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OT·MT 성추행 사건은 왜 일어났을까

대학생이 본 대학 OT·MT 성추행 사건, 어쩌면 폐지가 답일지도 모른다.


 이번 주까지 대학가는 개강 준비를 슬슬 마무리하는 시기다. 내가 다니는 대학교도 이번 주로 수강 정정 기간이 마무리되고, 오늘부터 다시 본격적인 강의 일정이 시작한다. 오랜 휴식을 끝마치고, 신입생과 재학생 혹은 복학생이 다시 발걸음을 향하는 대학가는 사람 소리로 떠들썩하다.


 새롭게 편성된 강의 목록을 보면서 '내가 무엇을 배우고 싶은지, 어떤 과목이 점수를 잘 주는지….' 열심히 정보를 찾고, 처음 들어왔거나 오랜만에 학교로 온 사람들은 낯선 환경에 적응하느라 애를 먹는다. 나 또한 거짓 5년 만에 대학교에 다시 발걸음을 옮긴 터라 낯선 환경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봄이 다가오면서 시작하는 이 시기에 대학가는 즐거운 웃음소리가 많이 들린다.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와 서로 안부를 묻고, 다시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하나씩 알아가는 OT(오리엔테이션)를 통해서 모두 즐거운 한 해가 되기를 고대하기 때문일까? 대학가는 그렇게 떠들썩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웃음소리가 가득할 것 같았던 대학가에는 두려움과 초조, 불안이 섞인 목소리가 빠르게 퍼지고 있다. '이렇게 해도 되는 거야? 내가 이상한 거야?'이라는 자문, '그것 하나 못해서 어떻게 사회생활을 하느냐?'는 질책과 사람을 비웃음 소리와 영악한 손길이 불신을 싹틔우고 있다.


대학 성추행, ⓒ구글 뉴스 검색


 바로, 한창 대학가에서 논란이 된 건대·연대 OT 성추행 사건이다. 처음 대학교로 올라간 고등학생들은 처음 만나는 대학의 문화라고 말할 수 없는 악습에 당황했을 것이다. 도대체 술을 왜 그렇게 마시면서 조금 일찍 태어났을 뿐인 사람들이 시키는 대로 수치스러운 행동을 강요당하며 얼마나 수치스러웠을까.


 이번 건대 OT 성추행 사건은 특별한 사례가 아니다. 해마다 대학가에서는 OT·MT 같은 자치 활동에서 많은 사건이 벌어졌고, 해마다 'OT와 MT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로 시작해서 학생들이 스스로 권리를 지키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서 강력한 처벌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이런 사건은 대학가가 본격적으로 강의 시즌에 들어가면서 늘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소수 악랄한 대학생 사이에서 생겨난 이런 악습은 '우리들의 끼리끼리 문화'라는 어쭙잖은 변명으로 끝났고, 관계자들을 퇴학과 정학을 비롯한 기본적인 처벌과 정식 조사와 형사 처벌을 하는 당연한 모습도 보기 어려웠다.


 아직도 이런 모습을 보는 많은 사람이 '다 장난이지, 그걸 왜 심각하게 받아들이느냐?'고 말하기도 하고, '나 때도 그랬다. 그걸 유연하게 잘 대처하는 게 사회 능력이다.'이라며 말 같지도 않은 말을 하기도 한다. 그런 변명을 하는 댓글을 보거나 이번 사건을 보면 난 정말 어이가 없어 말이 나오지 않았다.


장난 같은 사과문, ⓒ트위터-허핑턴포스트


 나는 대학가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이유 중 하나로 대학생이 될 때까지 제대로 놀아본 경험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10대 시절에 우리가 해야 했던 일은 오로지 공부였고,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으면 학교 폭력 또한 가만히 눈감아주는 환경이었다. 그런 환경은 대학에서도 전혀 바뀌지 않았다.


 자신이 평소 관심 있는 부 활동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해보지 못한 아이들이 대학에 와서 제일 먼저 마주하는 노는 활동이 술을 마시는 행위다. OT·MT 같은 행사를 비롯해 동아리에서 대학 선배와 어울리는 자리에서 술을 마시고, 군기를 잡는다거나 문화라는 말로 이상한 행동을 배우는 것이다.


 이미 10대 시절에 이어지던 학교 폭력은 대학교에 이르러서 그대로 이어지고 있고, 오히려 더 악랄한 몇 명의 학생을 중심으로 수위는 더 높아지고 있다. 약점을 잡아서 협박하거나 어떤 지시에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는 일은 학생회나 조금 권력을 잡은 영악한 범죄자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내가 대학 캠퍼스 내 음주 금지법에 적극적으로 찬성한 이유가 그 때문이다. 술자리는 건전하게 즐기면, 아주 좋은 한국의 흥을 느낄 수 있는 문화다. 하지만 거기에 악의가 들어가 들어가게 되면, 정말 한순간에 추잡한 술자리로 바뀌어버린다. 대학가만 아니라 고교생 사이에서도 이런 일이 번지고 있을 정도다.


 대학 OT·MT 같은 행사를 모조리 폐지해야 한다고 말할 수 없다. 그것은 나의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다. 이번 사건을 통해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런 사건이 터질 때마다 어쭙잖은 사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본격적으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해서 관련자를 강력히 처벌하는 일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학교 폭력을 저지른 가해 학생이 하는 변명은 '장난이었다.', '그걸로 죽을지 몰랐다.', '싫다고 말했으면 안 했을 텐데, 괜찮은 줄 알았다.' 같은 변명이다. <학교의 눈물> 책을 읽어보면, 가해 학생만 아니라 그들의 부모 또한 똑같은 말을 한다. 끝까지 자신이 큰 잘못을 했다고 인정하지 못하는 데에 원인이 있다.


 대학가에서 벌어지는 이런 일도 똑같은 진행을 보인다. 스스로 대책을 찾아보겠다고 말하거나 조사를 해보겠다고 말하는 것은 반성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냥 조금 있으면 관심이 끊어질 것을 알기 때문에 버티기에 들어가는 것에 불과하다. 가해자의 신상을 공개해 강력한 처벌을 하는 게 우선이다.


 한국은 학교 폭력, 성추행 사건 등 피해자의 보호가 필요한 모든 사건에서 가해자의 신상보다 피해자의 신상이 먼저 공개가 된다. 그래서 피해자가 스스로 가해자의 법적 처벌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정말 이런, 속된 말로 하는 엿 같은 경우는 없어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또 반복될 확률이 높다.


 작년 이맘때는 서강대 OT 성추행 사건이 터졌는데, 올해는 고대와 연대에서 OT 사건이 터졌다. 아마 집중적으로 전 대학교에 피해 사례를 조사하면, 16년 1분기는 이 이야기로 가득 채울 수 있지 않을까? 어디까지 우리가 아는 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문제는 터져도, 해결은 하나도 되지 않고 있으니까.


 학생들의 자치를 지켜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학생들이 잘못을 저지르면 스스로 큰 책임을 지는 법이라는 것을 가르쳐주는 것도 중요하다. 공부를 잘한다고 면책 대상이 되어선 안 되며, 어쭙잖은 권력을 손에 쥐었다고 해서 간단히 넘어가면 안 된다. 원 스트라이크 아웃 제도가 강력히 필요하다.


 대학에서는 토익 인증 시험 같은 쓸데없는 제도를 의무 사항으로 규정하는 게 아니라 인성 교육, 성교육 등을 의무 사항으로 규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비인간성, 경쟁과 결과만 추구하는 교육의 목표는 절대 앞으로 우리가 마주하게 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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