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이 없는 걸 노력으로 대신할 수 있을까?

 내가 재미있게 읽은 스포츠 만화 중에서 <다이아몬드 에이스>라는 만화가 있다. 이 만화는 내가 좋아하는 야구를 소재로 한 만화로, 일본에서 프로야구만큼 인기 있는 고교 야구에서 도전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그린다. 만화를 읽으면 나도 모르게 주인공과 함께 뜨거운 가슴으로 있는 힘껏 벽에 부딪혀보고 싶어진다.


 물론, 그 벽은 우리가 물리적으로 세워진 벽이 아니다. 콘크리트로 굳은 벽에 있는 힘껏 부딪힌다고 해서 우리가 갑작스레 9와 3/4 승강장으로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그저 몸이 크게 상할 뿐이다. 있는 힘껏 부딪히고 싶은 벽은 '나는 안 돼.', '나는 안 되나 봐.'라는 내 안의 부정적인 감정이 만든 그런 벽이다.


 아마 많은 사람이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마음속에 그런 벽을 만들고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종종 자신이 하지 않았던 일에 대해서 하지 못했던 일로 여길 때가 많고, 하지 못했던 일은 '하지 않았던 일'이라며 변명할 때도 많다. 이 글을 쓰는 나도 다르지 않은 사람이라 늘 과거의 나를 돌아보면 괜히 어깨가 축 처진다.


 특히 올해 대학을 졸업한 이후에는 더 그렇다. 처음에는 책 출간을 위해서 열심히 글도 쓰고, 블로그 콘텐츠와 유튜브 콘텐츠 발행을 병행하며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하고자 했다. 하지만 1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 일에 아직도 마땅한 결과가 나오지 않으니 조금씩 초조함이 들고, '과연 이게 잘하는 짓일까?' 하는 두려움도 든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서서히 자신을 가지고 시작한 일에 자신을 잃어버리는 중이라고 해야 할까?



 그래도 나는 이때가 중요한 때라고 생각한다. 이제 겨우 두 달 하고 8일이다. 이 사이에 사업을 시작해서 성과를 내야 하는 건 솔직히 욕심일 거다. 적어도 6개월은 적자를 감수하고서 일을 시작해야 그다음부터 이익을 만들 수 있다는 게 많은 도서를 통해 만난 사람들의 조언이었다. 문제는 6개월을 버틸 수 있느냐 없느냐다.


 브런치 북 프로젝트에서 또 한 번 탈락한 나는 '만약에'라는 시리즈로 적은 글 중 하나의 글을 다시 읽었다. 그 글은 '만약 내가 만화(책) 속 주인공을 만난다면?'이라는 설정으로 적은 글로, 할 수만 있으면 나는 내가 너무나 좋아하고 사랑했던 만화와 책의 주인공과 이야기를 나누는 형태의 글로 책에 도전하고 싶었다.


 살짝 '만약에'라는 브런치 매거진이 방향이 이상하게 틀어져서 도중에 멈추고 말았지만, 오늘부터 다시 주제를 정해서 시작해보려고 한다. 아래의 글이 바로 내가 그때 적은 '만화 <다이아몬드 에이스>의 주인공 사와무라 에이준을 만난다면?' 가정해서 적은 글이다.


 만약 <다이아몬드 에이스>의 사와무라 에이준을 만난다면.


에이준 : "와하하하하. 나한테 묻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모양이군. 그래. 뭘 묻고 싶지?"


나 : "에이준, 너는 만약 재능과 노력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말한다면 뭘 선택하고 싶어?"


에이준 : "음, 무슨 질문이 그래? 만약 재능과 노력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해도 나는 둘 다 선택하고 싶은데? 넌 그 둘 중 하나를 포기할 수 있냐?"


나 : "아니, 당연히 할 수만 있다면 둘 다 가지고 싶지! 하지만 사람이라는 게 노력할 수 있어도 재능은 없을 때가 많잖아. 재능이 없으면 아무리 노력해도 좋은 결과를 만들지 못한다고!"


에이준 : "어이, 넌 재능이 뭐라고 생각하냐?"


나 : "재능? 당연히 천재적 자질이라고 말할 수 있는 뛰어난 능력이지! 남보다 뛰어난 수완을 가지고 먼저 에이스 넘버를 달 수 있는 그런 능력! 남보다 조금 덜 노력해도 상위 랭커가 될 수 있는, 똑같이 노력해도 남보다 훨씬 더 앞질러서 갈 수 있는!"


