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게임 멸망 상편, 일본 전국으로 확산되는 왕게임
- 문화/독서와 기록
- 2016. 10. 11. 07:30
따분한 날에 읽기 좋은 스릴러 소설, 그동안의 비극은 모두 전야제에 불과했다!
사람은 매일 같이 평온하고, 따분한 일상을 보내다 보면 '뭔가 세상이 확 뒤집히는 일이 일어나면 좋을 텐데.' 같은 생각을 할 때가 있다. 하지만 막상 그런 일이 눈앞에서 일어나면 사람은 흥분하기보다는 두려움을 먼저 느낀다. 가장 최근에 일어난 일 중에서 한반도에 갑작스레 일어난 지진이 그렇지 않을까?
유례없이 강한 진도를 동반한 지진은 모든 사람을 불안에 떨게 했고,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국가 안전처럼 맹비난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지진'은 분명히 세상이 달라지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원하는 획기적인 일이었다. 하지만 사람은 이렇게 모두 뭔가 달라지길 바라면서도 그 변화를 두려워한다.
그래서 사람은 항상 책, 영화, 드라마, 만화 같은 가상의 에피소드를 통해서 새로움을 갈망하는 욕구를 충족시킨다. 가상의 에피소드에서 사람은 마음껏 살인을 즐기는 이야기를 적을 수도 있고, 현실과 다르게 정의가 승리하는 그림을 그릴 수도 있고, 손을 대지 못한 미지의 영역에도 손을 뻗을 수 있다.
살기 위해서 누군가를 죽여야만 하는 이야기, 뒷돈을 처먹고 갖은 악행을 일삼는 정치인과 기업인을 처벌하는 이야기, 우주 속 블랙홀에 살아남기 위해서 도전하는 이야기. 우리는 모두 그런 이야기를 통해서 현실에서 좀처럼 느낄 수 없는 '세상이 확 뒤집히는 일'을 간접 체험하며 즐거움을 맛본다.
오늘 소개할 <왕게임 멸망 6.08> 소설 또한 그런 이야기 중 하나다. 이 작품은 인간의 본성이 드러나도록 하는 잔인하고 무서운 일이 벌어지고, 그 공포 속에서도 소중한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읽을 수 있다. 공포, 살인, 정의 등 우리가 흥분하는 모든 요소가 책에 있다.
왕게임 멸망 (상), ⓒ노지
<왕게임> 소설 시리즈 중 4권에 해당하는 <왕게임 멸망 6.11>은 지난 3권 마지막에 나온 '일본에 살고 있는 고등학생 전원 강제참가입니다.'라는 메시지와 함께 시작한다. TV와 인터넷으로 공개된 '히로시마 현에 사는 고등학생은 전원 오키야마 현으로 이동하라.'는 명령이 모든 사건의 시작이었다.
왕게임에 대해 알고 있는 일본 정부 소수 관계자는 극비리에 학생들을 오키야마 현으로 이동시키라고 명령하고, 일본의 고등학생과 시민들은 반신반의하면서 각자 행동을 한다. 명령이 종료되는 24시까지 오키야마 현으로 이동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었다. 장난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있던 거다.
그도 그럴 것이 갑작스럽게 이런 메시지를 왕의 명령이라며 받는다고 누가 실천하겠는가. <왕게임> 소설 속의 많은 사람이 그렇게 행동했다. 하지만 웃으면서 넘기려고 했던 사람들은 눈앞에 벌어진 왕게임의 잔인한 현실 속에서 공포에 빠지게 되었고, 공포는 혼란을 야기시켰고, 죽음을 일으켰다.
"다들 보고 있으려나? 명령을 진짜라고 믿고 오빠야말로 간 녀석들한테 아무 일도 없었잖아 라고 하면서 비웃어주자!"
카메라맨의 귀에는 그녀의 말 따위는 들어오지 않는 모양이다. 떨리는 손으로 남자친구의 팔 부근을 가리켰다.
