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에서 만난 사람들의 살아가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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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에 가는 기분은 누군가 함께할 수 있어서 포근하다


 우리 현대인에게 편의점은 이제 빼놓을 수 없는 장소다. 늦은 밤길을 걷다 보면 불이켜진 24시간 영업을 한다는 문구를 내건 편의점을 쉽게 볼 수 있고, 한 블록 지나서 있던 프랜차이즈 편의점이 이제는 거의 반 블록 정도 떨어져 있어 쉽게 편의점을 이용할 수 있다. 이제는 편의점이 없는 거리를 상상조차 할 수 없다.


 나는 종종 서울에 가기 위해서 KTX 역에 가면 물을 사거나 부산 벡스코 행사장에 들어가기 전에 물을 사기 위해서 편의점을 이용하는 게 전부다. 하지만 편의점은 좀 더 다양한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늘 모이는 곳이 편의점이다. 어떤 사람은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서, 어떤 사람은 고독을 달래기 위해서….


 이번에 편의점을 배경으로 한 <편의점 가는 기분>이라는 소설을 읽었다. 이 소설은 구지구의 편의점에서 일하는 주인공이 편의점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독자에게 보여준다. 어느 건물이 들어서다 파산을 해버려 그 건물을 기점으로 신지구와 구지구로 나뉜 사람들의 살아가는 풍경을 읽을 수 있다.


 청소년 문학 작품이기에 <편의점 가는 기분>은 어떤 특별한 사건으로 심각한 갈등을 다루지 않는다. 소설 <편의점 가는 기분>의 등장인물은 모두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한다. 원룸에서 사는 고등학생, 힘겹게 살아가는 모녀, 길고양이를 돌보는 캣맘 등이 등장한다.



 <편의점 가는 기분>은 소박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소설이다. 재개발이 이루어지는 구지구에서 마트를 접고 편의점을 하는 주인공의 외할아버지 이야기,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하면서 자신의 삶에 대해 생각하는 한 여학생의 모습을 통해서 우리의 삶을 어렴풋이 비추기도 한다.


 나는 천천히 이야기를 읽어가면서 몇 가지 장면에 주목했다. 그중 첫 번째는 편의점 프랜차이즈점이 가진 함정 중 하나로, 손해를 보지 않는 것 같은데 갈수록 손에 남는 게 적어지는 독특한 구조에 대한 비판이다. 이 문제는 실제 우리 사회에서도 큰 문제가 되기도 하는데,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다.


 어머니 친구분도 대형 프랜차이즈 빵집과 술집을 운영했지만, 손에 남는 게 거의 없었다고 한다. 장사가 잘 된다고 생각하면 본사에서 이런저런 이유를 붙여서 마진을 더 가져가고, 매장을 새롭게 리모델링 한다면서 추가 비용을 받기도 한다. 한국에서 프랜차이즈 가맹점은 밑 빠진 독과 같았다.


 작품에 등장하는 꼬마 수지의 아버지도, 편의점의 주인인 주인공의 외할아버지 또한 계속해서 돈이 줄어드는 모습에 황당해하며 프랜차이즈를 그만둘 것을 결심한다. 아마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통해서 퇴직 이후 삶을 사는 사람들은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자신의 삶에서 적어나가고 있지 않을까?



 그리고 책을 통해 자신의 인생 지표를 찾으려고 하는 등장인물을 통해 '살아가는 방식과 삶에 고민하는 방법'을 읽어볼 수도 있었다. 특히 그중에서 가장 눈에 들어온 말은 '인간답게 사는 것'이었다. 우리는 늘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 아등바등하고 있지만, 실제로 우리는 정말 그 일에 희망을 발견했을까?


 <편의점 가는 기분>을 읽어보면 이런 장면이 있다.


"어떤 일에 노련해진다는 건 그 일에 책임을 지고 있다는 뜻이겠지. 그 일에 생활이 달렸다는 거고, 그만큼 무게를 짊어졌다는 뜻일 거야. 그런데……."

누나가 말을 멈췄다. 누나의 옆얼굴을 보았다.

"편의점 알바 일에 노련해진다는 거, 그거 슬픈 일이다."

"슬퍼요?"

"잠깐만 하려고 시작한 일이 오 년, 십 년 계속되면 슬픈 거지."

"이 일 힘듭니까?"

"힘든 게 문제가 아니라, 오래 할 일이 못 된다는 거야."

"월급이 안 오르니까요?"

"그것도 그렇고, 이 일은 삼 개월 이상 계속하면 손해야. 아무리 노련해져도 경력을 인정받는 게 아니니까. 노련해지지 않는 편이 더 좋은 일 중 하나가 바로 편의점 알바야."

"희망 없이 하는 일……."

예전에 내가 했던 말을 내가 웅얼거리자 알바 누나가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요즘은 거의 모든 일이 다 그래. 편의점 일만 그런 건 아니야."

딸랑.

알바 누나가 나가면서 문을 활짝 열어 고정해두었다. 환기 좀 하라는 뜻이었다. 찬바람이 들이닥쳤다. 더 문을 열어두었다가는 편의점 안이 통째로 냉동될 것 같았다. (본문 151)


 희망 없이 하는 일, 잠깐만 하려고 시작한 일이 계속되는 상황. 우리 사회에서는 분명히 쉽게 볼 수 있는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오래전에 읽은 <중년파산>이라는 책을 읽어보면, 청년 세대만 아니라 중년 세대 또한 이제는 비슷한 입장에 놓여있었다. 저마다 살려고 하는데, 너무 희망이 옅어진 것 같았다.


 <편의점 가는 기분>은 이런 소설이다. 한 명의 소시민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단편적인 모습을 차갑게 그린다. 겨울을 맞아 편의점에 찾아오는 사람들은 저마다 이유가 있었고, 바깥의 찬바람을 피해서 편의점을 찾아 이야기를 나누며 잠시 온기를 나누었다.


 이야기의 마지막 장면은 모두 각자 편의점을 나서며 자신만의 살아갈 길을 찾아 떠난다. 그 모습은 아직 방황을 이어가는 데 아니라 확고한 의지로 가득 차 있었다. 주어진 몇 가지 중에서 선택해 살면서 그게 자유라고 생각하는 틀에서 벗어나 다른 방식의 표본을 나에게 추가해주는 삶. 그게 걸어가야 할 삶이 아닐까?


 마지막으로 책에서 읽은 이 장면을 옮기고 싶다. 부디 서서히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는 이 시기에, 사람들이 따뜻한 편의점에서 몸을 잠시 녹이는 것처럼, 이 책이 그런 시간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니, 내가 블로그에 쓴 짧은 글이 잠시 편안히 이야기를 읽으며 상상할 수 있는 시간이었으면 좋겠다.


"지금은 후련해요. 사람들이 망하는 걸 겁내는 이유는 그다음에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고 두려워서겠죠. 그런데 바닥으로 꺼졌다 해도, 망했다 해도 삶이 다 끝난 건 아니더라고요. 저도 그걸 알기까지 오래 걸렸어요. 결국 겁을 털어 냈더니 다른 방도를 찾아보자 싶더라고요. 삶의 모습은 하나가 아닌데, 꼭 한 가지 방식으로 살아야할 것처럼 매달려 왔던 것 같아요."

"맞아요. 이 방식의 삶이 망한다는 건, 다른 방식의 삶이 시작된다는 뜻일지도 몰라요. 다른 세상의 문이 열리는 거예요."

캣맘 아줌마가 꼬마 수지 엄마의 어깨를 토닥였다. (본문 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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