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완벽한 타인, 스마트폰으로 그린 군상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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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스마트폰을 어디까지 공개할 수 있는가?


 우리가 자주 이용하는 스마트폰은 굉장히 편리한 도구이지만, 우리의 비밀을 낱낱이 파헤칠 수 있는 위험한 도구이기도 하다. 내 스마트폰은 내가 구글에서 검색한 검색 이력을 비롯해 언제 어디에 갔는지 정확히 기록되어 있다. 사람의 입은 거짓말을 하더라도 스마트폰의 기록은 진실을 말한다.


 그래서 요즘 범죄 조사에서 범인의 증거를 찾기 위해서 스마트폰 분석을 하는 경우도 많다. 대표적인 사례로 범인의 범행에 어느 정도 고의성이 있었는지 알아보기 위해 스마트폰을 분석하는 경우다. 스마트폰 검색 이력을 통해 무엇을 조사했는지 파악하는 것만으로도 큰 증거가 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을 통해 우리는 사고에 도움을 받는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스마트폰이 우리의 사고를 지배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렇게 스마트폰은 점점 우리의 사소한 개인 정보조차 기록되어 마치 ‘또 하나의 나’가 되어가고 있다. 만약 이 스마트폰을 누군가에게 공개하는 일이 있다면 어떻게 될까?


 스마트폰을 공개하는 일은 가까운 가족, 연인 사이에서도 쉽지 않은 일이다. 스마트폰은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라도 알리고 싶지 않은 비밀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굳이 큰 비밀이 아니라도 사소한 잘못을 감추기 위한 거짓말 하나가 때때로 가족, 연인 사이에 큰 갈등을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12월 31일을 맞아 집에서 혼자 VOD 서비스로 시청한 영화 <완벽한 타인>은 바로 그 스마트폰의 특징을 이용한 영화다.



 <완벽한 타인>이 개봉할 당시에도 워낙 인기가 많아서 ‘꼭 한번 봐야지’ 했는데, 막상 대학 일정이나 개인 일정이 바빠 미처 보지 못했다. 그러다 이번에 마침 시간이 되어 영화 <완벽한 타인>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완벽한 타인>은 ‘스마트폰’이라는 소재 하나로 인간관계의 군상극을 놀랍게 그렸다.


 이야기 시작은 화목한 집들이다. 어릴 때 같이 자란 친구들이 34년이 흐른 어른이 되었고, 어른이 된 인물들은 집들이를 위해 한 친구의 집에 모인다. 뭔가 서로의 말에서 살짝 신경을 건드리는 부분이 있기도 했지만, 집들이 시작은 화목한 분위기에서 진행되어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집들이였다.


 화목한 집들이는 “스마트폰을 공개하자.”라는 말 한마디에 돌변하기 시작한다. 스마트폰은 너무나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어서 개인이 꺼내기 쉽지 않은 비밀도 기록되어 있는데, 과연 그 비밀을 과감히 밝힐 수 있는지 서로 테스트해보자며 게임을 제안한 거다. 당연히 처음에 당사자들은 거절하려 했다.


 하지만 묘하게 분위기가 거절할 수 없는 분위기가 되어버리자 친구들은 모두 스마트폰을 공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첫 문자부터 긴장감이 팽배하게 흘렀지만, 장난이라는 사실이 밝혀지자 ‘ㅋㅋ’ 웃을 수 있을 정도로 분위기가 가벼웠다. 분위기가 가벼웠던 건 여기까지 다음부터는 장난 아니었다.



 스마트폰을 통해 하나둘 밝혀지기 시작한 비밀은 아주 절친인 친구들 사이를 서서히 갈라놓기 시작한다. 가장 가까운 부부 사이에서 숨기고 있는 비밀, 남자들은 흔히 말하는 ‘부랄 친구’라고 말할 수 있는 친구 사이에 숨기고 있는 비밀이 하나둘 드러나기 시작하며 이야기는 파국을 향해 거침없이 달린다.


 영화를 보는 내내 ‘미쳤다. 이거 완전히 미친 거 아냐?’라는 말이 저절로 나왔다. ‘스마트폰 공개’ 하나만으로 인간관계가 엉망진창이 되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겠지만, 적어도 지금의 우리가 쌓아온 대외 이미지 하나는 망치기 쉬운 비밀이 숨겨져 있을 거다. 바로, 그런 모습이 영화에서 거침없이 그려진다.


 비밀이 밖으로 드러나는 걸 통해 그동안 쌓인 오해가 풀리는 것 같기도 했지만, 이윽고 오해조차 아닌 비밀이 드러나며 ‘막장’이라는 말로만 설명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치닫는 이야기. 영화를 보는 내내 주인공들이 처한 상황에서 웃기도 하고, 아연실색하기도 했다. 어쩌면 이렇게 그릴 수가 있을까?


 영화 <완벽한 타인>은 스마트폰 하나를 통해 인간의 군상극을 그린 영화다. 그것도 아주 재미있게 거침없이 신랄한 풍자를 통해 어쩌면 우리가 겪고 있을지도 모르는 인간관계를 그렸다. 덕분에 이야기는 재미있으면서도 얼굴을 굳어지게 했다. 과연 우리는 스마트폰을 가족, 연인, 친구에게 공개할 수 있을까?


 뭐, 나처럼 친구가 별로 없는 사람들은 딱히 공개할 사람도 없고, 스마트폰으로 하는 건 간간이 하는 게임 혹은 글을 쓰는 자료 검색, 뉴스를 읽는 것밖에 없어서 문제가 없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스마트폰은 미처 우리가 떠올리지 못한 비밀을 갖고 있을지도 모르니 두려운 존재인 건 분명하다. (웃음)


 영화 <완벽한 타인>은 굉장히 웃긴 영화였지만, 마냥 웃을 수만도 없었던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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