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맹에서 벗어나 책을 읽고 글을 쓰기까지

나는 오늘도 책을 읽고 글을 쓴다


 많은 사람이 한 해를 마무리하며 떠들썩하게 보냈을 12월 31일, 또 어떤 사람은 새해 첫날을 맞아 다른 의미로 떠들썩하게 보낼 1월 1일. 어떻게 보면 굉장히 특별한 날인 한 해의 가장 마지막 날과 한 해의 가장 첫 번째 날에 내가 한 일은 책을 읽고 글을 쓰거나 스마트폰 게임을 하는 게 전부였다.


 누군가와 함께 축제 분위기로 보내는 것도 분명히 멋진 일일 거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오늘을 가장 재미있게 보내는 건 읽고 싶은 책을 읽고, 책을 읽으며 느낀 감정을 글로 풀어내는 일이었다. 이 일을 하기 위해서 나는 지금까지 살아왔고,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은 이렇게 글을 쓰는 일뿐이다.


 언제부터 내가 이렇게 책을 읽고 글을 쓰는지 좋아했는지 묻는다면, 대답하기 위해서 중학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학교생활이 빌어먹을 정도로 힘들었고, 그렇다고 집에서 온전히 쉴 수도 없었던 그 시절에 나는 학원이 가장 좋았던 중학교 시절. 나의 유일한 친구는 책 하나밖에 없었다.


 책이 내게 건네준 이야기는 때때로 상처받은 마음을 위로해주었고, 때때로 오늘을 똑바로 살도록 가르침을 주었고, 때때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사랑을 주었다. 나는 마치 책에 중독된 것처럼 책을 읽으며 살았고, 나는 오늘 책을 읽기 위해서 살았다. 그렇게 무수히 많은 시간이 지나 오늘이 되었다.


 오늘 1월 1일 아침부터 읽은 책은 스위스에 거주하며 프랑스어로 글을 쓴 헝가리 출신 소설가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문맹>이라는 책이다.



 작가 소개에 적힌 내력을 읽으면 대단히 심상치 않은 인물임을 알 수 있다. 아고타 크리스토프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빈곤 속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1956년 헝가리 혁명의 여파를 피해 남편과 4개월 된 딸을 데리고 헝가리를 떠나 오스트리아를 거쳐 스위스로 이주해 평생 글을 쓰며 살았다.


 2011년 7월 일흔다섯 살의 나이로 생을 마감한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문맹>은 작가가 어떻게 꾸준히 글을 적었는지, 난민으로 구소련에서 헝가리를 떠나는 과정은 어떠했는지 자세히 적고 있다. 책을 통해 오늘날에도 문제가 되는 ‘난민’이었던 작가의 이야기를 덤덤히 읽어 내려갔다.


 어떻게 보면 너무 고통스러워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그 시기에도 작가는 한사코 글을 적었다. 침묵만이 흐르는 곳에서, 의무적으로 해야 할 공부를 해야 할 시간에 작가는 모든 걸 글로 적었다. 책을 통해 읽을 수 있는 작가가 스스로 풀어내는 ‘어떤 글을 적었는가.’는 대단히 인상적이다.


침묵이 강요된 이 시간 동안, 나는 일종의 일기 같은 것을 쓰기 시작하고, 심지어는 아무도 읽지 못하게끔 비밀 문자를 만들기도 한다. 나는 일기에 나의 불행, 나의 고통, 나의 슬픔, 나를 밤마다 침대에서 소리 죽여 울게 만드는 모든 것들을 적는다. (본문 32)


 내가 처음 글을 적기 시작했을 때도 비슷했다. 책을 읽으면서 글을 적기 시작했을 때, 나는 내 이야기를 글로 적었다. 어떤 때는 내가 당한 학교 폭력의 끔찍함을 글로 적었고, 어떤 때는 내가 마주 보고 살아야 했던 가정 폭력의 비참함을 글로 적었고, 어떤 때는 나에 대한 괴로움을 글로 적었다.


 처음에는 일종의 일기 같은 것에 불과했다. 하지만 블로그에 글을 적으면서 글은 조금씩 영향력을 지니기 시작했고, 나의 솔직한 이야기는 가끔 조롱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격려해준 덕분에 나는 있는 힘껏 살아올 수 있었다. 버틸 수 있었다. 그렇기에 오늘도 글을 적을 수 있다.


 하지만 조금 욕심이 들어간 탓인지, 아니면 부족했던 탓인지 내 글은 종이책이 되지 못했다. 2019년 새해를 맞아 세우는 목표 중 하나는 종이책 출간하는 거다. 요즘 전자책이 아무리 퍼지고 있다고 해도 아직 우리 사회는 종이책이 나와야 비로소 내 글이 인정을 받았다고 여길 수 있다.


 나는 작가가 되는 걸 포기하지 않았다. 오늘 이렇게 무난한 글을 쓰면서 작가가 되는 욕심을 품고 있고, 머릿속과 아이디어 공책과 스마트폰 메모에는 쓰고 싶은 글이 생각날 때마다 정리한 기록이 한가득하다. 작가가 되는 방법은 특별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저 꾸준히 오늘 글을 쓰는 거다.


 <문맹>의 저자 아고타 크리스토프는 ‘우리는 어떻게 작가가 되는가?’에 이렇게 말한다.


무엇보다, 당연하게도, 가장 먼저 할 일은 쓰는 것이다. 그런 다음에는, 쓰는 것을 계속해나가야 한다. 그것이 누구의 흥미를 끌지 못할 때조차, 그것이 영원토록 그 누구의 흥미도 끌지 못할 것이라는 기분이 들 때조차. 원고가 서랍 안에 쌓이고, 우리가 다른 것들을 쓰다 그 쌓인 원고들을 잊어버리게 될 때조차. (본문 97)


 글을 쓰는 걸 멈추면 절대 작가는 될 수 없다. 그 누구의 흥미를 끌지 못할 것이라는 기분이 들 때조차 글을 끈질기고 고집스럽게 써야만 우리는 비로소 작가가 될 수 있다. 우리가 쓴 글은 자위를 하기 위해 혼자 읽는 게 아니라 출판사에 보내거나 인터넷에 올리는 등 사람들에게 읽힐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우리의 글은 비로소 책이 될 수 있다. 책이 버젓이 나왔을 때 우리는 비로소 그토록 바라던 ‘작가’라는 수식어를 조금 당당히 사용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오늘도 글을 쓰고 있다. 여전히 시장에서 먹히지 않는 글이라는 걱정이 사무치지만, 그래도 나는 글을 쓰는 걸 이어가고 있다.


 2019년은 본격적으로 내가 도전을 해야 하는 1년이다. 이 기간 동안 나는 글을 쓸 것이다. 때때로 내가 좋아하는 일본 소설을 원서로 읽고 번역하면서 출판사에 메일을 보내기도 할 계획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일본어를 더 공부하며 소개하고 싶은 책을 번역하는 일이니까.


 나는 그렇게 굉장히 단순하지만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다. 책을 읽고 글쓰기. 거기에 한 가지 더해진 번역하기. 부디 내가 끝까지 해낼 수 있기를 바란다. 작가가 말한 대로 누구의 흥미를 끌지 못할 때조차, 영원토록 그 누구의 흥미도 끌지 못할 것이라는 기분이 들 때조차 글을 써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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