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끼줍쇼 레드벨벳 슬기 웬디와 함께 한 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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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끼줍쇼 공덕동에서 들은 우리의 사는 이야기


 이제는 많은 시청자의 사랑을 받으며 JTBC 장수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은 <한끼줍쇼>에 빨간 맛으로 큰 화제를 끌었던 레드벨벳의 슬기와 웬 디가 출연했다. 레드벨벳은 평양에서 공연했을 정도로 그 존재감이 남다른 그룹인데, <한끼줍쇼 109회>에서도 남다른 모습과 에피소드를 보여주었다.


 두 사람이 함께 들린 장소는 공덕으로, 이 곳은 과거 VIP 도로(김포공항~광화문~청와대)로 자리를 잡으면서 기업이 많이 들어와 있다가 공항철도와 지하철의 배치로 급속도로 성장한 곳이라고 한다. 과거 서울을 방문했을 때 작은아버지 댁이 바로 여기 근처에 있어서 한 번 신세를 진 적이 있다.


 하지만 그때는 벌써 8년 전의 이야기라 제대로 기억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데, 이번에 <한끼줍쇼>를 통해 내가 보지 못했던 공덕동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설마 내가 갔던 ‘공덕’이라는 곳이 그렇게 많은 에피소드를 가지고 있었을 줄이야. 역시 어떤 장소라도 보는 시선에 따라 달리 보이는 법이다.


 <한끼줍쇼 109회>에서 본 인상 깊게 본 이야기는 레드벨벳 슬기와 웬디에게서 들은 ‘사는 이야기’와 이경규와 슬기 팀이 한 끼를 얻어먹은 오피스텔에서 들은 사람들의 사는 이야기다. <한끼줍쇼>의 커다란 장점 중 하나는 이렇게 자연스럽게 출연진과 게스트, 한 끼 식구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거다.



 레드벨벳의 슬기는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연습생 생활을 시작해서 지금의 자리에 왔다는 걸 <한끼줍쇼>를 통해 처음 알았다. 역시 성공에는 무엇하나 쉬운 게 없다는 걸 새삼스레 느꼈는데, 이경규와 함께한 한 끼 준 집에서 들은 공통된 사는 이야기는 살짝 쓴웃음을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인 이야기가 있다.


 바로, 이경규가 말한 “우리나라는 독립할 수가 없어요.”라고 말한 부분이다.


 뉴질랜드에서는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대부분 독립한다고 말한 이야기가 참 놀라웠다. 뉴질랜드만 아니라 유럽 쪽은 대체로 그런 경향이 짙다. 왜냐하면, 처음부터 철저히 ‘독립’을 목적으로 성인이 되어가는 시기를 준비하고, 나라에서도 그런 청년을 위해서 크고 작은 지원을 아끼지 않기 때문이다.


 뉴질랜드에서는 독립 지원금으로 학생들에게 정부가 매달 생활비를 지원해주고, 대학교 1학년은 완전히 등록금 면제를 해주는 제도를 지난 2018년부터 시행하고 있다고 한다. 이 제도는 역시 세계 어느 나라가 겪고 있는 고령화와 저출산 속에서 청년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목적이 있었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취지의 내용을 정부에서 추진하려고 했지만, 기득권의 극심한 반대로 법안이 제대로 만들어지는 것조차 힘들었다. 지금도 최저임금을 올리는 데에 굉장히 냉소적으로 대하고, 기업 간의 거래에 있어 불공정 계약을 바로 잡는 데에는 득달같이 달려들어서 반대의 목소리를 낸다.


 그러면서도 자신들의 연봉을 올리는 국회의원의 수준을 보면, 참 우리나라는 어쩔 수 없는 삼류 국가라는 사실을 체감할 수 있다. 이런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떵떵거리지 못하도록 할 수 있는 게 시민이다. 하지만 우리 시민은 지난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개헌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지 못하며 기회를 잃어버렸다.


 더욱이 최저임금 문제만 하더라도 자영업자들이 반대하고 나서면서 요지부동이었다. 자영업자가 최저임금 때문에 힘든 사실은 어머니가 자영업자라 나도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이렇게 최저임금조차 살 수 있는 수준으로 맞추지 못하는 국가가 청년을 위한 지원을 해주는 건 더욱 어려운 법이다.


 최저임금을 올리더라도 정부가 중소기업을 지원해주고, 그 지원금을 투명하게 관리해서 정기적으로 국가 기관에 의해 감사를 받고, 중소기업과 거래하는 대기업과 관공서 간의 불공정 계약을 바로 잡아 오래전부터 멈춰있는 ‘오른 물가에 맞춰 올리지 못한 납품 단가’를 올릴 수 있는 과정이 필요하다.


 하나하나 고쳐야 할 부분이 많아 시간이 걸리는 이 일을 한국 시민들은 기다리지 못한다. 오늘 A/S 센터에 전화해서 당장 오후, 늦어도 내일 오전에 오기를 바라는 한국 시민들의 ‘빨리빨리’ 성격은 한국 정치가 제자리걸음을 하게 하는 원인 중 하나다. 그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가 사립 유치원 사건이다.


 나라에서 지원한 지원금을 유치원 운영과 아이들을 위해 사용하지 않고, 자신의 개인적 이익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사유재산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과 그 사람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야당. 딱 이 수준이 우리 한국 정치 수준인 거다. 이런 국회의원과 이런 기득권이 득세하는 나라에 미래가 있을까?



 <한끼줍쇼 109회>에 출연한 웬디는 직접 돈을 벌어보면서 돈을 버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 부모님 세대가 얼마나 자신을 희생해서 자식을 뒷바라지 해주었는지 느낄 수 있었다고 밝혔다. 나도 대학 졸업을 앞두고 ‘경제적으로 완전히 독립해 한 사람 몫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느끼고 있어 참 공감이 되었다.


 일본에서는 ‘一人前(이치닌마에)’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어떤 사람이라도 한 사람의 몫을 해야 한다는 뜻으로, 일본의 졸업식에서 들을 수 있는 가장 흔한 말 중 하나다. 한 사람의 몫을 하기 위해서 자신을 갈고닦아 경제적 독립을 이루는 일. 일본에서도 이 일은 굉장히 중요한 일 중 하나로 여겨진다.


 하지만 일본도 극심한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어려움과 오랜 경기 불황으로 부모님의 저택에서 독립하는 일이 힘들었다. 최근에야 경기가 살아나면서 누구나 취업을 하고, 이제야 한 사람의 몫을 하는 이치닌마에를 소화하는 상태다. 일본보다 조금 늦다는 한국은 과연 일본처럼 나아질 수 있을까?


 그저 예능 프로그램 <한끼줍쇼> 한 편을 보면서 이렇게 많은 생각을 한다는 게 살짝 우습기도 하다. 하지만 이게 또 나라는 사람이고, <한끼줍쇼>에서 만난 레드벨벳의 슬기와 웬디가 가진 밝은 웃음에 담겨 있는 사는 이야기와 공덕동에서 만난 한 끼 식구의 사는 이야기가 가진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본디 사람은 나와 비슷한, 나와 멀어도 함께 어려움을 겪은 사람들의 사는 이야기에 공감하며 ‘나는 어떤가?’라는 고민을 해보기 마련이니까. 그래서 나는 JTBC 프로그램인 <한끼줍쇼>가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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