에이준 : "그래. 확실히 그게 재능이지. 하지만 재능이라는 건 타고 나는 것도 있지만, 나는 노력으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재능이 좋아도 노력하지 않는 인간은 도태되기 마련이지. 남보다 조금 덜 노력해도 상위 랭커가 된다고? 물론, 처음에는 그럴지도 몰라. 하지만 상위 랭커가 된다고 해도 남보다 조금 덜 노력하는 녀석이 얼마나 거기서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해? 남들과 똑같이 노력해도 모자란 상황에서 그런 안일한 생각은 멍청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어. 진짜 재능은 오늘 지금 내가 있는 곳에서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이야. 지금, 여기에서 모든 힘을 쏟아부으면서 노력할 수 있는 게 진짜 재능이란 말이다."


나 : "하지만 우리가 사는 현실은 그 노력이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다고!"


에이준 : "어이, 뭘 흥분하고 그래. 넌 내가 처음부터 에이스 번호를 받았다고 생각하냐? 나는 보결로 시작했다고. 처음 여기서 에이스 기대주는 빌어먹을 후루야였다고. 그 녀석은 내가 보더라도 재능 있는 녀석이야.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140Km를 던지는 투수라니. 이건 사기잖아!"


나 : "뭐, 그렇지."


에이준 : "그런데 말이지. 시합에 나가서 야구를 하면서 나는 후루야만큼의 선수를 잔뜩 만났어. 후루야 그 녀석이 혼자 재능이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지역 예선에서는 그런 녀석들이 바글바글해. 하물며 전국에서는 또 어떤 대단한 녀석이 있을지 몰라. 만약 그게 우리가 사는 한국과 일본으로 본다면 어떨까? 더 많지 않을까? 그 정도의 재능이 있는 녀석은 하늘 아래에 널린 법이야. 그중에서 살아남는 건 아주 소수뿐이지. 바로, 노력할 줄 아는 녀석만이 살아남아."


나 : "맞아. 그건 나도 동의해. 하지만 재능 있는 사람의 노력을 과연 우리가 따라잡을 수 있을까?"


에이준 : "어이, 넌 누구랑 싸우려고 하냐? 물론, 시합에서 이기기 위해서 중요한 건 재능 있는 사람을 넘을 수 있는 재능일지도 몰라. 하지만 싸움은 항상 다른 사람과 하는 게 아니야. 바로 나 자신과 하는 거라고. 내가 어제의 나를 넘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하는 녀석이 진짜 강해지는 법이야. 너 야쿠시의 토도로키 라이치봤지? 지역에서 유명한 투수들의 공을 탕탕 쳐서 담장을 넘겨버리는 녀석. 고시엔에서도 좌측 담장을 훌쩍 넘기는 그 녀석!



분명히 걔는 재능 있는 천재 타자지. 그런데 걔가 처음부터 타격에 재능이 있었을까? 그 녀석의 손을 보면 도대체 어릴 때부터 얼마나 배트를 휘둘렀는지 가늠조차 할 수 없어. 하루에 도대체 몇백 번씩 며칠을, 몇 달을, 몇 년을 해야 그런 손이 되는지 알 수 없다고. 그 녀석은 노력으로 자신의 재능을 만든 녀석이야."


나 : "노력으로 재능을 만든다고?"


에이준 : "그래! 내가 처음 보스, 아니, 감독님께 훈련을 받을 때도 그랬어. 나는 내가 재능이 없는 데에 너무나도 열이 받았지. 그래도 나는 포기하지 않았어. 매일 타이어를 친구 삼아 운동장을 달리며 기초 체력을 갈고 닦았고, 재능이 없으면 근성으로 이기겠다는 각오로 매일 같이 연습에 매달렸어. 그 노력이 나에게 찾아온 작은 기회를 놓치지 않게 해주었고, 그 기회를 통해 나는 더 크게 성장할 수 있었지. 재능이라는 건 부단한 노력을 쌓는 과정에서 기회를 놓치지 않았을 때 비로소 몸에 익힐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해."


나 : "하긴,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도 없겠지."


에이준 : "맞아! 하하하. 나에게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가르쳐준 크리스 선배는 재능이 있는 데다 노력하는 대단한 선수였지. 그런 선배가 불의의 사고로 함께 시합에 뛰지 못한다는 게 아쉬워. 하지만 선배는 지금의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으면서 새로운 기회를 찾아 나서고 있어. 나는 그런 게 진짜 재능이라고 생각해. 자신에게 엄격하고, 자신과 승부를 겨루면서 끝까지 해낼 수 있는 것. 그게 바로 진짜 재능이지 않을까? 이건 노력없이 절대 불가능한 거라고."


