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 직장인을 위로하는 일본 영화
- 문화/문화와 방송
- 2017. 10. 23. 07:30
월요일이 가장 괴로운 직장인을 위한 일본 영화,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
인생을 산다는 것은 마냥 행복할 수만 없는 일이다. 인생을 살다 보면 절대 우리가 원하지 않은 불행과 시련이 우리를 찾아와서 지독할 정도로 우리를 괴롭힌다. 특별한 일 없이 반복되는 일상은 오래전부터 우리가 ‘웃음’이라는 걸 잃어버린 일상이 되어버렸고, 우리는 월요일 아침이 그 어느 때보다 괴롭다.
직장인들에게 가장 괴로운 순간은 주말이 끝나는 일요일 저녁과 다시 회사로 나가야 하는 월요일 아침이라고 말한다. 사실, 이건 직장인에 한해서 겪는 일이 아니다. 학교에 가서 미친 듯이 공부만 쫓아야 하는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전 세대를 아울러 ‘월요병’이라는 단어가 익숙해졌다.
오늘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어떤 월요일 아침을 맞고 있는가? 지금 당신이 발걸음을 옮겨야 하는 곳이 무척이나 즐거운 곳이라 깡충깡충 뛰면서 횡단보도를 건널 정도의 기분인가? 아니면, 조금이라도 더 쉬고 싶다고 생각하며 도무지 떼어지지 않은 발을 무겁게 옮기며 보는 사람마저도 어두운 기분인가?
나는 이 글을 토요일(10월 21일)에 적고 있지만, 월요일 아침을 맞이하는 일이 썩 반가울 수가 없다. 왜냐하면, 월요일(23일)부터는 대학 중간고사 시험이 시작하기 때문이다. 시험을 맞아 나는 ‘무조건 B+이상은 받아야 한다.’라는 강박에 가까울 정도로 전혀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스트레스를 받는다.
학생이 아닌 직장인은 또 다른 스트레스 속에서 월요일 아침을 맞이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감과 아침부터 듣는 상사의 설교,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 새로운 일에 대한 적응 등의 문제는 과감히 사표를 내고 나에게 맞는 일을 찾고 싶어도, 현실이라는 게 늘 우리를 막는다.
오늘 소개하고 싶은 일본 영화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는 이러한 월요일 아침을 맞이하는 우리가 조금은 위로받을 수 있는, 지쳐버린 일상 속에서 고개를 들어 파란 가을 하늘을 바라볼 수 있는, 자연스러운 미소를 잊어버린 우리가 조금은 솔직하게 웃을 수 있도록 해주는 영화다.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의 주인공 아오야마는 이른바 블랙 기업에 취업한 직장인이다. 그는 사회에 나와서 취업하기 위해 갖은 애를 썼지만, 자신을 받아주는 곳을 쉽게 찾지 못했다. 그러다가 채용 연락을 받은 곳이 지금 일하는 곳이었다. 영화 속 아오야마는 정말 흔한 직장인의 모습이다.
영화를 통해 본 아오야마는 직장의 설교를 듣는 일로 시작해 야근 수당도 받지 못하는 야근을 하며 괴로워하고 있었다. 아오야마는 집으로 돌아오는 전차를 타기 위해서 플랫폼에 들어섰을 때, 간절히 ‘쉬고 싶다.’고 생각하며 천천히 눈을 감으며 승강장에 떨어지려고 서서히 기울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 하와이 티셔츠를 입은 한 청년이 아오야마를 붙잡으면서 “오랜만이다! 나야, 야마모토야!”라며 특유의 밝고 높은 오사카 사투리로 말을 건넨다.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의 또 다른 주인 공인 야마모토의 등장이다. 아오야마는 적극적으로 나서는 야마모토를 따라 술집에 들어가게 된다.
이때부터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의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한다. 아오야마는 지나치게 밝은 야마모토의 영향을 받아 조금씩 웃게 되고, 그와 함께 보내는 시간을 통해서 굉장히 오랜만에 하늘을 올려다본다. 죽은 눈을 한 채로 살아가던 아오야마에게 다시 눈에 빛이 돌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과정은 그렇게 오래가지 않았다. 아오야마는 자신이 반년 동안 열심히 노력해 겨우 얻은 거래처의 상품 발주에 석연치 않은 실수가 생겨 큰 난관에 부딪힌다. 그는 화산이 폭발하는 것처럼 화를 내는 부장에게 시달리고, 모두에게 사과하라는 말에 무릎을 꿇고 비는 도게자를 해야 했다.
