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턱대고 올라가 즐긴 1대100 녹화 후일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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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대100(일대백) 촬영 후기, 김해에서 여의도 KBS 공개홀까지 다녀오다


 지난 일요일은 그 어느 날보다 일찍 일어나서 준비했던 날이다. 아침 4시 40분에 일어나서 서울로 가는 KTX 첫차를 타고 여의도 KBS 공개홀에 가야 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방송으로 종종 보던 <1대 100> 퀴즈 프로그램에 촬영하는 날이라서 일찍 눈을 떠서 열심히 서울로 가는 준비를 했다.


 일요일(15일) 서울역에 도착하여 롯데리아의 핫크리스피 버거 세트가 할인하고 있어 우걱우걱 먹으며 끼니를 해결한 후에 곧장 택시를 타고 KBS 공개홀로 향했다. (가그린은 했다.) 처음 KBS 건물을 보는 순간에 밀려온 '와아!!! 내가 여기에 오다니!!!'이라는 기쁨과 함께 혹시 연예인이 보이지 않을까 봐 구석구석 살펴보았다.


 아쉽게도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KBS 건물 근처에 연예인을 볼 수 없었고, 일찍 와 있던 한 남성분께 말을 걸었는데 나와 똑같이 부산에서 KTX 첫차를 타고 올라오신 분이었다. 그 분은 3년 전에 <1대 100>에 한 번 출연을 하셨다고 하는데, 촬영 시작 시간이 되기까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기다렸다.


 곧 시간이 흘러서 촬영 시간이 가까워졌고, 드디어 <1대 100> 세트장이 지어진 촬영장에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그동안 방송으로 보던 <1대 100> 세트장을 직접 눈으로 보니 신기했고, 이제부터 내가 저 무대에서 촬영한다는 게 정말 놀라웠다. 과연 내가 몇 번까지 문제를 풀 수 있을지 기대되었다.


1 대 100 촬영장 가는 길, ⓒ노지


1 대 100 촬영장 가는 길, ⓒ노지


1 대 100 촬영장 가는 길, ⓒ노지


 그렇게 시작한 <1대100> 녹화는 생각보다 많은 힘이 들었다. 촬영이 이뤄지는 5시간 30분 동안 내내 서 있어야 했고, 중간에 휴식 시간이 5분 정도 짧게 있더라도 점점 피로가 쌓여갔다. 4시 40분에 일어나서 KTX 첫차를 타고 온 것도 솔직히 힘들었는데, 계속 서서 문제를 풀었더니 집중력도 흐트러지기도 했다.


 특히 나는 이번 <1대 100> 녹화를 하면서 '방송은 절대 쉽게 완성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문제를 풀고 정답을 확인하거나 탈락자를 확인하는 과정에 스크린에 자꾸 문제가 생겨 몇 번이나 멈췄었고, 녹화 상의 미스로 조우종 아나운서가 몇 번이나 같은 말을 반복해야 했던 적도 있었다. (위에서 뭐가 자꾸 떨어지기도….)


 녹화 당시에는 그 모든 일이 신기해서 '이런 일도 있구나!'라며 즐겼지만, 피곤하기도 해서 번번이 그때마다 스트레칭을 하면서 서 있었다. 그 모든 과정이 집으로 돌아와서 그 시간을 돌이켜보면 '아, 그 모든 게 신기하고 즐거웠던 경험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경험 자체가 촬영 경험이니까!


 '할 수 있다면, 최후의 1인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기는 했지만, 녹화 현장에서 직접 마주한 문제는 너무 어려웠다. 제출된 문제는 아는 문제가 절반, 모르는 문제가 절반이었다. 총 3라운드로 촬영한 이번 촬영에서 1라운드는 4단계에서, 2라운드는 6단계에서, 3라운드에서는 2단계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일대백(1대 100) 촬영장, ⓒ노지


일대백(1대 100) 촬영장, ⓒ노지


 비록 문제는 떨어지고 말았지만, 인터뷰는 두 번이나 할 수 있었다. 첫 번째 인터뷰는 1라운드에서 잠시 스크린에 시스템 오류가 생겨서 출연진과 말하고 있을 때인데, 1라운드에서 출연한 농구 스타에서 예능인으로도 활동하는 게스트 U 씨와 조우종 아나운서가 나누는 대화에서 화제가 옮겨 가다 내 차례가 되었다.


 <일대백(1대 100)>에 출연한 사람 중에서 부부로 온 사람을 묻다가 게스트 U 씨와 대화를 나누다 눈이 마주쳐서 "25번분 결혼 못 하셨죠?"이라는 질문이 나에게 왔다. 순간 당황한 나는 "저, 아직 학생입니다…."이라고 대답했고, 몇 가지 이야기를 짧게 주고받았었는데 일순 당황해서 이야기를 길게 끌어가지 못했었다.


조우종 : 25번 분, 아직 결혼 못 하셨죠?

나 : 아, 저, 아직 학생입니다(시무룩)….

조우종 : ……. (당황한 웃음) 실례지만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나 : 27살입니다.

조우종 : ……. 살 좀 빼셔야 하겠어요. 여기 U 씨 보세요. 정말 건장하지 않나요?

U 씨 : (웃으면서 어깨에 힘을 주면서 뭔가를 말하면 대답할 분위기를 잡았다)

나 : (머쓱한 웃음) …….

(집에서 생각한 대사 :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중학교 시절에 농구할 때는 말랐었는데….)

조우종 : ……. 아, 됐네요. 다음 문제 풀어보겠습니다.


 좀 더 다양하게 이야기를 할 수 있었을 텐데, 순간 너무 당황해서 여러 말이 나오지 않았다. 이번 일을 어머니께 말하니 "그래 맞다. 니는 살도 빼고, 좀 꾸미고 다녀라. 누가 니처럼 입고 다니노? 닌 누가 보더라도 40대 아저씨로만 보인다."고 말씀하시면서 내 복장에 문제를 제기하셨다.