나 : "노력은 불가능은 없게 만든다인가…."


에이준 : "뭐, 노력해도 불가능한 일은 있지. 내가 미유키 선배처럼 할 수 없는 것처럼 말이야."


나 : "어이, 어이."


에이준 : "그래도 나 나름대로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으니까, 그걸 찾으면 된다고 생각해. 내가 던지는 '넘버즈(변화구 체인지업, 커터 등)'이라는 부류는 후루야에게 뒤지지 않으려고 매일 같이 머리를 굴리면서 몸을 굴린 덕분에 몸에 익힐 수 있었어. 만약 내가 처음 보결에 들었다고 해서 노력하지 않고 포기했다면 절대 불가능했을 일이야. 나도 노력이 그에 합당한 결과를 받지 못하는 부당한 결과를 많이 봤어. 지난 우리 3학년 선배들과 시합에서 고시엔에 나가지 못한 것도 그렇고! 3년 동안 함께 야구를 즐기면서 함께 한 중학교 친구들이 한 번도 이기지 못한 게 그렇다고! 하지만 결과가 따라주지 않는다고 노력하지 않을 이유는 되지 않아. 결과가 따라주지 않는다고 노력을 멈추는 건 나와 승부에서 도망치는 것밖에 되지 않아! 넌 재능 있는 사람을 넘어야 한다고 생각했지? 그게 아니야. 재능 있는 사람을 넘는 게 아니라 늘 어제의 나를 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해! 어제의 나보다 오늘의 내가 훨씬 더 대단한 녀석이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해. 그래서 노력이 필요한 거지."


나 : "어제의 나보다 오늘의 내가 훨씬 더 대단한 녀석이라고 말할 수 있게 말이지…."


에이준 : "그거야! 넌 지금 어제의 너보다 오늘의 내가 더 대단한 녀석이라고 말할 수 있냐?"


나 : "……."


에이준 : "네가 넘어야 할 목표는, 네가 신경 써야 할 건 다른 사람이 아니야. 바로 너 자신이야. 재능과 노력 둘 중 하나를 선택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노력으로 재능까지 손에 넣는다고 생각해! 주위에서 아무리 비웃어도 절대로 네가 가진 목표를 포기하지 마. 노력하지 않는 녀석들의 비아냥은 그냥 무시해버려!"


나 : "아니, 말은 쉬워도…."


에이준 : "나는 말이지 그렇게 해왔어. 아무 생각 없다는 말을 듣기도 했지만, 나는 필사적으로 발버둥 치면서 살아남았다고! 하지 않고 후회하는 게 아니라 해보고 후회하는 게 나아. 넌 어쩌고 싶냐?"


나 : "당연히 나도 해보고 후회하는 게 낫다고 생각해!"


에이준 : "그렇지! 언제나 정면 승부라고! 겁 없이 덤비는 녀석만이 노력으로 재능을 손에 쥘 수 있어. 천재의 재능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해도 적어도 좋은 승부를 겨룰 수 있다고! 나머지는 하늘에 맡기는 거야."



나 : "하늘에 맡긴다고? 갑자기?"


에이준 :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일은 그저 하늘에 맡길 뿐이지. 그게 최선을 다한 사람이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혜택이거든. 하하하하하."


나 : "풉하하하하하하."


에이준 : "이제야 좀 속이 시원해졌나보군. 잘 해보라구."


나 : "하하하하. 고마워. 덕분에 좀 시원해졌다. 나도 해볼게. 여기서 에이스 넘버를 달 수 있도록."


에이준 : "응. 네가 가진 최고의 공으로 정면승부를 하는 거야!"


나 : "OK. 에이준. 고맙다."


(끝)

 이런 식으로 나는 내 이야기와 어떤 만화 혹은 책의 주인공을 간단히 소개하면서 글을 적고 싶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았을 때 이런 형태의 글이 가장 좋았다. 재능이 없는 걸 노력으로 대신하기는 쉽지 않다.


 우리 세상에는 재능 이전의 문제로 승패가 나누어지는 경우도 너무나 많다. 하지만 포기하면 정말 끝이고, 오늘을 열심히 살지 않으면 더 나은 오늘의 나를 바랄 수 없다고 확신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또 한 번 실패를 해버리고 말았지만, 이 실패를 밑거름 삼아 다시 또 해보려고 한다.


 부디 내가 조금 더 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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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 08342
    2019.03.08 22:57 신고

    `부디 내가 조금 더 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제발`이라는 마지막 문장이 가슴에 사무치네요..
    노지님이 가진 자아의 신화를 꼭 이뤄내길 먼 곳에서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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