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 마음을 흔드는 글쓰기의 비밀
- 문화/문화와 방송
- 2017. 10. 30. 07:30
독일 아마존 글쓰기 분야 20년 연속 베스트 셀러, 소설가를 꿈꾼다면 꼭 읽어야 할 책
우리는 어릴 때부터 글쓰기를 접한다. 제일 먼저 언어를 배우면서 우리는 자신의 의사 표현을 위해서 글을 쓰고, 조금씩 머리가 커지기 시작하면 부모님이 사주신 그림 일기장에 낙서 같은 그림과 나만의 이야기를 적는다. 처음에는 “고기가 맛있었다.”로 시작해 “육즙이 풍부한 고기가 맛있었다.”로 변한다.
점점 우리가 아는 단어가 늘어가는 동시에 새로운 경험이 쌓이면서 우리가 글로 표현할 수 있는 것도 함께 늘어간다. 비록 초등학교 시절에는 억지로 일기장을 써야 했지만, 일기를 쓰는 데에 재미가 붙어 글쓰기를 꾸준히 이어오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부끄럽지만, 나 또한 그런 사람 중 한 명이다.
나는 일기를 적을 때 항상 ‘~를 했다’고 적는 게 아니라 때때로 사진을 붙여가며 적기도 했다. 당시엔 일기가 밀리거나 적을 게 없을 때 짧은 감상을 적고 때우기 위한 일이었지만, 담임 선생님께 칭찬까지 받은 적이 있어 글쓰기가 즐거웠던 것 같다. 역시 어릴 때는 칭찬을 받으면 꾸준히 하기 마련이다.
덕분에 나는 중고등학생이 되어서도 꾸준히 글쓰기를 했고, 비록 일기장은 적지 않더라고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일을 이어왔다. 벌써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글쓰기를 해왔다는 사실이 놀랍다. 때때로 만족스럽지 못한 글에 헤어나지 못할 자괴감 속에 빠지기도 했지만, 그래도 나는 글쓰기를 하고 있다.
왜 나는 이렇게 글쓰기를 했던 걸까?
지금 생각해보면 칭찬을 받았던 게 최초의 시작점이었다. 그리고 글쓰기를 통해서 내가 남에게 표현하지 못한 생각과 내 감정을 정리할 수 있었기 때문에 나는 더욱 열심히 글을 썼다. 비록 상대방 앞에 서서 당당히 말하지는 못하더라도 글쓰기를 통해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마음껏 풀 수 있었으니까.
오늘 소개할 책 <마음을 흔드는 글쓰기의 비밀>에서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글쓰기는 사람들의 고통에 의미를 부여하고, 마음의 상처를 치유함으로써 좀 더 잘 살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인생의 부족함을 메우고, 유년 시절의 침묵을 극복하고자 자신의 삶을 글로 쓰는 사람도 있다. (중략)
즉, 글쓰기를 통해 자신을 보완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글쓰기는 삶에 개입하거나 지속적으로 영향을 줄 수도 있다. (본문 16)
내가 글쓰기를 꾸준히 한 이유도 이와 같다. 글쓰기를 통해서 내가 풀어가는 이야기는 내 삶에 의미를 가지게 했고, 마냥 괴롭기만 했던 고통 속에서 치유하지 못한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며 조금 더 내 삶을 잘 살 수 있도록 해주었다. 바로, 블로그 <노지의 소박한 이야기>로 나는 지금 여기에 있을 수 있었다.
이번에 읽은 <마음을 흔드는 글쓰기>는 그동안 글쓰기를 하면서 내가 미처 보지 못한 부분을 알 수 있었던 책이다. 처음에는 유시민 작가의 <표현의 기술>과 비슷한 글쓰기 책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책을 읽어보니 <마음을 흔드는 글쓰기>는 소설을 쓰기 위한 글쓰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책의 구성은 1장에서 ‘삶, 읽기, 글쓰기’ 세 개의 원칙에 대해 다루고, 2장에서 ‘스토리와 캐릭터’, 3장에서 ‘삶이 쓰는 이야기와 할리우드의 지침’이라는 제목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법을 말하고, 4장에서 ‘화자와 서술 시점’을 통해 우리가 잘 아는 1인칭 3인칭 시점에 관해 설명한다.
5장에서는 ‘구성과 줄거리 모델’을 통해 긴장감은 어떻게 만들어낼까?’ 같은 소설 속에 필요한 구성 요소에 대해 말하고, 6장에서는 소설 속 ‘공간’에 대한 이야기, 7장에서는 상징과 은유를 위한 ‘언어’ 이야기, 8장에서는 글쓰기에 꼭 필요한 ‘수정과 퇴고’를 통해 절대적인 원칙을 설명한다.
