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조선 아르바이트는 최저임금 포기가 조건?
- 시사/사회와 정치
- 2016. 1. 8. 07:30
헬조선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서는 최저임금을 포기해야 한다?
새해를 맞았지만, 여전히 일자리를 찾지 못해 발을 동동 굴리는 사람은 여전하다. 올해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서 아르바이트 시장에서 일하려는 많은 학생이 있지만, 나라에서 정한 최저임금을 제대로 받는 학생은 그 수가 적다. 최저임금 제도가 있어도 맞게 주는 업체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한국이 헬조선으로 불리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 가장 대표적인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이런 기본적인 원칙이 똑바로 지켜지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인턴으로 근무를 시켜서 소위 '열정페이'로 혹사를 시키는 기업이 있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정규직으로 한다고 하더니 직전에 해고하는 기업이 있으니까.
원칙을 지키는 일은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일이다. 특히 사람과 사람이 계약을 맺어 정당한 권리와 의무가 발생하는 사회 계약 내에서는 반드시 지켜질 필요가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런 계약의 원칙을 지키는 것보다 어기는 것이 오히려 이익이 된다고 판단해 좀처럼 지키지 않을 때가 많다.
아르바이트를 해본 사람의 상당수가 이런 경험을 해보았다고 한다. 며칠 전에 다음 모바일 메인 뉴스 화면에서도 <"시급 다 못 주는 거 알지?" 당당한 사장님들>이라는 기사가 떠 있었다. 그 글을 읽어보면 한국에서 최저임금을 똑바로 받으면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건 사막에서 사금을 찾는 것 같았다. 1
헬조선의 현실, ⓒ노지
윗글은 우연히 읽은 네이버 이웃 블로거의 글이다(인용 허락을 받았다). 이웃 블로거는 아르바이트를 구하다가 하고 싶은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지 못해 편의점에 연락했는데, 그는 편의점 주인으로부터 다짜고짜 "저희는 최저임금을 지급하지 않습니다."는 말을 통보받았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최저임금을 주지 않는 고용처에서는 일을 잘하거나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임금을 올려주겠다고 약속하는 곳이 많다. 하지만 단기 아르바이트를 하는 20대 학생의 입장에서 과연 그런 약속이 실천될 때까지 몇 명이나 일할 수 있겠으며, 약속이 실천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 몇 명이나 있을까?
한국에서 이런 일이 비일비재한 이유는 '최저임금을 지키지 않을 처벌로 받는 손실이 위반으로 얻는 이익보다 더 적기 때문'이라고 한다. 괜히 10억을 벌 수 있다면 범죄를 저지를 것이라고 답한 사람의 수가 늘어난 현상이 일어난 게 아니다. 우리는 이런 모습을 도대체 뭐라 부르면 좋겠는가.
헬조선이라는 말은 역사 교과서가 엉망이라서, 한국의 젊은이들이 패배주의에 젖어 패기를 잃어버렸기에 나온 말이 아니다. 이렇게 우리 20대가 접하는 많은 분야에서 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20대의 노동을 값싼 소모품으로 취급하는 갑의 태도가 너무나 절망적이라 헬조선이라 부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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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무조건 소규모 공장이나 회사를 경영하는 자영업자를 마냥 탓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나의 어머니 또한 자영업자로 일하시기에 자주 어머니 일을 도와드리는데, 가벼운 마음으로 도저히 버틸 수 없는 일이 많다. 노골적으로 쌈짓돈을 바라거나 무시하는 태도를 일일이 다 감당해야 했다.
아마 치킨집을 비롯한 편의점처럼 우후죽순 경쟁사가 훨씬 더 많이 생기는 업체는 먹고 사는 문제에서 더 힘들 것이다. 그러므로 그들은 최저임금을 맞춰줄 수 없고, 어차피 돈을 적게 받더라도 일하려는 사람이 있으니 최저임금 제도를 지키지 않은 채 고용을 하게 된다.
우리는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다. 최저임금을 지키지 않아도 처벌이 미미하고, 프랜차이즈 본점과 가맹점 사이의 불공정 계약을 강하게 처벌하지 못하고, 언제나 기득권을 위주로 돌아가며 대통령조차 노동자의 입지를 줄여가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니, 무엇을 바랄 수 있겠는가.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서 최저임금 포기는 당연한 일'이라는 사회적 인식 속에서 우리는 왜 한국이 헬조선으로 불릴 수밖에 없는지 큰 이유를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이 싫어서 호주와 일본으로 떠나 비자를 받으려는 사람들이 있는 이유. 생각해보면 어렵지 않게 우리는 발견할 수 있다.
- '시급 다 못 주는 거 알지?' 당당한 사장님들, http://goo.gl/B61egM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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