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 베트남 축구 스즈키 컵 우승!

마! 이게 진짜 외교라는 거다!


 어제 토요일 밤 저녁 시간대에 어떤 드라마보다, 어떤 스포츠보다 주목받은 하나의 축구 경기가 있었다. 그 축구 경기는 우리의 손흥민이 활약하는 EPL 리그도 아니고, 우리나라가 일본과 치열하게 맞붙는 한일전 경기도 아닌, 조금 낯설지만 이름은 분명히 우리 머릿속에 있는 베트남의 시합이었다.


 베트남이 2008년 이후 10년 만에 우승에 도전하는 동남아시아 스즈키 컵 결승전은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일이 벌어졌다. 바로, 한국 공중파 채널인 SBS가 직접 생중계로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두 나라가 치르는 경기를 생중계하기로 한 거다. 공중파에서 다른 나라의 축구 시합을 생중계를 하다니?


 단순히 생각하면 무척 어려운 일임에도 불구하고, SBS의 이 선택은 신의 한 수로 통하면서 많은 호평을 받았다. 타사가 드라마를 방영할 시간에 베트남 축구를 중계하며 높은 시청률을 잡았고, 마치 한국, 아니, 어쩌면 한국 축구보다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본 베트남 축구 경기에 대한 반응도 뜨거웠다.


 베트남은 말레이시아와 결승전에서 0:0으로 비기거나 1:1로 비기기만 해도 우승을 차지할 수 있는 유리한 조건에 있었다. 그런데 전반 6분 만에 선제골을 터뜨리면서 분위기는 후끈 달아오르며 ‘베트남 우승 가자!’라는 응원 메시지가 인터넷 생중계 채팅창에서 쉴새 없이 쏟아지는 모습이 그려졌다.


 그리고 마침내 베트남은 1:0의 스코어를 90분 남짓한 시간 동안 지켜내며 기어코 승리로 우승을 확정했다. 무승부로도 우승이 가능한 상황이지만, 역시 시합에서는 ‘이겨서’ 확실하게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일이 가장 벅찬 법이다. 시합이 끝났을 때 박항서 감독과 베트남의 분위기는 실로 대단했다. 



 베트남은 스즈컵에서 우승한 덕분에 2019년 아시안컵에서 한국과 맞붙게 된다고 한다. 한국인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과 한국 대표님의 승부는 지난 아시안컵에서도 벌어진 적이 있었는데, 당시에도 많은 사람이 놀라울 정도의 관심을 보였다. 그리고 이제 다시 그 역사는 두 번째를 향해 발을 내디딘다.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에서 이룬 놀라운 결과는 베트남 내부에서 한국에 대한 호감에 큰 영향을 미쳤고, 한국 내부에서 베트남에 대한 호감 역시 큰 영향을 미쳤다. 포털 기사 댓글 창에는 많은 사람이 일하지 않고 노는 국회의원 수백 명보다 박항서 감독 한 명이 더 외교관 역할을 뛰어나게 수행했다고 말한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좀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마! 이게 진짜 외교라는 거다!’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로 베트남에서 부는 박항서 감독의 신드롬은 현재진행형으로 놀라운 결과를 만들 것으로 생각한다. 물론, 외교라는 게 축구 하나로 모든 걸 해결할 수 없겠지만, 문화 교류는 외교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그동안 한국에서 베트남에 대한 시선은 솔직히 곱지 않았다. 과거 한국 사람들이 베트남에서 저지른 만행도 여전히 일본이 위안부 사실에 대해 후손들에게 쉬쉬하고 있는 것과 똑같이 침묵하며 ‘우리는 그런 적 없다.’고 발뺌하고 있고, 베트남에서 일하러 온 노동자에 대한 인식과 차별도 좋지 않다.



 아마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논제를 이야기하자면 끝도 없을 거다. 즉, 그만큼 한국과 베트남은 이름을 서로 잘 알더라도 낯설고 먼 나라에 불과했다. 하지만 베트남 축구 대표팀을 이끄는 박항서 감독의 마법은 역사적 혹은 사회적인 문제를 내려놓고, 어쨌든 두 나라가 마주 보며 웃게 해주었다.


 마주 본 상대가 서로에 호감을 느끼고 미소를 지을 때, 그동안 처리하지 못한 문제를 하나둘 처리하며 서로 미래지향적인 관계가 될 수 있는 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박항서 감독이 일군 결과에 노는 국회의원보다 훨씬 더 가치 있는 일을 수행했다고 평가할 수 있는 거다.


 아니,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자. 우리가 이토록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의 성공에 열광하는 이유는 한국 축구계에서 외면당한 박항서 감독이 놀라운 성과를 내며 사이다 같은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것, 그리고 변방 축구 혹은 축구 약소국으로 불리는 베트남이 반전 결과를 이뤄낸 과정 때문이다.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베트남에서 일어나는 박항서 신드롬을 이해하기 충분하고, 박항서 감독과 베트남 축구의 스즈키 컵 우승에 최고의 갈채를 보내며 함께 환호하기 충분하다. 그래. 그거면 된다. 그리고 베트남과 한국 시민은 서로의 나라와 문화에 호기심 혹은 호감을 품은 것으로 충분한 소득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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