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왜 서울에 가고 싶어 할까
- 시사/사회와 정치
- 2017. 8. 12. 07:30
서울 중심 경제·문화 인프라와 지역 격차는 해소될 수 있을까?
얼마 전에 서울 교대생이 죽어도 시골은 가기 싫다는 글을 올린 사건이 보도되면서 논란이 있었다. 여전히 논란이 있는 사건이라 정확한 팩트는 자세히 알 수 없지만, 우리 사회에서 이런 모습을 보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조금만 고개를 돌리면 늘 인(IN) 서울을 외치는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대통령 후보로 출마했던 안희정 후보는 자신의 간담회에서 "IN 서울이 아니면 루저 취급을 받는 불평등을 해소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적이 있다. 그만큼 우리 한국 사회에서 지역과 수도권의 격차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심하고, 특히 젊은 세대 사이에서는 굉장히 크게 느껴지는 것 같다.
실제로 나도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서울, 하다못해 수도권에 거주하지 못하는 게 몹내 아쉬울 때가 많다. 블로그를 통해서 지원할 수 있는 다양한 기업에서 서포터즈를 모집 공고를 보면 한 달에 한 번은 오프라인 회의에 참석할 수 있는 사람을 우대한다고 되어있다. 즉, 수도권에서 뽑겠다는 뜻이다.
나는 내가 사는 김해가 부끄러운 도시라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지만, 이런 모집 공고를 볼 때마다 '역시 사람은 서울에 살아야 하나?'라는 회의감이 적잖게 든다. 지방의 어른들은 "뭐하로 자꾸 서울 가려고 하노?"라고 말하지만, 사실 서울에 올라가면 확실히 문화적으로 누릴 수 있는 게 많다.
위 사진은 얼마 전에 모집이 있었던 삼성에서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모집한 서포터즈의 일환으로 활동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이 프로그램에 지원할 때 공지사항을 통해서 오프라인 참석이 필수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그때 생각해보기로 하고 지원을 했었다.
하지만 역시나 돌아오는 건 함께 하지 못해 아쉽다는 결과였다. 물론, 내가 서울에서 한참 떨어진 김해에 거주하고 있는 이유가 아니라 지원서에서 담당자를 설득하지 못한 탓이 더욱 클 것이다. 분명히 나는 그 요인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정말 능력이 있는 사람은 능력으로 증명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다음에 또 기회가 있다고 살짝 한숨을 내쉬었지만, 그래도 속마음은 지방에서 불이익을 당하는 게 제법 있다고 생각이 들어 아쉽다. 부산에도 지점이 있는 대기업이지만, 이렇게 대학생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비롯한 문화 체험은 오직 서울 한 곳에 과열되는 양상이 짙기 때문이다.
한 명의 덕후로서 가보고 싶었던 <코믹콘> 행사도 서울에서 열렸고, 팬으로서 가보고 싶은 <명탐정 코난 테마전>도 서울에서 열렸다. 내가 아는 행사 중 몇 개의 이름만 나열해도 서울을 중심으로 돌아가는데, 내가 알지 못하는 다양한 분야에서 얼마나 많은 행사가 서울에서 열리는지 알 수 없다.
한국의 제2 도시인 부산은 내가 사는 김해와 지리적으로 가까운 부산에서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박람회나 전시회, 행사에 참여하기도 한다. 서울만 아니라 부산에서도 열리는 행사는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하지만 역시 서울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질 높은 활동을 할 수 없다는 건 무척 아쉽다.
왜 부산은 서울에 있는 대기업의 발자취를 찾기 어려운 걸까? 확실히 서울만큼 인프라가 갖춰져 있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부산은 한국을 떠올리는 외국인이 쉽게 떠올리는 도시 중 하나다. 더욱이 부산은 가까운 김해 공항과 부산항을 통해서 외국인 관광객과 기업인이 왕래할 수 있는 도시이기도 하다.
내가 다니는 대학의 한 교수님은 이런 말씀을 하셨다.
"너희는 오히려 고려대학교나 연세대 이런 대학에 다니는 애들보다 일본에 나가면 더 이득일 수도 있다. 일본 사람에게 고려대학교를 나왔다고 해도 어디 있는지 잘 모른다. 하지만 부산 외국어대학교를 나왔다고 하면 '아, 부산에 있는 외국어 대학교이구나.'라고 안다. 부산은 한국의 간판이니까."
확실히 그렇다. 비록 서울 사람들은 삼류라고 말하는 대학에 다닐지도 모르지만, 서울이 아니라 일본을 비롯한 해외로 눈을 돌리면 오히려 '부산'이라는 이름은 더욱 도움이 될 수 있다. 내가 사는 김해도 김해 공항 덕분에 아는 사람은 아는 도시이고, 여러 문화 행사를 끌어오며 발전하고 있다.
앞으로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지역 격차는 줄어들 수 있을까?
이런 분야의 전문가가 아닌 나는 솔직히 앞으로의 일을 뭐라고 단언하기 어렵다. 아무리 사람들이 삶의 질을 찾아 지방으로 내려온다고 하더라도, 여러 기업과 문화 행사는 여전히 서울을 중심으로 돌아갈 확률이 더 높다. (해외 자본 행사도 마찬가지) 아마 우리는 앞으로도 서울을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생존과 질의 문제로 사람들은 서울에 발을 붙이고 싶어 한다. 서울의 부동산은 이미 가지고 있는 사람들끼리 돌려먹기를 하는 식이라 어줍잖은 재력으로 살아갈 수 있는 곳이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그곳에 사람과 기회와 문화가 모이는 이상, 사람들은 그곳에서 쥐처럼 살아가야 함에도….
이 글을 쓰는 나도 다르지 않다. 내가 좋아하는 라이트 노벨과 만화를 전문적으로 출판하는 출판사도 서울에 뿌리를 두고 있고,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한 번쯤 참여해보고 싶은 행사도 모두 서울에서 열린다. 한번 서울에 가는 일조차 쉽지 않은 나는 그저 잃었던 기회 대신 여기서 새로운 기회를 찾고 있다.
대중교통으로 쉽게 갈 수 있는 부산에서도 분명히 멋진 행사가 열리고, 내가 사는 김해는 서울과 부사보다 더 여유롭게 살 수 있는 도시이니까. 비록 서울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얻지 못하지만, 서울에서 얻지 못하는 것을 얻을 수 있어 지금에 만족하고 싶다. 다행히 일본은 부산이 더 가깝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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