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이 없어서 탈출 못했다는 참 철 없는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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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열린 세월호 청문회, 하지만 참 철이 없던 청문회


 말이 많았던 세월호 청문회가 드디어 열렸다. 그런데 수사권이 없는 특별조사위원회는 힘을 발휘하지 못했고, 청문회에 임하는 정부 관계자는 모두 '기억이 안 난다.', '잘 모르겠다.' 등의 변명으로 일색의 답변을 했다. 더욱이 정부에 관한 질문에는 완강히 부정하면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세월호 사고는 우리에게 있어 소중한 목숨을 앗아간 슬픈 상처다. 하지만 유가족이 아니라 '사회적인 측면'으로 보게 되면, 세월호 사고는 정치적 이념의 소용돌이에 있었다. 세월호 사건으로 벌어지는 정부에 대한 비난을 피하고자 했던 세력, 정부를 비난하려고 했던 세력이 맞붙었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세월호 사고에 관련된 유족을 동정하는 마음은 어느 사이에 불신과 분노로 바뀌게 되었다. '너희 때문에 경기가 죽어가고 있다', '자식 잃은 게 무슨 벼슬이냐', '그 일과 대통령이 무슨 상관이냐' 등의 막말이 오가면서 성숙하지 못한 시민 사회가 어떤지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세월호 사고는 한국 사회의 부끄러운 민낯을 드러냈지만, 우리는 그 민낯을 마주하는 것이 아니라 거짓말이라는 포장지를 씌워서 감추려고 한다. 수사권을 가지지 못한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는 아무런 힘이 없었다. 그저 '모른다'고 말하면, 뜸 들이다가 그 대답을 받아줄 수밖에 없었다.


ⓒJTBC 뉴스룸


 더욱이 세월호 청문회에서는 정말 해서는 안 될 말도 여럿 나왔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말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학생들이 철이 없어서 배 밖으로 나오지 않고'이라는 말이 아닐까. 어떻게 아이들이 철이 없어서 배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는 말을 할 수 있을까? 당시 영상을 보면 이런 말을 절대 할 수 없다.


 세월호가 침몰하고 있을 때 선내 방송에서는 계속해서 '가만히 있으세요.'이라는 말이 방송되었고, 학생들은 생명이 위험한 순간이라 어른들의 지시를 똑바르게 지킨 것뿐이다. 그러다 골든 타임, 도망쳐야 할 시기에 밖으로 나오지 못한 것이 '팩트'다. 어찌 아이들의 철이 없다고 말할 수 있는가!


 이것은 못난 어른들이 아이들의 목숨을 빼앗은 재난이다. 자신의 눈으로 직접 위기 상황을 보고 파악한 사람들은 먼저 피할 수 있었지만, 아래에 있던 학생과 일반 탑승객은 그렇지 못했다. 가장 먼저 대피 명령을 내려야 했던 선장과 관계자는 가장 먼저 도망쳐버렸으니, 당연한 수순이었다.


 구조에 나선 해경조차 이탈리아에서 벌어진 사건처럼 '당장 배로 돌아가서 사태를 지휘하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눈앞에 나온 선장을 부축하며 구조하고, 바다 위에서 둥둥 떠 있는 사람들을 구조하는 것에 그쳤다. 그 이후 본격적인 구조 활동은 지연만 하다 세월호가 바닷속으로 가라앉게 해버렸다.



 세월호 사고 전과 사고 후로 나누어지는 한국 사회. 우리 한국은 여전히 세월호 사고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잘못을 받아들이고, 수정하는 것이 아니라 '해체하기로 결정했습니다.'이라는 말 한마디로 모든 책임을 공중분해 시켜버렸다. 잘못은 저질렀지만, 책임을 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거다.


 세월호 청문회의 모습은 그런 현실을 잘 보여주었다. 모두 하나같이 모르겠다는 대답 일색이었고, 정부에 활이 겨누어질 수 있는 부분은 완강히 부정했다. 오랫동안 지속한 뿌리 깊은 부패를 치료하는 일은 아직 한국 사회에서 멀었다. 정부 관료의 투명성은 뒤처지고, 시민 의식 또한 미비하다.


 OECD 국가 중에서 낮은 정부 신뢰도를 가진 한국의 오늘을 만든 것은 그런 잘못의 반복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오래전부터 기업과 정부는 함께 손을 잡아서 부패를 키웠고, 몇 번이나 드러난 잘못을 '급속한 경제 성장을 이루었다.'는 말 한마디로 덮어버린 탓에 오늘날도 이어지고 있으니까.


 나는 여기서 묻고 싶다. 철이 없는 것은, 어른들의 지시를 따랐다가 그대로 가라앉아버린 학생들인가. 아니면, 눈앞에서 버젓이 잘못되었다는 게 보여도 딴청을 피우는 정부인가? 단순히 책임을 물어야 하는 사건이 정치 공학에 이용당해 끝까지 논란으로 남을 이 상황이 참으로 개탄스럽다.


인간다움이라는 것. 그것은 단적으로 말하면 스스로의 책임이 무엇인지를 깨닫는 것이다.

(마음의 눈에만 보이는 것들, 생택쥐페리, 인간의 대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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