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적인 것의 사회학,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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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삶은 단편적인 조각으로 이루어져 있다


 20대 중반을 넘어서 후반으로 가는 나이가 되니 조금 더 삶의 의미를 고민하게 된다. 그냥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살아가는 게 20대의 삶이라고 생각했지만, 점차 '지금 내가 서 있는 곳은 내가 있을 장소인가?'는 질문과 함께 앞으로 어디를 향해 가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내 삶의 방향은 늘 미아였다.


 20대의 후반으로 가고 있어도 경험이 너무 적어 아직 방향을 확실히 정할 수가 없다. 단순히 오늘 내가 해야 할 일을 열심히 하고, 하고 싶은 일을 실천하기 위해 필요한 일을 할 뿐이다. 그 과정에서 글쓰기가 항상 내 삶에서 빠지지 않은 건 굉장히 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글은 나를 알게 해주었으니까.


 비록 매일 보낸 사건들을 기록하는 일기로 적지 않았지만, 블로그에 종종 내가 사는 이야기와 내가 느꼈던 감정을 적은 글을 읽어보면 어떻게 살아왔는지 돌아볼 수 있었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책을 읽어 나가면서 좀 더 감성이 풍부해지고, 삶에 대한 생각이 깊어진다는 걸 느낄 때는 무척 기분이 좋았다.


 우리의 삶은 이렇게 단편적인 조각이 모여서 완전히 나만의 삶이 만들어진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에는 특별한 무언가가 필요한 게 아니다. 오늘 읽은 책 한 줄의 짧은 문장이 내 삶을 채우고, 우연히 들은 이야기 하나가 내 삶을 채운다. 오늘 읽은 책 <단편적인 것의 사회학>을 보면 이런 글이 있다.


어떤 사람이든 다양한 '서사'를 내면에 담고 있다. 그 평범한, 보통다움, '아무것도 아님'과 접촉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마구 쥐어뜯기는 것 같다. 우메다 번화가에서 옷깃이 스친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각자에게 '아무렇다 아닌, 보통의' 이야기를 붙안고 살아가고 있다. 평소에는 다른 사람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숨어 있는 인생의 이야기가 구술 채록의 현장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그 현장에서조차 뜻하지 않게 이야기가 늘 새롭게 생겨나고 있다.

그러나 실은 이런 이야기가 딱히 숨어 있는 것은 아니지 싶다. 그것은 언제나 우리 눈앞에 있고, 우리는 언제나 그것과 접촉할 수 있다. 우리가 눈으로 보면서도 알아채지 못하고 있는 것은 얼마든지 있다. (본문 29)


 그렇다. 우리의 이야기는 모두 '서사'를 담고 있다. 평범하고, 보통의,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이지만 그 이야기는 우리의 삶을 만들었다. <단편적인 것의 사회학>의 작가는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듣고, 쓰는 사람이다. 작가는 이 책을 통해서 우리에게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에서 '서사'를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오늘도 우리의 삶을 기록하고 있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내가 만나는 사람, 내가 좋아하는 음식, 내가 바라보는 풍경 등을 찍으면서 항상 기록하고 있다. 때때로 어떤 사진은 프로 못지 않은 작가가 되어 짧은 문장을 덧붙여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혹은 블로그에 공유하며 나를 드러내기도 한다.


 <단편적인 것의 사회학> 책을 읽어보면 작가가 인터넷에서 우연히 발견한 블로그 이야기, 그가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골고루 읽어볼 수 있다. 역경을 딛고 꿈을 이룬 특별한 빛을 내는 듯한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그 이야기 하나하나는 천천히 책을 읽는 즐거움에 잠겨 이야기를 읽었다고 생각한다.


 책의 띠지를 보면 우에노 지즈코가 "오랜만에 독서를 끝냈다는 것이 아쉬운 책과 만났다."는 문장을 읽을 수 있다. 딱 그 말 그대로 나는 책을 읽어가면서 점점 남은 페이지가 줄어드는 데에 아쉬움이 들었다.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이지만, 왠지 모르게 빠져드는 이야기가 '서사'의 힘이 아닐까 싶다.


 나는 오늘도 다름없이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애니메이션을 보고, 피아노 연습을 한다. 이 모든 일에서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다면 부여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단순하게 생각하고 싶다. 내가 하는 일은 '집착에서 벗어나 있는 그대로' 살아가는 일의 연장선이다. 어쩌면 이게 사람의 사는 이야기이지 않을까?


 괜히 딱지를 붙일 필요는 없다. 내가 생각하는 바를 그대로 이야기하는 게 특별함으로 이어진다. 나는 매일 같이 책을 읽으면서 종종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고, 블로그에 생각을 담은 후기를 고민하면서도 나를 보고 있다. 이것이 바로 깊어지는 가을에, 한 살 더 나이를 먹으려고 하는 나의 오늘이다. (웃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이나 '세계에 단 하나밖에 없는 것' 따위는 어디에도 없다. 단지 정말로 작은 조각 같은 단편적인 것이, 단지 맥락도 없이 흩어져 있을 따름이다.

이곳도 또 많은 사람이 생각하고 있을 테지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나 자신' 같은 듣기 좋은 말을 들었을 때 반사적으로 혐오감을 느낀다. 왜 그러냐 하면, 원래 자기 자신이라는 것이 참으로 별 볼일 없고, 대단치 않고, 아무 특별한 가치가 없다는 것을, 이미 지나간 인생 속에서 진절머리 날 만큼 깨달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아무런 특별한 가치가 없는 자기 자신이라는 건과 지속적으로 씨름하며 살아가야 한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신이라는 아름다운 말을 노래하는 노래는 됐고, '시시한 자신과 어떻거든 맞붙어 타협해야 하지, 그곳이 인생이야' 하는 노래가 있다면, 꼭 듣고 싶다. (본문 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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