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시우라 사진관의 비밀, 사진과 사람의 이야기
- 문화/독서와 기록
- 2016. 7. 21. 07:30
사진 한 장에는 사람의 추억과 마음과 이야기가 담겨있다.
요즘은 스마트폰의 카메라 기능이 개선되고, 값싼 디지털카메라가 보급되어 사진을 취미로 하는 사람이 예전과 비교하면 상당히 많이 늘었다. 특히 스마트폰의 카메라는 언제든 쉽게 사진을 찍어서 페이스북 등 SNS 매체에 사진을 올릴 수 있어 굳이 사진을 현상하지 않아도 공유할 수도 있게 되었다.
나도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면서 종종 사진으로 남겨두고 싶은 풍경이나 사물을 찍고, 종종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으로 공유한다. 때때로 가까운 곳에서 행사가 있으면 묵직한 니콘 DSLR 카메라를 가지고 촬영을 가기도 한다. 사진을 전문적으로 하지 않지만, 내가 가진 몇 안 되는 취미 중 하나이다.
내가 사진을 찍는 일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은 <소라(Sola)>라는 애니메이션의 영향이 컸다. 하늘 사진을 찍는 주인공 요리토와 태양이 뜬 하늘 아래에서 살 수 없는 소녀 마츠리와 아오노의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하늘 사진을 소재로 사용한 이 작품은 나도 덩달아 하늘을 관찰하게 했고, 사진도 찍게 했다.
취미로 하던 사진을 블로그를 운영하기 시작하면서 좀 더 깊이 관심을 두었고, 이제는 일상 속에서도 사진을 찍는 일에 어려움이 별로 없어졌다. 비록 사진에 흥미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사진에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거나 사진으로 먹고살겠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그냥 취미다.
가끔 예술적인 사진을 보거나 신선한 사진을 보면 감탄할 때도 있지만, 나는 오래전에 본 애니메이션 <소라(Sola)> 이후로 사진을 소재로 한 이야기에 감동한 적이 별로 없다. 그러다 오늘 우연히 <니시우리 사진관의 비밀>이라는 책을 읽었는데, 정말 오랜만에 만난 사진을 소재로 한 소설이었다.
니시우라 사진관의 비밀, ⓒ노지
<니시우라 사진관의 비밀>은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 수첩>으로 국내에도 알려진 일본 작가 미카미 엔의 신작 소설이다. 이 작품은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 수첩>처럼 이야기다 다음 편으로 이어지지 않고, 딱 한 권으로 이야기의 막을 내린다. 하지만 오히려 그래서 이야기의 구성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니시우라 사진관의 비밀>은 사진관을 운영한 할머니의 손녀 '가쓰라미 마유'가 할머니가 돌아가신 이후, 사진관에 유품을 정리하려 온 것을 계기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마유는 사진관에 있는 할머니의 유품을 정리하다가 미수령 사진을 발견하고, 그 사진에 얽힌 이야기를 추리하는 게 책의 방식이다.
그러나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 수첩>처럼 누군가 탐정 일을 의뢰하는 게 아닌, 미수령 사진을 살펴보다 발견한 특이점을 호기심으로 쳐다보다 발견한 이야기를 그녀가 끌어내는 형식이다. 첫 미스테리를 푼 사진은 4대에 걸쳐서 찍은 사진의 비밀이었고, 이후 그녀의 과거 이야기와 현재로 이어진다.
여자주인공 마유는 과거 섣부르게 행동하면서 소중한 한 사람을 상처입힌 적이 있었다. 그 일로 그녀는 카메라를 멀리하게 되었지만, 사진을 통해 사람들을 만나면서 '외면하려고 했던 현실과 문제'를 다시 마주하게 된다. 그 과정을 사진과 사람을 통해서 상당히 깔끔하게 이야기를 잘 풀어냈다.
솔직히 막 흥분하면서 긴장감을 가지고 읽는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더운 여름의 더위를 잠시 잊으면서 몰입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중간중간에 언급되는 여러 단서를 가지고 결말을 추리해 볼 수도 있었고, 디지털카메라 세대인 내가 잘 모르는 필름 카메라에 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사진은 그림과 글과 함께 그때를 추억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기록 수단 중 하나다. 인류는 제일 먼저 그림으로 사건을 기록했고, 이후 문자가 발명되어 글로 사건을 기록했고, 좀 더 시간이 지나 카메라를 발견하면서 찰나의 순간을 기록했다. 사진은 그렇게 어떤 사람의 기억을 봉인하기도 하고, 풀기도 했다.
미카미 엔의 장편소설 <니시우라 사진관의 비밀>은 사진 속에 남긴 찰나의 순간을 통해 어떤 사람의 기억을 풀어가는 이야기다. <비블리아 고서당의 사건수첩>을 읽으면서 책 속에 담긴 사람들의 이야기를 찾아가는 걸 즐긴 사람은 분명히 이번 <니시우라 사진관의 비밀> 이야기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사진이 마냥 아름다운 게 아니라 때로는 누군가를 상처입힐 수도 있다는 점도 주인공 마유의 사연을 통해 보여주었다. 역시 사진은 예술로 접근하면 한없이 아름다울 수 있지만, 조금 다른 방향으로 접근하면 무서운 법이다. 요즘도 누구의 사생활이 카메라로 담겨 상당히 곤욕을 치를 때가 있으니까.
아무튼, 여름을 맞아 더위를 잠시 잊고 이야기에 빠질 수 있는 소설을 찾는 사람에게 <니시우라 사진관의 비밀>을 추천해주고 싶다. 매미가 강하게 외치는 여름 소리를 들으면서 책을 한 페이지씩 넘기면, 어느 사이에 스마트폰 카메라로 무언가 남길 사진을 찍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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