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스페셜 결혼을 선택하지 않는 사람들

결혼은 '의무'가 아니라 '선택'입니다. 동의하시나요?


 과거 결혼이라는 건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하게 살아가는 멋진 이야기로 많은 사람이 축복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결혼을 통해서 정말 행복한 사람보다 오히려 결혼의 부작용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고, ‘차라리 결혼하지 않는 게 더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인식이 바뀌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싶어도 꼭 결혼하지 않아도 된다는 선택지가 등장한 거다. 이른바 동거라고 말할 수 있는 관계로 머무르는 사람도 있지만, 서로에게 부담과 책임이 커지는 결혼이 아니라 연애만 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그중에는 아예 ‘독신주의’를 당당히 선언하기도 한다.


 혹자는 ‘결혼을 안 하는 게 아니라 결혼을 못 하는 거 아니냐?’라며 비혼을 선택하는 사람들을 비꼬기도 하는데, 나는 그 말도 부정할 수 없는 우리 사회의 현실이라고 생각한다. 결혼에 드는 비용만 아니라 결혼을 한 이후에 드는 비용은 이미 오늘날 젊은 세대가 감당하기 너무나 어려운 수준이다.


 이른바 건물주 자손으로 건물에 대한 걱정이 없거나 치열한 경쟁을 포기한 사람이 아닌 이상, 결혼을 하면 발생할 비용에 대해 걱정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 같은 비용은 결혼을 하면서 걱정을 하게 되는 아주 사소한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결혼에는 비용 외에도 많은 걱정 요소가 잠재되어 있다.



 그중 대표적인 잠재요소는 역시 고부갈등, 부부 역할 갈등 등 결혼을 함으로써 생기는 새로운 역할로서 맡게 되는 책임에 대한 갈등이다. 그저 연애를 하면서 지낼 때는 모두가 적절한 선과 예의를 지키면서 배려와 존중을 하지만, 결혼을 해서 ‘한 가족’이 된 이후 조금씩 그 선이 흐릿해지기 시작한다.


 최근에는 많이 바뀌었다고 해도 여전히 가부장적인 가정에서 자라 자신도 모르게 가부장적인 남편이 되어버리는 사람이 적지 않다. 특히 오늘날 세대의 부모님도 대체로 가부장 사회에 익숙해 ‘과거의 행패’를 그대로 부리는 경우도 흔하다. 이혼 사유에서 역할 갈등으로 인한 마찰은 단골 손님이다.


 나는 작은 시법원에서 공익 근무를 한 적이 있다. 당시 이혼을 하러 오는 사람들의 숫자는 상상한 숫자를 가볍게 뛰어넘었다. 작은 시법원에서 이 정도로 많은 사람이 이혼을 하려 찾아오는데, 도대체 큰 대도시에서는 얼마나 많을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한 해 결혼하는 숫자만큼 이혼을 하는 것 같았다.


 이혼을 하는 이유는 외도, 고부 갈등, 성격 갈등 등 모두 ‘역할 수행’에서 오는 갈등이 많았다. 그냥 연애할 때는 겪어도 되지 않는 일을 결혼을 하면 겪게 된다. 특히 부모 세대를 통해 그러한 모습을 번번이 보며 자란 젊은 세대는 신물이 날 수밖에 없고, 자연스럽게 비혼주의로 고개를 돌리게 된다.



 지난 일요일(23일) 방송된 <SBS 스페셜>을 보면 비혼을 선택하고자 하는 젊은 세대는 모두 하나 같이 ‘자신의 삶’을 강조했다. 결혼을 하면서 자신이 누리고 있는 자유로운 삶을 잃어버릴 바에 차라리 결혼을 하지 않고 내 삶을 살겠다고 선언한다. 1+1인 결혼은 비효율적인 일로 여기며 거부한다.


 이런 젊은 세대를 향해서 기성세대는 ‘이기주의’라는 말까지 써가며 비판하기도 한다. 모 정당의 정치인은 “젊은 세대가 자기 혼자 편하려고 결혼을 하지 않는다. 굉장히 이기주의적이다.”라는 말을 하면서 큰 논란이 된 적이 있다. 결혼을 하지 않는 게 정말 그렇게 이기적인 생각인 걸까?


