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보다 예절을 먼저 가르치는 일본 엄마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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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적인 아이, 그리고 자유롭지만 예절을 아는 아이로 키우는 일본 엄마의 힘


 일본어를 공부하게 되면서 나는 일본의 여러 문화도 함께 배웠다. 무엇보다 일본 애니메이션과 만화책, 라이트 노벨 같은 문화와 함께 문학 소설도 종종 읽기에 비교적 일본의 여러 문화에 상당히 호감을 느끼고 있다. 역시 어떤 나라의 언어를 공부하면, 자연히 애착이 생기는 것 같다.


 그중 가장 내가 매력적이라고 생각한 것은 일본의 교육 방식이다. 일본도 우리 한국과 마찬가지로 진학 열기가 높은 나라로 유명하지만, 일본은 한국과 달리 좀 더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진학을 할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무조건 '진학'을 목표로 해야 하는 우리와 다르다.


 내가 보낸 중·고교 시절을 떠올려보면, 학교와 학원을 오가면서 열심히 배웠지만 남는 것은 별로 없다고 생각한다. 그저 어른들이 하라고 하니까 학원에 가서 공부를 했고, 학교에서도 좋은 대학교에 가는 것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10대 시절을 살았고, 20대로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일본은 이런 분야에서 좀 더 자유롭다. 학기 중에서도 많은 중·고등학생이 동아리 활동을 통해서 하고 싶은 취미 생활을 즐기고, 시험 기간이 다가오면 동아리 활동을 쉬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공부가 가장 먼저다.'이라는 압박은 없다. 오히려 부활동을 통해 공부에 더 긍정적인 효과를 얻기도 한다.


내가 아는 대부분의 일본 사람들은 학창 시절의 가장 좋은 추억으로 동아리 활동을 꼽았고, 그것이 입시에 어떤 지장을 미쳤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동아리 활동에 몰두할수록 공부도 열심히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30여 년 이상 일본을 대표하는 도쿄 대학교에 가장 많은 합격자를 배출한 명문 중고등학교인 가이세이 학원에는 50여 개의 동아리와 19개의 동호회가 존재하고 학생 대부분이 가입해 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가 같이 있는 이 학교 학생들은 선배로부터 동아리 조직에 대해 배우고 직접 운영하며 커뮤니티를 만든다. (중략) 동아리 활동에 열심이지만 졸업생 중 절반 정도는 도쿄대에 입학한다. 그 때문에 일본에서는 엘리트일수록 취미가 다양하고 지식이 풍부하다는 이미지가 있다. (본문 133)


 윗글은 오늘 소개하려고 하는 책 <일본 엄마의 힘>에서 읽은 일부분이다. 맹목적으로 일본의 이런 문화를 찬양하는 것은 아니지만, 솔직히 나는 이런 문화가 있어 일본에서 노벨상이 많이 나오거나 중고교 시절을 추억할 수 있는 사람이 많다고 생각한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일본 엄마의 힘, ⓒ노지


 평소 일본 교육에 관심이 많고, 대학에 복학하면 반년 정도 수업을 한 이후에 바로 일본으로 유학을 가고 싶은 꿈을 가지고 있어 <일본 엄마의 힘>을 통해 읽을 수 있는 일본 엄마의 교육과 여러 환경 이야기는 정말 흥미로웠다. 특히 한국 교육과 비교하며 부분적으로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했다.


 한국 사람은 일반적으로 일본을 싫어하는 경향을 보이지만, 막상 일본을 그렇게 혐오의 감정으로 대하는 사람을 별로 없다고 생각한다. 매해 많은 사람이 일본으로 여행을 가기도 하고, 유학을 가거나 한국과 일본 내 여러 지역에서 문화와 지역 사업을 교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거주하는 김해 검도회도 일본 후쿠야마 시와 친선 교류전을 매해 하고 있다. 한국와 일본은 우리 생각보다 훨씬 더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본다. 그래서 나는<일본 엄마의 힘>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우리 한국도 이런 영향을 받아 좀 바뀔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부분이 많았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일본 엄마가 아이에게 가르치는 생활 습관이었다. 한국은 어느 곳을 가더라도 아이들이 부모가 제어하지 못한 상태에서 막 뛰어다니거나 떠드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는데, 일본에서는 철저하게 예의를 먼저 가르치며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했다.


일본은 동네 마트에서나 병원, 쇼핑몰에서도 소란을 피우는 아이가 많지 않은 편이다. 아이가 소란을 피우면 즉각적으로 저지하거나 밖으로 나가기 때문이다. 나는 많은 일본인에게 언제부터 조용히 해야 한다는 걸 배웠는지 물어봤다. 그런데 모두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주의를 받았다고 대답했다. 말귀가 통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일본 엄마들은 "타인에게 폐가 되니까 조용히 해라"는 말을 달고 산다. (본문 18)


일본에서는 예절과 자립심을 바탕으로 협동심 있는 아이로 자라야 진정한 엘리트라고 여긴다.

일본 유아 교육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기초 생활 교육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 아이가 다니고 있는 보육원만 해도 만 두 살이 되면 식사나 옷 갈아입기, 신발 신기, 장난감 정리 등을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스스로 하도록 시킨다. 아이들 사이에서 다툼이 일어났을 때도 이유와 과정을 설명하고 '미안해', '괜찮아' 등의 말을 반드시 하도록 한다.

