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파산, 열심히 일하고도 버림받는 하류 중년 보고서

왜 우리는 공무원이 되기 위해서 시험을 칠 수밖에 없는가


 오늘날 한국에서 취업 경쟁은 수능 경쟁보다 훨씬 더 지옥 같다고 말한다. 수능은 일단 좋은 대학에 들어가면 그 대학에서 쫓겨날 일은 없지만, 취업은 좋은 기업에 들어갔더라면 언제 쫓겨날지 알 수 없다. 특히, 사람들이 그렇게 가고 싶 어하는 대기업 또한 정년이 되면 명예퇴직의 압박 속에서 조마조마하게 산다.


 <98%의 미래, 중년파산>이라는 책을 읽어보면 이런 글이 있다.


나는 41세다. 내 또래의 주변 사람들은 스스로 '멸종 위기종'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결혼.출산.육아를 하지 못해 종을 남기지 못하고 인생이 끝나리라는 것을 예측해서 하는 말이다. 언론이나 정치는 늘 '청년'에 주목한다. 그러나 이미 '청년'이 아니게 된 우리들은 여전히 같은 문제에 괴로워하고 있으며, 이제는 거기에 '노후 불안', '부모의 간호'와 같은 문제에까지 짓눌리기 시작했다.

우리 중년들은 이제부터 어떻게 살아야 할까?


 이 글은 <98%의 미래, 중년파산>이라는 책의 들어가는 글에서 읽은 글이다. 작가는 '멸종 위기종'으로 불리는 중년을 입장에서 일본 사회를 말한다. 우리는 여기서 '왜 일본 사회를 우리가 참고해야 하지' 같은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한국은 일본은 너무나 유사하다는 걸 알 수 있다.


 한국은 지금 초고령화 사회로 엄청난 속도로 향해 가고 있다. 출산율 저하는 이미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고, 출산율을 장려하기 위한 정책을 시행한다는 정부는 헛물만 들이켜고 있다. 특히, 정치에 가지는 사람들의 기대치가 낮아지면서 우리는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고 있다. 해결책을 기대할 수가 없다.


 그래서 한국 사회는 이미 중년은 치킨 게임 속에서 파멸을 향해 가고 있고, 30대 청년 세대가 무너지는 동시에 20대 또한 빠른 속도로 무너지고 있다. 오죽하면 경쟁이 싫어 고등학교 자퇴를 하고 9급 공무원 시험을 쳐서 합격한 기사가 뜨겠는가? 중년파산을 맞지 않기 위해서 공무원 시험은 심각히 과열되었다.


 일부 사람들은 그들이 꿈을 꾸지 않는 것을 비판하지만, 꿈보다 현실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게 우리의 현재 상황이다. <98%의 미래, 중년파산>이라는 책을 읽어보면 우리보다 먼저 초고령 사회를 겪으면서 무너지고 있는 중년의 이야기를 읽을 수 있는데, 절대 멀리 있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는 나는 아직 20대다. 20대가 벌써 중년을 걱정한다는 게 우스꽝스럽게 보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98%의 미래, 중년파산>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나는 '파산'이라는 미래는 절대 우리가 피할 수 없는 운명처럼 느껴졌다. '신' 같은 기업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 98%가 파산하게 되는 것이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고용이라는 파이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정규직을 향한 수요는 많아지고 있지만, 정규직의 공급은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다. 세계적 경기침체와 맞물러 줄어드는 파이를 잡기 위해서 사회 전반적인 우경화 흐름도 가속하고 있는데, 한국과 일본은 너무 흡사한 모습을 보였다.


 일본도 잃어버린 20년 이후 증가한 비정규직의 증가가 사회의 큰 문제가 되고 있다. 현재 한국도 정규직을 전환을 요구하는 비정규직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선택할 수 있는 입장의 기업은 '싫으면 때려치워. 할 사람은 많아.'라며 윽박지르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약자는 벗어날 수가 없는 상태다.


 책을 읽어보면 이런 글이 있다.


한편 비정규직 노동자는 78.2%가 월수입 200만 원 미만을 번다. 100만 원 미만도 36.7%에 이르는 등 도저히 생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사회보험 제도의 적용 비율도 고용보험 67.7%, 건강보험 54.7%, 후생연금 52%, 상여이든 31%, 퇴직금 9.6% 등으로 심각한 수준이다.

"……이거, 죽으라고 말하는 거나 마찬가지잖아요?"

최근 취재했다 40대 싱글맘은 그렇게 토로했지만. 하루 4시간만 자면서 밤낮으로 여러 곳에서 파트타임을 해서 간신히 생활을 유지하며 자녀를 키우고 있는 사람이다. 이 한마디가 싱글맘과 같은 세대가 처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았다. (본문 122)


 일본은 최저임금이 지역마다 다르고, 해당 지역의 현실적인 물가를 고려하기에 살아갈 수 있는 최소한의 요건이 갖춰져 있다. 하지만 한국은 국가가 지역의 물가를 고려하지 않고 정한다. 더욱이 그렇게 정해진 최저임금이 지켜지지 않을 때가 많은 뿐더러 현실적인 물가에 턱없이 미치지 못한다.


 이런 시대를 살아가는 부모는 자식들에게 '공무원이 되어야 한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대기업에 취직하도록 준비를 해서 막상 취직을 하더라도 평생 가지를 못한다. <98%의 미래, 중년파산>을 읽어보면 직장을 위해서 가정을 포기해야만 중년이 되어서도 그나마 살 수 있다고 하는데, 이건 끔찍한 일이다.


