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도 서점 이야기, 책과 사람 그리고 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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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에 다니면서 아르바이트를 한다면 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해보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내가 사는 곳 앞에 생긴 우리 지역의 첫 백화점인 신세계 백화점. 신세계 백화점 5층에는 반디앤루니스라는 대형 프랜차이즈 서점이 있었다. 처음 직원을 모집할 때부터 나는 살짝 고개를 내밀고 지켜보았다.


 하지만 내가 이곳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일은 없었다. 왜냐하면, 그 당시에도 나는 대학을 다니면서 해야 할 일이 있었을 뿐만 아니라, 여전히 블로그와 관련된 일로 시간을 빈틈없이 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거기서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일 혹은 내가 정한 규칙을 포기해야만 했다.


 무엇보다 내가 어떤 조직에 들어가 다른 사람과 함께 생활하며 보낸다는 걸 쉽게 상상할 수가 없었다. 지금도 크게 나아지지 않았지만, 그때는 지금보다 훨씬 더 심하게 ‘커뮤증[각주:1]’을 앓으면서 다른 사람과 어울리는 일이 무척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까지도 그저 지켜보기만 하다가 포기하고 말았다.


 오늘 갑작스레 서점 이야기를 하게 된 이유는 오늘 소개할 책 <오후도 서점 이야기>는 제목 그대로 서점 이야기를 다룬 소설이기 때문이다.



 <오후도 서점 이야기>를 펼치면 제일 먼저 생각지 못한 고양이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작은 마을 사쿠라노마치에서 외롭게 지내는 고양이가 한 소녀를 만났다가 헤어지고, 다시 누군가가 우는 듯한 소리를 느끼는 장면이다. 이 시작 장면이 인상 깊어, 나는 곧바로 홀린 듯이 책에 빠져들었다.


 한 고양이의 이야기가 프롤로그로 끝나고, 제1장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가자하야 역에 있는 긴가도 서점에서 일하는 주인공 츠키하라 잇세의 이야기는 뭐라고 말해야 할까, 천천히 흘러가는 한적한 서점 같은 분위기가 느껴지면서도 살짝 색이 바랜 느낌이 들었다. 그 이유는 바로 주인공에게 있었다.


 주인공 츠키하라 잇세이는 활기차게 웃으며 서점을 들르는 손님들에게 “안녕하세요!”, “어서 오세요.” 같은 말을 거는 인물이 아니었다. 살짝 어두운 부분이 있었고, 다른 사람과 지나치게 가까워지지 않으려고 거리를 두는 인물이었다. 나는 이 츠키하라 잇세이를 보며 문득 나와 닮은 인물이라고 느꼈다.


 소설을 통해 읽은 잇세이가 가진 그늘의 이유는 불현듯 마음을 아프게 했다. 그런 그가 서점에서 책 도둑을 잡다가 일어난 사고로 인해 긴가도 서점을 떠나는 이야기도 내심 깊은 안타까움을 느끼게 했다. 책을 좋아하고, 살짝 내성적이고, 그래도 똑바른 사람이 떠나는 이야기는 아플 수밖에 없었다.


 긴가도 서점을 떠나야 할지 말아야 할지 처음 고민할 때 잇세이는 옆집에 지낸 한 할아버지를 만나는 꿈을 꾼다. 그 꿈을 통해서 잇세이는 떠날 작은 용기라고 해야 할까? 계기를 갖게 되면서 긴가도 서점을 떠나 서평 블로그를 운영하며 알게 된 오후도 서점을 운영하는 분이 있는 곳을 찾기로 한다.


 정말 이때 책을 읽으면서 무심코 쓴웃음을 짓고 말았다. 주인공도 서평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었을 줄은 상상도 못 했으니까. 그렇다고 내가 주인공과 닮았다고 비유하는 건 우스운 일이지만, 괜스레 더 주인공에게 나를 겹쳐 보면서 소설 <오후도 서점 이야기>를 깊이 읽을 수 있었다.



 <오후도 서점 이야기>는 단 한 명의 주인공의 이야기만 그리지 않는다. 주인공이 긴가도 서점을 떠나려고 한 이후 에피소드에서는 주인공과 함께 일했던 직원인 우사니 호노에, 나기사, 그리고 서점의 점장을 비롯한 인물의 이야기가 짧게 짧게 시점을 번갈아 그리며 ‘츠키하라 잇세이’를 보여준다.


 그리고 ‘츠키하라 잇세이’라는 인물을 보여주는 것만이 아닌, 츠키하라 잇세이가 서점을 떠나기 전에 마케팅을 하던 책인 ‘4월의 물고기’라는 작품을 통해 독자를 책 속의 세계로 끌어들인다. 나는 책을 읽는 내내,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정적을 느낄 정도로 이야기에 몰입하며 책 속에 나를 투영했다.


 <오후도 서점 이야기>에서 그려지는 책을 통해 위로받은 사람들, 책과 함께 살아오면서 여전히 책과 함께 살아가기로 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오늘 이렇게 책을 읽고 글을 쓰는 나에게 왠지 모르게 따뜻하게 말을 걸어주는 것 같았다. 책을 읽는 도중 이상하게도 가슴이 먹먹해, 눈물이 여러 번 맺혔다.


 아직도 나는 나를 사랑할 수 있다고 말하지 못한다. 하지만 나는 ‘책을 사랑하는 건 틀림없는 내가 지닌 가장 진실한 마음이다.’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오후도 서점 이야기>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책과 특별한 시간을 함께한 사람이라면 무척 가슴 깊이 읽을 수 있는 소설이었다.


 긴가도 서점 직원 모두가 주인공 츠키하라 잇세이를 생각하는 이야기, 츠키하라가 6월을 맞아 ‘4월의 물고기’ 책을 오후도 서점에 들이고, 오후도 서점에 찾아온 특별한 손님을 맞이하는 이야기, 그리고 마지막은 다시 고양이의 시점으로 에필로그를 그리며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아’라는 마무리도 좋았다.


 한동안 이야기에 깊이 빠지는 책 읽기를 잊고 지냈는데, 오늘 읽은 <오후도 서점 이야기> 덕분에 다시금 깊이 빠지는 책 읽기를 할 수 있었다. 지금 오랜만에 기분 좋은 책 읽기를 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이 소설 <오후도 서점 이야기>를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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