 확실히 등산복 바지에 아저씨들이 즐겨 입을 것 같은 스타일의 반팔이지만, 솔직히 조금 착잡했다. 나는 꾸미는 데에 별로 공을 들이지 않을 뿐더러 신경도 쓰지 않지만, 방송을 통해서 카메라에 비쳐진 내 모습을 보고 있으니 어깨가 힘이 빠졌다. U씨의 그 건장한 체격은 진짜 너무 부러운 모습이었다. (살이 문제야.)


 U씨는 매일 운동을 하면서 식단을 조절하고, 딸 아이가 종종 족발을 건네줄 때마다 먹은 이후 다음날에는 꼭 1식을 한다고 한다. 역시 사람이 건강한 몸을 만들기 위해서는 식단 조절과 운동이 필수다. 나 또한 근력 운동과 유연성을 위한 운동은 꾸준히 하는데, 역시 먹는 게 인스턴트가 많아서 그런 걸까?


일대백(1대 100) 촬영장, ⓒ노지


나는 왜 이렇게 생겼을까(한숨), ⓒ노지


일대백(1대 100) 촬영장, ⓒ노지


 첫 번째 인터뷰는 그렇게 해서 끝이 나버리는 바람에 다음에 또 기회가 있을 거로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25번이라는 내 자리가 조우종 아나운서와 상당히 눈을 많이 마주칠 수 있는 자리인 데다가 두 칸 옆자리에는 연예인 퀴즈군단이 있어서 자주 카메라를 받아 두 번째 인터뷰 기회도 생겼다.


 2라운드에서는 6단계까지 문제를 풀면서 고군분투했는데, 3라운드에서는 2단계에서 바로 탈락해버리는 바람에 조우종 아나운서와 또 한 번 인터뷰하게 되었다. (그래도 멘붕 상태.) 3라운드 2단계 문제는 '샥스핀'이 무엇인지 맞추는 문제였는데, 해물을 전혀 먹지 않는 나는 '샥스핀'이 뭔지 전혀 몰랐었다.


조우종 : 25번분, 어쩌다가 틀리셨어요? (자기소개해주세요.)

나 : 안녕하세요, 부산에서 올라온 노지현이라고 합니다.

조우종 : 부산에 사는데 이 문제를 틀리셨어요?

나 : 아, 제가 해물을 먹지 못하거든요. 그래서 전혀 몰랐습니다.

조우종 : 아, 아예 못 드시는 거예요?

나 : 네. 비린내가 조금만 나도 저는 토할 것 같아서 전혀 못 먹습니다.

조우종 : 부산 사시잖아요?

나 : 아, 정확하게는 부산이 아니라 김해에서….

게스트 : 아니, 2단계에서 틀렸는데, 왜 이렇게 말씀을 많이 하세요!!!

조우종 : (웃으면서) 아니, 지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틀려서 섭섭한데, 왜 그러세요! 25번 님, 괜찮으세요?

나 : 네, 네. 괜찮습니다. 아하하….

(나머지는 생략!)


 인터뷰는 대충 이런 느낌으로 진행이 되었는데, 마지막 답변에서 '토할 것 같아서 전혀 못 먹습니다'가 아니라 '구역질이 나서 전혀 못 먹습니다.'이라고 대답하는 게 옳지 않았을까 싶다. '토할 것 같다.'는 표현은 다소 거친 표현이라 '구역질'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으면 오히려 더 좋은 그림이 나왔을 것 같다.


 어쨌든, 3라운드에서 세 번째로 출연한 게스트와 짧은 대화도 나누었기 때문에 이 그림이 방송으로 나올 확률이 꽤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내가 워낙 외모가 조금 좋지 않은 데다가 목소리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통편집이 될지도 모르겠는데, 만약 그렇게 된다면 정말 슬플 것이다. (하아, 한숨)


 그렇게 나는 처음으로 있었던 <1대 100> 촬영을 즐겁게 마쳤고, 집으로 돌아와서 월요일에 그 날을 돌이켜보니 '마치 꿈을 꾼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조우종 아나운서와 사진이라도 함께 한번 찍고 싶었는데, 기회가 없어서 상당히 아쉽다. (바쁜 방송 스케줄 때문에 도저히 시간이 없었다.)


 방송 촬영을 마치고 나오면서 조우종 아나운서와 게스트의 목소리가 들리는 검은 커튼으로 홱 들어가서 "저, 아까 25번인데, 사진 한 장 같이 찍어주시면 안 될까요!?" 하고 말을 걸려고 했지만, 그렇게까지 하지 못했다. 그냥 한번 해봤으면 될 텐데, 지금 돌이켜보면 과감하지 못했던 게 아쉽다.


 비록 이번에 최후의 1인은 되지 못했지만, 굉장히 재미있는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다음에 또 기회가 있다면, 다시 한 번 출전하여 이번에는 좀 더 높은 단계까지 올라가고 싶다. 2라운드 6단계 진출이 최종 스코어였으니, 다음에는 7단계를 목표로 해서 또 한 번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방송은 언제 될지 모르나 U 씨가 나오는 날을 기준으로 챙겨보면 될 것 같다. 다음에는 역시 '우리말 겨루기' 프로그램에 도전을 해보려고 하는데, <1대100>보다 이 부분에서 좀 더 자신 있게 문제를 풀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 정말- 봄 마지막에 꾼 꿈 같았던 <일대백(1대 100)> 촬영. 힘들었지만, 멋진 추억이었다.

(최후의 1인이 되었다면, 2학기 등록금에 도움이 되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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