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아동학대의 원인은 바로 '이것' 때문
- 시사/사회와 정치
- 2015. 12. 29. 07:30
외면해서는 안 되는 우리가 잘 모르는 아동 학대, 우리 주변은 괜찮을까요?
크리스마스 연휴가 끝나면서 들뜬 분위기가 가라앉을 틈도 없이 다시 한 해의 마지막 날이 다가오면서 여전히 사람들 사이에서는 '올해가 얼마 남지 않았다. 곧 새해가 와!'라는 말이 오가며 분위기는 여전히 붕 떠 있는 느낌이다. 이맘때는 역시 아무리 나라고 해도 약간의 설렘을 느낀다.
이렇게 즐거운 분위기로 사람들의 마음이 조금 들떠 있을 때, 우리는 아주 충격적인 소식을 뉴스를 통해 접하라 수 있었다. 바로 한 초등학생이 아동 학대를 당한 사건이다. 그 초등학생은 부모님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해서 탈출을 두 번이나 시도해서 겨우 구출될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았다.
크리스마스가 오기 전에 탈출에 성공한 박 모양은 현재 지원을 받으면서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크리스마스를 맞아 많은 사람이 그녀를 위해서 지원금을 보내주었고, 우리 사회에서는 다시금 '아동학대는 없어져야 한다. 부모에게 강한 처벌이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울산에서 벌어졌던 계모가 의붓딸을 살해한 사건, 인천 어린이집 교사의 아동 학대 사건, 그 이외에도 뉴스를 통해 언급되었지만 기억나지 않는 사건들은 우리 사회에 충분히 자극을 주었다. 그런데도 또 이런 일이 보도되니 사람들 사이에서 경각심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탈출 못하게 감시까지, ⓒjbc 뉴스룸
확실히 박 양의 사연은 그동안 잊히던 아동 학대 사건을 다시금 떠올릴 수 있기에 충격적이었다. 그녀의 부모는 인간이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가혹했다. 아이가 도망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조직적으로 감시하는 모습에서 우리는 작은 인간성, 부모의 도리를 엿볼 수조차 없을 정도다.
나는 이 건에 관해서 분명히 강한 처벌이 이루어질 것으로 믿는다. 이렇게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고, 이제 더는 이런 사건을 가만히 두고 볼 수 없다는 여론이 형성된 시점에서 법원과 검찰은 강하게 나갈 테니까. 그런데 문제는 '처벌'이 아니라 이번 사건이 보여준 아동 학대의 근본적 접근법이다.
우리는 이렇게 놀라운 사건을 통해서 아동 학대 사건을 알게 되고, '다행히 내 주변에는 이런 일이 없지. 저런 사람이 어디 흔해?'라는 안일한 생각을 하기 쉽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확실히 박 양의 부모가 저지른 학대는 심각한 수준이지만, 이와 비슷한 학대는 일상에 숨어있기 때문이다.
아동 학대는 단순히 아이를 신체적으로 학대하는 것에 한정하지 않는다. 정신적으로 아이를 몰아세우는 것 또한 아동학대 중 하나인데, 특히 부모님의 사이가 좋지 않은 가정환경에서 자란 아이는 정서적으로 불안정을 겪거나 부모님의 분풀이를 겪으면서 정신적으로 학대를 당할 확률이 아주 높다.
친권상실 청구, ⓒ뉴스룸
부부 싸움을 하는 것은 살다 보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한두 번 다투는 것이 아니라 자주 다투고, 말싸움이 아니라 서로 듣기 거북한 욕설을 하면서 신체적 행동으로 이어지는 다툼은 아이의 교육에 악영향을 끼친다. 굳이 말하지 않더라도 좋지 않은 가정환경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 것이다.
좋지 않은 가정환경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아동 학대는 우리가 학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며, 아직도 가부장적인 분위기가 진하게 남아있는 우리 사회에서는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예외적으로 뉴스를 통해 보도되는 '경악스러운 사건'만 아동 학대로 여겨질 뿐이다.
폭력은 우리 일상 속에 언제나 잠들어 있다. 언어폭력, 신체 폭력, 정서 폭력 등 구체적인 카테고리로 구분할 수 있지만, 우리가 인식하는 폭력은 언제나 신체 폭력 하나밖에 없다. 언어 폭력은 학교와 가정 내에서 '장난'으로 취급되고, 정서 폭력은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 본인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에서 폭력 피해자를 손가락질하면서 '네가 처신을 잘못해서 그래.'라고 비꼬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아동학대도 마찬가지다. 부모의 폭력에 대해 똑바로 알지 못하니 방치되고, 그 폭력은 아이의 폭력으로 이어져 학교 폭력이 되거나 다시금 무책임한 부모가 되어 학대를 저지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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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은 절대 끊어지는 법 없이 연속해서 이어진다. 아동 학대를 당한 경험은 학교 폭력으로 변질하거나 친동생을 폭행하는 일로 이어지고, 성인이 되어서는 군대 가혹 행위와 직장 내 폭력 혹은 데이트 폭력으로 이어지고, 이후 부모가 되었을 때도 무의식적으로 폭력 행위를 그대로 하게 된다.
물론 어디까지 가설이다. 하지만 많은 연구 사례가 이를 증명한다. 폭력은 대물림되는 행동이다. 절대 행복하지 못한 가정에서 자란 아이가 멋진 부모가 되지 못하리라는 법은 없지만, 확률적으로 잘못을 반복하는 부모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왜냐하면, 수정 교육이 없으니까.
우리 교육은 조금씩 달라지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아이를 대하는 교육의 방향은 달라지지 않았다. '아이의 시선'으로 보는 게 아니라 여전히 '어른의 시선'으로 접근하면서 아이 본연의 인권은 여전히 어른들에게 다루어지고 있다. 여기에 책임감도, 도덕도 없이 오직 '결과지상주의'만 있다.
이번 박 양의 아동 학대 사건 또한 우리는 결과만 신경 쓸 것이다. 박 양은 이후에 어떻게 되었는지, 박 양의 아버지와 동거녀와 학대에 가담한 이들이 어떤 처벌을 받았는지. 그리고 우리 교육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며 여전히 결과지상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아이의 인권은 제자리걸음을 할 것이다.
잦은 아동 학대는 원인은 '이것'이다. 학교와 가정의 아이에 대한 안일한 생각. 사람과 예절을 먼저 가르치지 않고, 영어 알파벳을 먼저 가르치는 것부터 시작하니 어디에 인간성이 있을까. 나는 모르겠다. 대안 교육을 위해서 필요한 방법은 무수히 논의되지만, 과연 우리는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까?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 묻고 싶다. 그리고 나 자신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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