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닷 부모 사기죄 논란, 잠정 은퇴할까?
- 문화/문화와 방송
- 2018. 11. 24. 08:00
논란 속 마이크로닷 앞에 놓인 두 가지 선택지, 팔자대로 살거나 바로 잡거나
연예인의 개인 일탈이 사회적 논란이 되어 도마 위에 오른 적은 있지만, 연예인 부모의 개인 일탈이 도마 위에 오른 일은 꽤 드문 일이다. 결혼을 앞둔 장윤정이 부모님과 갈등으로 큰 논란이 일기도 했고, 연예인이 아닌 유명 메이저리그 한국 선수인 추신수의 아버지도 사기죄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렇게 유명인의 직계존속 관계에 있는 가족이 문제가 될 때는 본인과 관련이 없어도 도덕적 책임을 깊이 느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가족을 대신해 자숙한 시간을 가지면서 사과를 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가족과 진실 공방을 벌이면서 영영 가족과 뒤돌아서는 일을 선택하기도 한다.
항상 더 가지고 싶은 욕심 때문에 가족과 등지는 일이 발생하는 게 작금의 현실인 것 같다. 이번에 화제가 되고 있는 연예인 마이크로닷 부모님의 사건도 그 욕심 때문에 발생한 악질적인 사건이다. 그들은 무려 20여 년 전에 사람들을 속여 모은 억대의 돈을 가지고 뉴질랜드로 도주한 혐의를 받고 있다.
마이크로닷 본인은 부모님의 범죄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상태로 있다가 TV 프로그램 <도시어부>에 부모님과 함께 출연했다가 부모님의 범죄가 얼마나 심각한 사안인지 알게 되었다. 처음 논란이 일어날 때는 악의적인 루머에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말했지만, 피해 사실이 명확해지자 사죄의 뜻을 전했다.
하지만 이 문제는 사죄의 뜻을 전한다고 해결할 수 있는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20여 년 전에 마이크로닷 부모가 사기를 쳐서 가지고 달아난 돈은 어떤 사람에게는 목숨 같은 돈이고, 어떤 사람에게는 연대보증 책임으로 한 가정을 파탄으로 몰고 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 문제는 너무나도 심각했다.
이에 사람들은 마이크로닷 본인이 부모님이 훔친 돈으로 잘 먹고 잘살면서 지금의 위치에 도달했으니, 본인도 간접적인 책임을 져서 피해자들에게 보상을 해주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른바 연좌제가. 급격히 부상한 거다. 어떻게 보면 너무나 당연한 주장으로 여겨지는 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에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부모의 잘못을 자식이 책임질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다. 확실히 마이크로닷 부모가 사기를 쳐서 뉴질랜드로 도피할 때, 그는 겨우 네 살에 불과해 부모가 저지른 범행 사실을 인지하기 어려웠다. 만약 부모가 저지른 범죄 사실을 알았다면, 절대 방송에 얼굴을 드러내지 않았을 것이다.
자신의 부모가 다른 사람과 가정의 피 같은 돈을 훔쳐서 자신과 가족이 호의호식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방송에 얼굴을 보였다면, 그건 심각하게 사이코패스 질환을 의심해보아야 할 수준이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죄책감과 혹시나 모를 걱정과 두려움으로 결코 그 같은 일을 저지를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마이크로닷 부모의 사기 범죄는 사람들 사이에서 큰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그동안 마이크로닷은 음악과 방송에서 이름값을 조금씩 높여가고 있었다. 어쩌면 이번 사건은 그에게 있어서 가장 큰 위기이지만, 잘 헤쳐나간다면 큰 기회가 될 수 있는 사안이기도 하다.
그가 자신의 부모님을 경찰 조사에 강제 출석을 시켜 죄에 대한 대가를 받게 하거나 직접 자신이 피해자들에게 피해보상을 하고, 모두 앞에 서서 사과의 뜻을 전한다면 응원의 메시지가 쏟아질 가능성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적지 않은 부담과 책임을 짊어져야 한다.
마이크로닷 자신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지금 여론에 간간이 비치는 그의 행방을 보면, 부모님과 마찬자기로 잠적을 탈 확률도 낮지 않을 것 같다. 과거 드라마 <김 과장>에서는 분식 회계로 사기 행위를 벌이는 회장의 사건에서도 이와 비슷한 장면이 있었다. 그 당시 대사를 옮기면 다음과 같다.
“판석아. 네 아버지 돈을 뺏으려고 하는 게 아니라 원래 있는 곳으로 돌려 놓으려하는 것 뿐이야.”
“예전에도 말했지만, 네가 하기 싫으면 안 해도 돼. 세월이 지나 다음에 네 아버지 돈으로 떵떵 거리며 살아도 괜찮다고. 나 아무 말도 안 할게. 그게 니 팔자니까.”
“저… 그런 팔자로 살기 싫어요.”
“그래? 싫어?”
“네.”
“그럼, 나 좀 도와줘. 니 팔자 절대 부끄럽지 않게 만들어줄게.”
어떻게 보면 지금 마이크로닷이 처한 상황이 드라마 <김 과장> 마지막 회에서 볼 수 있었던 장면과 똑같은 상황이다. 마이크로닷은 그냥 지금 침묵하면서 책임을 회피하며 세월이 지나 아버지 돈으로 떵떵거리며 살 수 있다. 조금 쪽팔리고, 양심이 찔리지만, 어릴 때부터 지낸 그대로 지낼 수도 있는 거다.
그게 바로 훔친 수저로 금수저 삶을 살아온 마이크로닷의 팔자다. 이 팔자를 우리가 나무랄 수는 없다. 도덕적으로 비난할 수 있어도 본인이 “우리 부모님 탓이지, 난 죄가 없다.”고 말하면 그걸로 그냥 끝인 거다. 과연 마이크로닷은 <김 과장>의 박판석처럼 부끄럽지 않은 선택을 해낼 수 있을까?
경찰이 인터폴 적색수배 요청까지 한 상황에서 앞으로 마이크로닷이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삶을 살아가게 될지는 지켜볼 일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딱 여기까지. 그가 선택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밖에 없다. 어차피 훔친 돈이 있으니 한국에서 모든 활동을 접을지 말지는 오로지 그의 몫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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