 어쩌면 우리 사회에서 중년의 이혼율이 증가하고, 청년 세대가 결혼하지 않아 미혼 중년이 증가하는 이유 또한 여기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지금의 부모세대는 현실이 얼마나 고단한지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청년 세대 또한 중년 세대와 일자리를 두고 다투면서 서서히 삶을 사는 데에 지쳐가고 있다.


 과연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준비를 해야 하는 걸까? 너무나 절망적인 이야기만 하는 것 같지만, 책은 그래도 희망은 있다면서 '청년도 중년도 노년도 안심할 수 있는 사회를 향해'라는 제목으로 마지막 이야기를 한다. 그 글들을 읽어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되지만, 실천하기엔 좀 더 시간이 걸릴 것 같았다.


 아래의 글은 마지막 장에서 읽은 이야기 중 하나다.


고용의 질을 개선한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사람에게 평생 고용을 보장하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은 아니다. 고용 기간이 아니라 고용의 '질'이 문제다. 예를 들어 프로야구 선수는 평생 동안 고용되는 것이 아니다. 성적이 떨어지면 계약해서 해지되는 경우도 있지만, 이를 두고 하나같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처럼 근로자의 능력과 업무 방식의 희망에 맞는 고용을 수시로 확보할 수 있으면 된다.

비정규직 노동도 그 원인 중 하나인데 빈곤이나 고독은 흔히 '사회적 배제'로 연결된다. 사회적 배제란 인간관계가 사회 제도에서 강제로 탈락되는 것이다. 일자리를 잃고, 돈이 없어지고, 친구가 떠나가고, 가족과의 인연도 끊겨 버린다. 이런 현상들이 사회적 배제의 전형이다. (본문 224)


 고용의 질을 개선하는 문제는 아마 한국과 일본 사회에서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일본보다 한국이 더 급하다. 한국에서 일어나는 고용의 질은 상당히 좋지 않다. 특히, 청년 세대를 괴롭히는 인턴제도는 '벼룩의 간을 빼 먹는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블랙 기업 리스트가 너무 많다.


 중년 세대 또한 제대로 최저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한 상태로 일하고, 가혹한 노동 환경 속에서 산재에 따른 보상도 제대로 받지 못할 때가 있다. 적어도 일본은 그런 부분에서 한국보다 낫다. 한국은 소수의 세력이 많은 부를 차지하고 있고, 그들의 기호와 선택에 따라 사회 정책 자체가 급격히 바뀌기도 한다.


 기득권의 이득을 챙겨주는 게 아닌, 생활 빈곤과의 자립을 위한 지원책을 마련하는 움직임이 여기저기서 속속히 등장하고 있는 건 긍정적인 신호다. 그런데 문제는 시행되는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의 차이가 크다는 점과 중앙 정부에서 지자체 복지 제도를 방해하며 오히려 파산을 부추긴다는 점이다.


 한국과 일본 사회는 똑같이 회사라는 '신'을 위해 일하는 사회다. 자신의 가정을 포기하고, 회사에 헌신적으로 몰두해야 그나마 좀 더 오랫동안 자리를 지킬 수 있다. <98%의 미래, 중년파산>이라는 책을 통해서 이런 냉정한 현실을 읽어볼 수 있었고, 당장 멀게만 느껴진 이야기가 가깝게 느껴졌다.


 일본에서 현재 중년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절대 남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흔히 일본 사회를 한국 사회가 따라가고 있다고 하는데, 지금 우리는 분명히 본격적으로 불황의 궤도에 접어들고 있다. 격변기에 부를 축적한 가구는 여전히 부를 늘려가고 있지만, 우리는 계속 잃어가는 게 현실이다.


 일본의 지금 중년 세대는 한때 잃어버린 20년에 나타난, 한국으로 말하자면 88만 원 세대와 같은 청년 세대다. 그런데 그 청년 세대가 이제는 '중년'이 되었고, 조금 더 늦게 태어난 아이들이 이제는 청년이 되었다. 하지만 사회는 달라지지 않았고, 남은 '고용'이라는 파이를 두고 경쟁하는 게 현실이니까.


 지금 한국에서 나와 같은 20대 청년이라면, 특히- 명예퇴직을 앞두고 치킨집 창업이나 먹고 살길을 고민하는 중년이라면, 이 책 <98%의 미래, 중년 파산>은 더 자신의 이야기처럼 읽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오늘날 우리가 겪는 사회 문제를 실감하고,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걸 알게 해주었다.


 <98%의 미래, 중년파산> 책을 읽으면서 우리 모두 앞으로 살아남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해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책을 읽고 '공무원이 답이다.'는 결론도 나오겠지만, 나는 그 결론을 비판할 수가 없다. 나 또한 책을 읽으며 '어머니의 말대로 행시 준비나 할까?' 하고 생각해버렸으니까.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사회를 꿈꾸는 블로거 노지를 응원하는 방법 [링크]



이 글을 공유하기

댓글(1)

  • 2017.06.07 00:45 신고

    만감이 교차하는 책이네요.
    뭐라고 해야 할까요? 제가 좀 비관적으로만 모든 걸 보는 상태이기 때문인지 몰라도, 해결이 영원히 되지 않고서 그냥
    수명이 다한 나무가 썩을 대로 썩어서 곯아 쓰러져 가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