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다 같았던 정의당 유시민의 따끔한 일침
- 시사/사회와 정치
- 2016. 1. 6. 07:30
대한민국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 진솔하게 이야기하라
한국에서 한 명의 시민으로 살아가는 일은 무척 힘든 일이다. 먹고 살기 위해서 고된 노동을 하지만, 노동을 통해 입은 상해에 관해서 제대로 보상을 받기가 힘들다. 반값 등록금을 약속했던 정치인을 믿었지만, 아무리 시간이 지나더라도 반값 등록금 실천은 힘들다. 그래서 살기가 힘들다.
한국에서 시민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거짓말에 익숙해져야 한다. '나를 뽑아달라'는 사람들이 내뱉는 말에 과연 어느 정도 진심과 거짓이 섞여 있는지 알 수 있어야 하고, 사회생활을 능숙하게 하기 위해서는 거짓말도 서슴지 않고 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게 한국 사회의 어두운 규칙이다.
크리스마스를 맞아 이브날에 회사에서 단체 등산을 간다고 하여 빠지지 못했다가 사망한 직장인의 사연은 우리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개인의 자유가 집단의 선택에 제한되는 이 나라는 과연 '민주적'이라는 말을 사용할 수 있을까? 아직도 우리 사회 깊숙이 잠재된 집단주의는 악으로 남아있다. 1
내부 고발을 한 교사에 대해서 부정한 평가가 내려지고, 부당한 일을 겪더라도 이를 악물고 참아야 한다. 내가 스스로 송곳이 되려고 하는 순간, 차가운 손바닥이 내 뺨을 후려치는 일을 겪게 된다. 우리는 이런 한국에서 살아가는 시민이다. 어찌 이 일이 쉽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2
지난 월요일(4일)에는 뉴스룸을 통해서 4일 4색 토론이 있었다.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 더불어민주당 최재성 의원, 정의당 유시민 전 장관, 안철수신당 정연정 교수 네 명의 패널이 모여 한국 사회에서 뜨거운 화제인 여러 주제를 두고 토론을 벌였는데, 토론을 보는 동안 참 여러 가지로 답답했다.
전형적인 기득권 싸움부터 시작해서 자기 변명에 치우친 모습이 대부분이었다. 토론을 듣는 동안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그런데도 청량한 사이다를 마신 것처럼 시원해지는 부분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유시민 전 장관의 일침이었다. 유시민 전 장관의 일침을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그냥 대한민국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 이야기하세요. 지금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거의 모든 사회적, 정치적 권력을 틀어쥐고 이명박 정부 5년에 이어서 또 3년 동안 대한민국을 운영했잖아요? 지금 엉망이잖아요? 솔직히.
야당이 갈라져 있고, 취약해서 유지가 된다고 하지만 …(생략)… 지금 뭐 잘하고 있나고요?
한 예를 들면, 달러로 표시한 1인당 국민소득이 후퇴했잖아요. 작년이 2014년보다 못하잖아요. 국민이 더 가난해졌어요. 빈부 격차가 더 커졌어요. 게다가 민주주의는 흔들려요. 그다음 대통령한테 아부하는 사람들이 다 출세해요. 이게 고려말 무신 정권 때나 이랬지, 언제 이랬습니까? 능력도 안 보고, 무엇도 안 보고 충성도 하나만 보고 다 하고. 그렇지 않습니까? 여당 원내대표를 대통령이 찍어서 쫓아내고. 지금 이런 시국이에요." (중략)
"좀 큰 당들이 잘해주기를 바라고요, 다만, 말로 좀 하자고요. 말로요. 뭐 하고 싶은 게 있으면, 대통령이 나와서 이런 거 나라를 위해서 좀 해야 하겠습니다, 여당 대표가 나와서 이런 거 국민을 위해서 해야 하겠습니다. '안 돼요.' 이러면 왜 안 되는지 물어보고, 들어보고, 그건 좀 감안해서 반영할게요. 이렇게 국가 운영 못 합니까?
지금 이렇게 나라를 엉망으로 운영하고 있고, 대한민국, 헬조선. 그게 교과서 잘못되어서 청년들이 나라 떠납니까? 기성세대가 나리를 이 모양으로 만들어 놓고 반성도 안 하고 자기들끼리 싸우잖아요." (이하 생략)
이 말을 들으면서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요즘 말로 표현하자면 "캬~ 사이다!"이라고 말할 정도로 감탄했다. 언제나 우리 사회는 기성세대가 구성원을 차지하는 기득권이 제멋대로 하는 대로 그 방향이 정해졌다. 정치, 사회, 교육, 경제 모든 분야가 언제나 그들을 중심으로 그들의 이익이 전부였다.
그렇게 해서 달라진 게 무엇이 있는가. 패권싸움을 하는 막연한 정치에 젊은 세대는 관심을 잃어버렸고, 기성세대가 그들에게 씌운 무거운 짐을 드느라 두 손 두 발 꼼짝달싹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런데도 기성세대 정치인은 '젊은이가 패기가 없고, 패배주의에 젖어있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실정이다.
그래서 나는 유시민 전 장관의 날카로운 일침이 마음속 깊이 새겨졌다. "대한민국, 헬조선 그게 교과서 잘못되어서 청년들이 나라 떠납니까?"이라는 말은 '옳소! 옳소!'라며 박수까지 치고 싶었다. 아마 이번 토론을 시청한 같은 20대가 그렇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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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한국은 설국열차'라는 수식어가 들어간 글을 읽어보았다. 그 글은 헬조선 한국을 떠나 호주에 이민을 가서 저녁이 있는 삶, 여유로운 삶을 찾아 나선 청년들의 이야기다. 글을 읽으면서 '쯧쯧….' 하며 혀를 차는 사람은 기성세대일 것이고, '호주 이민'을 검색하는 사람은 청년 세대일 것이다. 4
이런 현상이 벌어진 일에 대해 도대체 누구를 탓해야 할까? 국가 운영을 똑바로 하지 못한 정부만 탓하기에 그 시간이 너무 길었고, 아무것도 하지 못한 야당을 탓하기에 그들도 너무 권리와 사리사욕에 물이 들었다. 그저 주먹으로 치는 이 가슴이 답답해질 뿐, 우리는 불평조차 마음대로 하지 못한다.
그 탓에 정의당 유시민 전 장관의 일침은 너무 속 시원했다. 그리고 송곳으로 찌르는 것처럼 아팠다. 우리는 과연 이런 정치에 얼마나 관심을 기울였으며, 얼마나 적극적으로 참여했으며, 얼마나 더 알려고 했을까. 나는 스스로 그런 질문을 해보며 '나 또한 제대로 한 것이 없다'는 것을 자책해야 했다.
올해 2016년 나에게 가장 중요한 사안은 프로야구 개막도 아니고, 대학 복학도 아니다. 바로 다가오는 지방 선거다. 이번에도 분명히 거짓말과 음모와 시시비비를 가리기 위한 싸움이 엉키는 엉망인 선거가 될 것이다. 과연 나와 같은 20대는 이런 모습을 바라보며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자기들끼리 싸우는 기성세대와 정치인을 바라보며 나와 같은 20대가 해야 할 일은 한숨을 쉬면서 고개를 돌리는 게 아니라 '우리도 있어요! 우리는 이런 말을 하고 싶어요!'이라며 권리를 주장하는 일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스스로 책임감을 느끼지 않으면, 정치는 끝까지 책임이 없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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