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들은 약속을 지키지 않고도 당당할까
- 시사/사회와 정치
- 2016. 8. 27. 07:30
반값등록금, 최저임금, 세월호 인양… 지켜지지 않는 약속과 원칙
다음 주가 되면 긴 여름 방학이 끝나고 대학교의 2학기 개강을 맞이하게 된다. 지난 총선에서 반값등록금 이야기와 최저임금 상향 조정 등 다양한 이야기가 나왔지만, 대학교에 다니는 내가 느끼는 현실은 조금도 변한 것이 없다. 등록금은 여전히 비싸기만 하고, 알바로 버는 돈은 너무나 부족하다.
나는 정치인들이 내건 반값등록금 공략을 처음부터 믿지 않았다. 하지만 박원순 시장이 나온 서울 시립대학교가 완벽히 반값등록금을 실천하면서 '다른 학교도 조금은 영향을 받아 본받지 않을까?'고 생각했지만, 실낱같은 기대를 한 내가 스스로 '바보 녀석'이라며 자책할 정도로 지켜지지 못했다.
새누리당은 반값등록금이 국가 장학금 혜택으로 실천된 공략이라고 말하지만, 대학생 중 한 명으로,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는 주장이다. 확실히 국가 장학금 혜택으로 등록금에 대한 부담이 줄기는 했지만, 워낙 높아진 등록금에서 몇 퍼센트를 지원해주는 건 실질적으로 부담을 덜지 못하기 때문이다.
애초에 대학생들이 원한 것은 학기마다 등록금이 정확히 반으로 찍혀 나오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포퓰리즘이 일어난다 혹은 부자들도 혜택을 받게 되어 의미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비율적으로 지원이 이루어졌다는 보도가 이어지며 힘을 잃었다. (국가장학금도 여전히 소득분위를 두고 논란이 많다.)
그리고 최근에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4대강 사업의 후폭풍이다. 아름다웠던 우리나라의 4대강은 과거 그 이름을 잃어버릴 정도로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녹조 현상이 좀처럼 수그러지지 않아 아름다운 금수강산의 강들은 생명이 살 수 없는 곳이 되어갔고, 사람들이 마시는 식수조차 위협하고 있다.
4대강 공사를 할 때 정부가 내건 약속과 공약은 가뭄을 겪는 농가의 지원과 해마다 반복되는 홍수의 안전, 그리고 깨끗한 4대강의 보조 같은 환경적인 주장을 펼쳤다. 하지만 당시에도 많은 국내 전문가와 해외 전문가가 '4대강은 말도 안 되는 짓'이라며 비판을 했는데, 정부는 이를 모두 무시해버렸다.
그렇게 수억 원의 값비싼 세금을 들어서 4대강 곳곳에 세워놓은 보는 자연을 지키는 게 아니라 자연을 파괴하는 상징이 되어버렸다. 상황이 계속 악화하고, 올해 들어서 심각한 모습을 계속 노출하자 시민들 사이에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청문회를 열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으며 부상하고 있다.
과연 이명박 전 대통령이 시민들 앞에 나와 4대강 사업에 대한 질책을 받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 아마 개인적으로 어렵지 않을까 싶다. 약속을 하나도 지키지 않아도 당당하고, 뻔뻔하게 행동할 수 있는 정치인들이 지금 우리 정치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데다가 지금 정부는 그 이상으로 엉망진창이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대통령과 맞서서 안 된다."고 말하며 발언이 논란에 오르기도 했는데, 그만큼 우리나라 정치 상황이 엉망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현재 박 대통령은 애초에 약속했던 공약 대부분을 지키지 않았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인사와 고집을 이어가면서 나라를 시궁창으로 만들고 있다.
너무나 뻔뻔하게 약속을 뒤집는 대통령과 주요 인사들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신뢰'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세월호 사고 이후 국가에 대한 신뢰는 바닥을 치다 못해 땅 밑으로 꺼지기 시작했고, 사드 배치에 관련해서 나라가 시민에게 취해야 할 기본적인 원리조차 지키지 않으면서 맹비난을 받았다.
문제는 이런 사안이 '과거형'이 아니라 '현재형'이라는 점이다. 현재도 선거철마다 그럴듯한 약속을 제시하면서 반드시 이번에는 약속을 지키겠다고 하지만, 늘 선거가 끝나면 "흥!!!, 내가 언제 그런 약속을 했어?"라며 마치 기억 상실증이 걸린 드라마 주인공처럼 너무 뻔뻔하게 손바닥을 뒤집는다.
일반적으로 이렇게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강한 규탄을 받아야 마땅하지만, 실질적으로 그들이 피해를 보는 일은 거의 없다. 큰 잘못이 터지더라도 3개월만 숨 죽이고 있으면 되고, 연예인 성폭행 사건이 터지면서 금세 대중의 관심을 따돌릴 수 있는 행운(?)이 생긴다. 사람들은 그렇게 잊어버리는 것이다.
약속 이행을 요구하면 "종북이다~ 좌파다~"라며 비판하고, 내부에서 문제를 터뜨리면 내부고발자로 손가락질을 당한다. 참, 어찌 한국은 이렇게 아름다운 나라일까? 아름다운 금수강산에 터 잡고 나라를 세운 단군 할아버지가 무덤에서 다시 올라올 수준에 이르렀다. 참으로 돈 없이 사는 게 답답하다.
아름다운 금수강산은 돈에 눈먼 정치인과 재벌들의 돈 장난으로 나무는 베이고, 강은 생명이 살 수 없는 지옥으로 변해버렸다. 마치 오염된 금수강산을 따라가듯, 정치 또한 약속과 신뢰를 저버린 터라 도주미 살아갈 곳이 없어졌다. 이러니 어찌 '한국이 싫어서 한국을 떠나는 20대'가 늘지 않겠는가.
약속을 지키지 않고도 당당한 그들, 약속을 지키지 않아도 욕 한 번 하고 고개를 돌리는 시민들. 두 개의 퍼즐이 맞춰지면서 한국은 신뢰가 사라진 나라가 되어버린 것일지도 모른다. OECD 국가 중 국가 신뢰도 꼴찌, 경쟁과 침도 바르지 않은 거짓말이 넘치는 우리나라에서 신뢰는 그림의 떡에 불과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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