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내가 가장 좋아했던 추석 선물 세트

다가오는 추석, 여러분은 어떤 추석 선물 세트가 가장 기억에 남나요?


 이제 한 해를 마무리하기 위한 명절 한가위가 약 2주 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 다가오는 추석을 맞아 추석 선물 세트를 미리 판매하기 위해서 대형 마트와 쿠팡 등 인터넷 쇼핑 사이트는 발 빠르게 소비자를 노린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할인 쿠폰, 포인트 적립, 경품 추첨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나는 어릴 때부터 추석 같은 명절을 썩 반기지 않았다. 왜냐하면, 사람 울렁증을 겪는 나에게 느닷없이 친척이라고 해서 별로 친하지 않은 사람들끼리 모이는 일은 힘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 가정이 사이좋은 가정이 아니라 명절 때마다 매번 부딪히며 욕설이 나왔으니 더 싫어질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그때와 비교하면 많은 게 변했지만, 그래도 나는 여전히 추석 같은 명절이 썩 좋지만 않다. 별로 친하지 않은 건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이고, 조금 더 적극적으로 나가려고 해도 나는 역시 사람들끼리 부대껴야 하는 상황이 달갑지 않다. 여전히 추석 같은 명절에는 집에서 존버하는 게 최고다.


 하지만 이런 나라도 추석을 맞아 반가운 게 한 가지 있다. 바로, 추석 때마다 들어오는 추석 선물 세트다. 추석 선물 세트에는 샴푸, 콩기름 등 일상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생활용품만 아니라 참치 통조림, 스팸 같은 반찬으로 먹기 좋은 식료품이 있다. 그중에서도 스팸 선물 세트는 가히 최강이었다.



 위 사진이 지난번에 받은 스팸 선물 세트다. 반찬으로 먹을 수 있는 스팸이 이렇게 한가득 들어가 있는 선물 세트를 어머니가 손에 쥐고 돌아왔을 때의 기분은 뭐라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았다. 그냥 고깃집에 가서 삼겹살을 구워 먹는 것보다 집에서 스팸 한 개를 구워 먹는 게 더 좋았기 때문이다.


 나는 추석을 맞아서 하는 명절 음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튀김 종류는 맛있게 먹을 수 있지만, 굳이 며칠이고 고집해서 먹고 싶은 건 아니다. 요즘에는 명절 식탁 메뉴도 현대에 맞게 바뀌어 햄버거와 치킨 같은 음식이 올라온다고 해도 그 당시에는 어린아이 입맛에 맞지 않은 음식이 제법 많았다.


 그렇기 때문에 당연히 스팸 선물 세트처럼 맛있게 먹을 수 있는 햄 반찬이 들어오는 건 두 손 들고 환영할 정도로 좋았다. 어머니가 거래처에서 받았다며 혹은 아는 분이 주고 갔다며 스팸 선물 세트를 들고 올 때는 입이 저절로 귀에 걸렸다. 추석 음식을 다 처리하면 다음은 스팸을 먹을 수 있었으니까.


 스팸 선물 세트와 반대로 가장 달갑지 않았던 선물 세트는 역시 치약 선물 세트다. 어머니는 한 브랜드의 제품만 고집하시기 때문에 치약 선물 세트를 받으면 늘상 치약은 사용하지도 않고, 항상 자리만 차지하면서 장식되어 있을 뿐이었다. 어쩌다 치약이 떨어지거나 여행을 갈 때만 종종 사용했다.



 스팸 선물 세트 다음으로 좋았던 선물 세트는 역시 동원 참치가 들어있는 참치 선물 세트라고 생각한다. 참치는 참치 찌개를 하는 데에 사용할 수도 있고, 밥맛이 없을 때는 계란프라이를 하나 해서 마요네즈와 함께 참치를 넣어서 밥을 비벼 먹으면 정말 더 말이 필요 없다. 그때 그 맛을 기억하고 있는가?


 대학생이 된 지금도 종종 나는 밥맛이 없을 때는 계란 프라이를 한 개 반숙으로 익혀서 마요네즈와 함께 밥을 비벼 먹는다. 거기에 스팸을 하나 사서 구워 먹으면 금상첨화다. 누군가는 건강에 좋지 않다고 말하고, 그래서 네가 살찌는 거라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이런 사치도 때때로 필요한 법이다.


 가끔 뉴스를 보면 한우 선물 세트가 나가지 않는다며 경기 침체 운운할 때가 많다. 그런 소식은 스팸 선물 세트가 명절최고의 선물 세트였던 나에게는 기가 막힌 이야기다. 한우 선물 세트를 사서 선물을 주고 받는 가계는 도대체 얼마나 돈이 많은 부자야 가능한 걸까? 정말 경기와 영향이 있는 걸까?


 나는 서민 경제가 무너졌다고 지표를 말하기 위해서는 한우 선물 세트 판매량이 아니라 스팸 선물 세트 같은 상품의 판매량을 지표로 제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서민의 식탁에서 맛있는 반찬으로 되어준 스팸 선물 세트가 한우 선물 세트보다 우리 서민 경제를 운운하기 딱 맞는 지표일 것이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어릴 때 가장 좋았던 추석 선물 세트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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