 우리는 지금까지 나의 행복을 위해서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많은 교육을 배워왔다. 오늘날처럼 ‘합리적인 판단’을 하도록 가르치는 교육을 배울수록 우리는 결혼이 굉장히 비합리적인 선택이라는 걸 알게 된다. 혼자 사는 삶도 겨우겨우 살아가는 상황에서 결혼은 마이너스일 뿐이기 때문이다.


 조금 더 여유로운 삶을 살고 싶은 사람들이 늘어나고,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것처럼 소박하게 살아가는 걸 추구하는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결혼을 멀리할 수밖에 없다. 지금 당장 내 손에 쥐고 있는 ‘자유’를 포기하면서 굳이 결혼할 이유를 찾지 못한다. 현실의 결혼은 드라마가 아니니까.



 어쩌면 오늘날 우리가 로맨스 이야기를 많이 찾는 이유 중 하나가 ‘현실에서 결혼은 고생이지만, 이야기에서 결혼은 사랑하는 두 사람의 아름다운 결말’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로맨스 이야기는 항상 ‘끝’나고 난 이후를 다루지 않는다. 그저 두 사람이 행복하게 살았을 것이라고 우리는 추측할 뿐이다.


 현실은 바로 그 뒷이야기가 있다. 사랑하는 두 사람의 결혼은 아름다운 결말이 아니라 본격적으로 두 사람의 사랑이 시험받는 새로운 시작이다. 두 사람이 적절한 선을 지키며 서로를 대한 것과 다르게 서로가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게 되고, 서로 부딪히며 다시금 서로의 선을 맞춰가야 한다.


 만약 이 과정에서 현명하게 선을 맞추면서 존중과 배려를 해나간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서로가 먼저 자신에게 맞춰주기를 바라며 욕심을 부리는 순간 모든 게 뒤틀리고 만다. 좁혀지지 않는 의견 차이는 번번이 갈등으로 부딪힐 수밖에 없고, 그 갈등이 멈출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해지면 이혼을 한다.


 이건 소수의 사례가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례다. 그래서 오늘날 세대는 점차 ‘결혼은 의무가 아니라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이고, 나는 그 선택을 하지 않겠다.’라는 사람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고 생각한다. 당신은 이러한 상황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나도 이제 나이가 29에서 30으로 가고 있다. 어머니는 “넌 연애나 결혼은 안 할 거냐?”라고 자주 물어보시다가 이제는 아예 물어보시지 않는다. 내가 가망이 없기 때문에 포기하신 건지, 아니면, 언젠가 살면서 하게 될 거라 생각하신 건지 알 수 없지만… 그냥 선택을 나에게 맡겨주신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머니 집안 중에는 결혼을 했다가 이혼한 사례가 두 팀이 있고, 이혼에 도달할 정도로 심각한 갈등을 겪은 팀이 두 팀이 있다. 이혼한 두 팀 중 한 팀은 바로 우리 집이다. 어릴 때부터 어머니와 아버지가 부딪히는 모습을 비롯해 끔찍할 정도의 과거를 보낸 그 시절은 누군가와 함께 하는 걸 거부하게 했다.


 나 스스로가 자신의 인생에 대해 온전히 책임을 질 수 없는 사람이, 나 스스로가 다부진 인생을 살 수 없는 사람이 결혼을 하거나 연애를 생각하는 것 자체가 나는 범죄 미수라고 생각한다. 그런 사람은 결혼이나 연애를 생각하지 않고, 나 스스로 인생을 책임질 수 있도록 노력하는 일이 제일 먼저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결혼’ 혹은 ‘연애’라는 걸 하기 위해서도 많은 것이 필요하다. 드라마 주인공처럼 부자거나 혹은 가난해도 서로 함께 지탱할 수 있는 맞물린 사람이 아닌 이상, 결혼과 연애는 행복의 시작이 아니라 비극의 시작에 불과하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지금의 나에게 온전히 투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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