아오야마는 이 사건을 계기로 다시 웃음을 잃어버린다. 아오야마는 자책하며 무척 괴로워한다. 아마 회사에서 크고 작은 실수로 물의를 겪은 적이 있는 사람은 아오야마의 기분을 십분 이해하지 않을까? 영화관에서 그가 도게자를 하는 장면을 볼 때, 영화관 구석구석에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다.
무너질 뻔한 아오야마를 다시 일으켜 세워준 것은 역시 야마모토다. 그는 아오야마에게 직장을 옮겨 보는 건 어떠냐고 말하지만, 아오야마는 미래를 생각하면 정사원이 아니면 안 된다고 말한다. 역시나 일본도 정사원, 즉, 정규직은 아무리 힘들어도 쉽게 포기해버릴 수 없는 위치에 있는 것 같았다.
영화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는 이 장면을 분기점으로 하여 서서히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한다. 자신의 동창이라고 알고 있었던 야마모토는 사실 동창 야마모토와 다른 인물이었고, 야마모토가 가진 비밀을 알아가며 아오야마는 화들짝 놀라기도 했다. 이 장면은 영화에서 재미있게 표현되었다.
야마모토가 왜 아오야마에게 접근했고, 아오야마가 야마모토를 통해 무엇을 깨닫게 되었는지가 영화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가 보여주는 이야기다. 아오야마가 야마모토를 알아가는 과정을 통해서 회사를 그만둘 결심을 하고, 그동안 잊고 지낸 소중한 사람들과 자신이 지닌 삶의 가치를 보게 된다.
영화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는 소설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과 마지막 장면이 달랐다. 원작 소설을 읽은 나로서는 회사를 그만둘 때의 아오야마의 강한 모습을 보지 못한 것이 살짝 아쉽기도 했지만, 영화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가 보여준 결말 또한 절대 나쁘지 않았다.
영화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의 결말도 소설만큼이나 매력적인 결말이었다. 파란 하늘과 파란 바다가 맞닿은 새하얀 모래사장을 천진난만하게 웃으면서 달리는 아오야마를 눈으로 좇는 야마모토가 혼잣말로 ‘인생은 그렇게 나쁘지만 않아.’라고 중얼거리는 장면은 최고였다. 굉장히 잘 어울렸다.
나는 이 영화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를 월요일이 마냥 괴롭고, 금요일이 되어야 겨우 맥주 한 잔을 하며 씁쓸한 웃음을 홀로 짓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영화의 주인공들을 통해 위로를 받는 것을 뛰어넘어, 잠시 가을 하늘을 올려다보며 내 삶을 위한 한 걸음을 내디딜 수 있었으면 좋겠다.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는 영화도 좋지만, 소설은 더 좋으니 꼭 소설도 읽어보기를 바란다. 한국에서 일본 영화는 일찍 스크린에서 내려오니 어쩌면 소설을 찾아서 읽는 게 더 빠를지도 모른다. 마지막으로 영화에서 다 보여주지 못한 소설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 속 한 장면을 남긴다.
“나는 세상을 바꿀 수 없습니다!”
다들 잠시 숨을 멈추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바꾸기는커녕 이 사회 하나, 이 부서 하나, 마주한 사람 한 명의 마음조차 바꿀 수 없는, 이토록 보잘 것 없고 장점 하나 없는 인간이 나예요.”
어느새 눈물이 치밀어 올랐다.
“하지만 이런 나라도 한 가지만은 바꿀 수 있어요. 바로 내 인생입니다. 자신의 인생을 바꾸는 것은 어저면 주변의 소중한 누군가의 인생을 바꾸는 것과 이어져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걸 깨닫게 해 준 사람이 있어요. 제게는 친구도 있어요. 걱정해주는 부모님도 계세요. 아직은 나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도 뭘 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뭘 하더라도 좋아요. 그저 웃으면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갈 겁니다. 스스로에게 거짓말하지 않으며 살아갈 겁니다. 스스로에게 거짓말하지 않으며 살아갈 겁니다. 부모님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갈 겁니다. 그것만으로 충분해요. 지금의 제게는 그것이 전부입니다.”
이야기를 전부 마치고 몸을 깊이 숙여 인사했다.
“지금까지 신세 많이 졌습니다.” (본문 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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