여자의 손은 남자친구의 손을 꽉 붙들고 있다. 하지만 방금 전보다 무거워진 듯한 느낌이 든다. 마치 한 손으로 짐을 들고 있는 것만 같다. 중력에 의해 밑으로 처져 있나?
(중략 )
남자친구의 팔로 시선을 돌렸다. 남자친구의 팔이―― 몸통에서 분리되어 있었다. 잘린 단면에서 엄청난 양의 피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손을 잡고 있긴 하지만 뭔가가 다르다. 남자친구의 팔을 들고 있다고 표현하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그녀는 울부짖으며 잡고 있던 남자친구의 팔을 내던졌다. 남자친구의 팔은 하늘을 날면서 주위에 피를 흩뿌린다.
남자는 소리없이 땅바닥에 쓰러졌다. 팔다리가 없는 오뚝이가 쓰러지는 듯이.
사람은 항상 뭔가를 겁내며 살고 있다.
죽음, 그리고 시체――. 화면을 통해 전국의 시청자가 본 것은 환상이나 환각이 아니라 맞닥뜨린 현실이었다.
인터넷 게시판에서는 24시간 쉴 새 없이 올라오던 글들이―― 멈췄다.
(중략) '왕게임따윈 장난이겠지'라고 웃던 사람들의 웃음이 멎었다.
6월 9일 (수) 오전 0시 0분. 시간을 새기는 것을 잊은 듯이, 한 순간 이 나라의 모든 것이 멈췄다. 온 일본이 뒤흔들렸다. 공포, 경악, 불안, 혼란, 전율―― 전례가 없는 경험이었다. (본문 101)
이 첫 번째 사건은 일본을 혼란으로 빠뜨린다. 두 번째 명령인 고등학생들에게 '남자는 여자에게서 도망친다. 여자는 남자를 붙잡는다. 여자에게 잡힌 남자는 학교 건물 안에 갇혀서 벌을 받게 된다. 도망친 남자와 같은 수의 여자에게 무작위로 벌을 내린다.'는 싸움을 부추기는 잔인한 명령이 내려졌다.
오카야마 현에 모여있던 고등학생들은 혼돈의 도가니가 되고, <왕게임 멸망(상)>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막이 오른다. 이번 '멸망' 시리즈의 주인공은 '토모히사와 유이치, 유카, 유키무라' 네 명의 인물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들은 잔인한 게임이 만드는 절망 속에서 유대를 지키는 모습을 고수했다.
그리고 이들의 이야기와 함께 '왕게임'에 도달하는 힌트가 이번 멸망 편에서 상당히 많이 나온다. 그중 가장 중요한 힌트는 첫 번째 게임과 두 번째 게임에서 살아남은 '카나자와 노부아키'있고, 또 다른 힌트는 왕게임을 대처하여 왕의 명령을 조종할 수 있는 '나노퀸' 시스템을 개발하는 어떤 천재 청년이었다.
<왕게임 멸망 6.08>의 왕게임은 세 번째 명령인 '일본에서 20세 이상의 사람을 없애라'는 명령과 함께 더욱 잔인해지고, 정부의 무능력과 경제를 유지하기 위해서 갖은 애를 쓰는 모습이 나온다. 일본 전국으로 확산된 왕게임 이야기는 정말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었다. 읽는 내내 얼마나 신났던지!
매일 같이 반복되는 따분한 일상에 질린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해주고 싶다. 왕게임 종료까지 한 편의 에피소드가 더 남았는데, 과연 이번에 읽은 이야기는 어떻게 연결될지 궁금하다. 새롭게 등장한 인물과 왕게임의 실체에 다가가는 이야기. 과연 일본은 왕게임이 만드는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그 이야기를 다음 <왕게임 멸망 6.11>로 적힌 5권에서 읽어볼 생각이다. 아, 오늘따라 문자 메시지로 이런 왕게임의 시작했으면 좋겠다는 기분이 든다. (씨익)
*이 작품은 AK 커뮤니케이션으로부터 무료로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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