언젠가 소설을 쓰고 싶은 마음도 한구석에 자리 잡고 있지만, 내가 쓰는 글은 소설과 조금 동떨어진 글이다. 그래서 <마음을 흔드는 글쓰기>를 읽는 동안 지금 나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을 위주로 책을 읽었는데, 그중에서 가장 많은 고민을 하면서 읽은 부분은 ‘자전적 글쓰기’ 부분이다.
<마음을 흔드는 글쓰기>에서 작가는 자전적인 글쓰기를 하는 사람에게 아래와 같이 경고한다.
자전적인 글을 쓰는 사람은 주관적인 견해에 머물 위험이 있을 뿐 아니라, 자신의 약첨을 노출시킬 수 있다 노출증이라는 성향은 모든 책에서 나타날 수 있고, 작가는 이런 성향을 잘 다룰 줄 알아야 한다.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참을 수 없는 사람은 효과적인 기법을 발견해야 한다. 다시 말해 낯설게 표현하는 기법, 가면을 쓰고 표현하는 기법, 사실과 허구를 두루두루 잘 섞는 기법을 발견해야 한다. 작품을 읽으면서 작가의 자전적 자취를 찾고자 하는 독자들이 항상 존재한다는 점을 받아들여야 한다. (본문 43)
내가 쓰는 글은 대게 자전적인 성향을 띄는 글이다. 전자책으로 출간한 <덕후 생활 백서>, <공감의 독서> 또한 일상 속 이야기에 담은 생각을 정리한 글이거나 책을 읽으면서 느낀 바를 오로지 자전적 글쓰기로 풀어낸 글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마음을 흔드는 글쓰기>에서 이 부분에 눈이 갔다.
저자는 ‘작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지나치게 상세하게 묘사하고, 이로써 불필요한 묘사까지 하게 되면 독자들의 인내심이 바닥난다.’고 말한다. 물론, 저자가 말하는 예는 소설을 예로 한 것으로, 소설 속에 작가가 지나치게 묘사를 하면 독자가 상상하며 나름의 창작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뺏긴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이 지적이 소설만 아니라 모든 글쓰기에 통용되는 원칙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완벽한 문장으로 채워진 글을 쓴다고 하더라도 독자가 상상할 수 있는 조금의 여백도 없으면, 과연 우리라도 끝까지 그 글을 읽을 수 있을까? 지나치게 상세한 묘사를 하거나 주관을 개입하는 건 좋지 않다.
지금 돌아보면 내가 올해 출판한 전자책 <덕후 생활 백서>와 <공감의 독서>의 글 중 절반 정도가 지나치게 상세한 묘사를 하거나 주관을 적은 글이 많았다. 물론, 당시에 책을 집필할 때는 객관적인 시선으로 내 이야기를 1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풀었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몹시 아쉽다.
다음에는 조금 더 호흡을 제대로 가져가는 글쓰기를 하고 싶다. (웃음)
<마음을 흔드는 글쓰기>라는 책은 소설가를 꿈꾸는 사람을 위한 정석에 가까운 참고서다. 비록 소설가를 꿈꾸지 않더라도 글쓰기를 더 잘하고 싶은 사람에게 <마음을 흔드는 글쓰기>는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책이다. 나는 아직 소설은 도저히 손을 댈 수 없을 것 같지만, 지금의 글쓰기에 많은 참고가 됐다.
11월에 마감인 브런치 북 다섯 번째 공모전을 맞아 짧은 에세이 형식의 글을 생각이 날 때마다 조금씩 적고 있고, ‘20대의 나를 지탱한 문장들’이라는 제목으로도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할 생각이다. 오늘 이 글을 읽는 당신도 글쓰기에 흥미를 두고 있다면, 지금부터 글쓰기에 도전해보는 건 어떨까?
<마음을 흔드는 글쓰기>의 저자는 ‘몰두하는 시간이 없으면 천재가 될 수 없다.’고 말한다. 글쓰기에 흥미가 있거나 글과 함께 살아가고자 한다면, 지금부터 내가 무엇을 왜 쓰고 싶은지 생각해보자. 글을 쓰고 싶은 주제가 명확하다면, 몰두하는 시간을 통해 멋진 결과물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자신에게 적합하지 않은 작품을 따라가려고 애쓰거나, 이상을 지나치게 우상화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자신에 대한 의구심 때문에 격렬하고 지속적으로 타격을 입더라도 이에 굴하지 않고 계속 글을 쓰는 것도 중요하다.
작가란 스스로 무의미하다는 느낌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러나 글을 쓰면 고도의 예민함과 고통을 극복하는 능력을 자연스럽게 갖게 된다. 심각한 회의는 훌쩍 성장할 수 있는 과정이 되기도 한다. (본문 89)
이 글을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