아무리 울어도 제대로 의사 표현을 하지 않으면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는 것을 가르치고,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런 자립 교육을 유치원에서 완벽히 몸에 익혀 초등학생이 되면 거의 한 사람 몫을 하도록 만드는 것 같다. (본문 154)


 이렇게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자립심을 키우는 교육은 이후에도 아이에게 긍정적인 영향이 있다. 한국은 너무나 당연하게 어린아이가 떠드는 것을 어쩔 수 없다고 받아들이지만, 일본에서는 '쉿! 조용히 해야 해.'라며 아이가 이해할 수 있도록 끈질기게 설명한다. 어찌 보면 대단한 일이지 않을까?


 물론, 이런 것은 어느 정도 문화의 차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히 아이에게 나쁜 일은 나쁜 것이라도 가르치고, '아직 어리니까 뭘 모른다.'고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내버려두는 일은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그런 태도가 사람들 사이에서 갈등을 부추기고, 이기주의가 될 수도 있다.


 내 의견이 오만일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집에서 아이를 보는 부모의 역할이 아이가 어떤 성향을 가진 어른으로 성장하는지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무조건 공부만 하라며 고함을 치는 들들 볶는 부모님 밑에서는 아무리 공부를 잘하더라도 '예의를 아는 사람'으로 성장하기 힘들다.


일본 엄마의 힘, ⓒ노지


 교양 있는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가 예의 바르게 자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오해하지 말자. 여기서 말하는 교양은 상대방을 잘 배려하고, 예의를 잘 지킨다는 것이지 한국 막장 드라마에서 등장하는 돈을 펑펑 쓰며 있는 척을 하는 모습이 아니라는 점이다. 후자의 행동은 몰상식한 행동이다.


 <일본 엄마의 힘>을 읽는 동안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많다고 생각했다. 우리 한국 교육의 모습과 일본 교육의 모습을 비교하면 분명히 배울 점이 많았다. 하지만 일본 교육도 완벽하지 않다. 학교에서는 우리와 마찬가지로 학교 폭력이 심각한 문제가 되고, 부모의 아동 학대도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가 일본 교육에서 배워야 할 점이 훨씬 더 많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는 '헬리곱터 맘'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언제나 아이 곁에서 사사건건 개입하고, 아이가 스스로 하는 것보다 부모가 먼저 나서서 하는 일이 많다. 과연 이런 모습이 교육적으로 옳다고 말할 수 있을까?


 아니다. 그런 것은 아이가 스스로 무엇 하나 하지 못하게 하면서 자립심을 길러주지 못하고, 심지어 자신감마저 잃게 한다. 부모가 무분별하게 아이의 요구를 들어주면서 이기적인 어른으로 성장할 수도 있고, 오직 '공부'라는 한 단어만 강요하니 수능이 끝나는 날에 세상을 등질 수도 있다.



 나는 일본 교육이 완벽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서유럽에서 발전한 교육 방식도 완벽하지 않다. 세상 어디에 100% 완벽하고, 안전한 교육 방식이 있겠는가. 저마다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교육 방식은 지나치게 어른의 초점에 맞춰져 있어 독선적이고, 위험하고, 단점이 많다.


 그 사실은 명명백백하다. 책 <일본 엄마의 힘>을 읽어보면,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이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있다. 왜 저자가 일본에서 아이를 기르기로 정했는지, 한국과 마찬가지로 명문 대학 진학에 목표를 두는 사람이 있어도 한국과 다른 가치를 추구하며 발전시킬 수 있었는지 책을 통해 알 수 있었다.


베넷세 교육종합연구소의 2008년 초중고등학교 학생 생활 조사에 따르면, 중학교 1~2학년 학생의 90퍼센트가 동아리 활동을 하며, 고등학교의 경우는 1학년 70퍼센트 이상, 2학년 60퍼센트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동아리 활동에 소비하는 시간은 1일 평균 중학생 100분, 고등학생 120분 정도로 오히려 고등학생이 동아리 활동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한국이라면 방과 후 자율학습(강제로: 역자 노지)을 하거나 각자 입시 학원에 다니느라 바쁜 시간에 일본 학생들은 체력을 기르고 악기와 씨름한다. 감수성이 가장 민감하고 체력이 한창일 때 공부가 아닌 다른 취미 활동으로 인생의 가장 아름답고 빛나는 시간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본문 134)


 윗글만 읽는 것으로 우리는 한국이 추구하는 교육의 가치와 일본이 추구하는 교육의 가치의 본질적 차이를 알 수 있다. 한국이 추구하는 교육은 '희생'이다. 나중에 잘 먹고 잘살기 위해서 지금을 희생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니 한국이 OECD 국가 중 청소년 행복지수가 꼴찌일 수밖에 없다.


 더 길게 말하고 싶지만, 지나치게 일본 교육만 칭찬하는 글인 것 같아 썼던 글을 지웠다. 그래도 마지막으로 이 말은 꼭 하고 싶다. 우리 한국은 분명히 지금 하나둘 교육 시스템을 수정해나가야 한다는 점이다. 이 책 <일본 엄마의 힘>은 좁게 교육을 보는 우리에게 시야를 넓혀줄 수 있다고 믿는다.


추천하는 글 : '황소북스'의 <일본 엄마의 힘> 출간 전 연재 글 보기 → http://goo.gl/FZLo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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