었다고 합니다. (본문 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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