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인권위원회 이사국 한국, 정말 인권 수준이 높아졌을까?
- 시사/사회와 정치
- 2015. 12. 11. 07:30
선진국으로 포장하고 싶어하지만, 숨길 수 없는 한국의 현실
한국에 거주하는 노동 이민자와 결혼 이주민이 늘어나고 있지만, 우리 한국은 아직 그들을 제대로 품어줄 수 있는 나라로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 바깥에서 한국으로 들어온 사람을 신경 쓰기에 아직 우리나라 내에서도 사람대접을 똑바로 받지 못하는 사람이 너무 많이 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을 받지 못해서 노동청에 고발해도 법적 비용을 부담하지 못해 포기하는 사람이 있고, 근무지에서 밀린 임금을 받지 못한 채 퇴사하는 사람도 있다. 한국의 노동자 인권은 괜찮다고 누가 말할 수 있을까. 노동자 인권이 전부가 아니다. 청소년 인권, 장애인 인권 등 따질 수 있는 게 너무 많다.
그런데 이런 상황을 외면한 채, 얼마 전에 UN 인권위원회의 이사국으로 한국이 선정되어 높아진 위상을 의미한다고 말하는 이상한 사람들이 있었다. 그 기사를 읽으면서 나는 'UN이 정신이 나갔군.'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알고 보니 UN 인권위원회의 이사국 선정에는 몇 가지 오점이 있었다.
한국이 내년에 인권위원회 이사국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각 지역별로 돌아가면서 이사국을 맞는 관습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중남미, 동유럽, 아프리카, 서유럽, 그다음이 아시아 태평양이었는데, 때마침 아시아 태평양 쪽에서 이사국을 하려던 나라가 사우디아라비아와 인도뿐이었다.
팩트체크, ⓒJTBC 뉴스룸
사우디아라비아는 세계 자유 보고서에 최악의 국가로 선정된 나라 중 하나였고, 인도 또한 여전히 남아있는 신분 제도와 함께 여성 인권이 똑바로 보장받지 못하는 나라 중 하나다. 이런 나라와 우리나라는 과연 비교할 수 있을까? 최소한 저 두 나라보다 우리는 당연히 높아야 하는 게 정상이다.
더욱이 선출 과정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인도는 도중에 철회했다고 하니, 한국에 자연스럽게 인권 이사국이 오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한국의 인권 수준이 높아진 것이 아니라 돌고 돌리던 하나의 이름표가 우연히 한국의 차례에 왔을 뿐이다. 그런데 자화자찬하며 떠들썩해 하는 모습이 참 우습다.
얼마 전에도 시위에 강도 높은 진압을 하면서 해외 언론의 비판을 받았고, 현 정부를 비판한 외신 기자에게 외교부가 항의하는 초유의 사태도 벌어지기도 했다. 한국은 아직 인권 선진국이라는 말을 하기에는 너무 멀었다. 지금 정부에서 추진하려고 하는 노동 개혁도 이름과 반대되는 행동이 아닌가?
국가 인권 위원회는 한국의 등급을 보류했다. 2004년에 A등급을 받았지만, 그 이후 보류를 받은 것은 사실상 강등이나 다름없다고 한다. 앰네스티 인권보고서에는 '박근혜 정부 2년 차로 접어들면서 인권이 후퇴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적혀 있을 정도로 현재 한국은 거꾸로 가는 중이다.
팩트체크, ⓒJTBC 뉴스룸
나는 일부러 비판적으로 한국의 오늘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 주변을 조금만 둘러보면, 뉴스에 조금만 귀 기울여보면 우리는 우리 가까이에 이런 인권 후진국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불과 수 십일 전에도 장애인 시설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시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더욱이 올 한 해 뉴스 중에서 심각한 인권 침해 소식은 한둘이 아니었다. 특히 부모님 세대가 아이에게 물려주는 편견과 차별은 앞으로 우리 한국 사회가 건전한 시민 사회가 되지 못하는 가장 큰 오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임대세대 아이와 놀지 말라는 어른 또한 인권의식이 낮은 사람이니까.
인분 교수 사건을 기억하는가? 어느 정도 배우고, 어느 정도 직위에 있다는 대학교수가 그런 몰상식한 행동을 아무렇지도 않게 했다. 이것은 우리의 교육이 결코 인권을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이런 모습을 마주하며 어떻게 인권 선진국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임대 아파트 세대 차별, 장애인 차별, 3D 노동자 차별, 인턴 차별, 여성 성추행, 군대 가혹 행위, 대학 선후배 군기 등 올해 쟁점이 되었던 인권 침해 사건들을 열거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부분적으로 우리는 모범국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한국은 아직 갈 길이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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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한국의 부정적인 모습을 말하면서 '아직 한국은 자랑스럽게 남한테 말할 수 있는 수준이 되지 못한다.'고 주장하면, 반박하는 사람은 나더러 비관주의와 패배주의에 빠져 있다고 말한다. 한 나라의 대통령조차 패배주의 운운하며 시민들을 질책하니, 어찌 일반인 또한 그렇지 않을 수 있을까.
진짜 패배주의는 '더는 가망이 없다.'고 생각하면서 개선하기를 포기한 것을 의미한다. 사실에서 눈을 돌리고, 몇 가지 사례를 모아서 진실로 왜곡하는 일이 바로 진짜 패배주의가 아닐까? 스스로 잘못을 부인하고, 잘못을 고치려고 하지 않을 때, 우리는 진짜 추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오늘 이렇게 내가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갑질 손님을 맞아 무릎을 꿇고 있을지도 모르고, 속으로 쓴소리를 삼키면서 여성 직원의 엉덩이를 더듬는 빌어먹을 손님을 상대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어디에나 있는 흔한 일이다. 하지만 흔하다고 방치해버리면 안 된다.
국제 인권 감시단은 "한국 정부가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인권 모범국이 될지, 아니면, 이름만 의장국이고 실제론 인권 후퇴국이라는 오명을 쓸지 기로에 놓여있다."고 말했다. 시민을 IS에 비유하는 박근혜 정부의 급속히 후퇴하는 인권 수준이 내년에 어떻게 달라질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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