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알아야 할 52가지
- 문화/독서와 기록
- 2015. 12. 16. 07:30
생애 처음 눈으로 보고, 귀로 들었던 클래식은 굉장했다
나는 음악을 좋아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또래의 20대와 젊은 세대가 즐기는 대중가요 같은 음악이 아니라 애니메이션을 통해서 들을 수 있는 음악, 그리고 혼자서 깊은 생각에 빠질 수 있는 클래식을 좋아한다. 애초 개인적인 성향이 조용한 것을 좋아하다 보니 음악도 이런 쪽에 흥미를 두게 되었다.
처음으로 내가 클래식을 들었던 적이 언제인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중학교 음악 수업 과정을 통해서 작곡가와 음악 기호를 배우기도 했지만, 솔직히 그때는 시험공부로 적당히 눈으로 보았을 뿐이다. 아마 깊은 인상이 남았던 연주는 수능 시험을 마치고 혼자 갔던 오케스트라 연주회가 아니었나 싶다.
내가 사는 김해에 있는 <김해 문화의 전당>에는 종종 오케스트라 연주회가 열리는데, 흥미가 생기면 혼자 가서 듣곤 했다. 그때 들었던 오케스트라 연주회는 클래식이라는 장르의 음악을 서서히 좋아하게 된 계기라고 생각한다. 애초 친구가 별로 없어 항상 조용한 곳에서 생각하는 것을 좋아했으니까.
그리고 애니메이션을 통해 들은 피아노 음악은 점점 더 내가 곡을 연주해보고 싶다는 욕심도 품게 했다. 애니메이션을 통해서 '때때로 듣는 음악'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연주하고 싶은 음악으로 클래식은 내 마음속에 자리를 잡았다. 그래서 지금 열심히 피아노를 배우며 고군분투하고 있는 거다.
클래식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알아야 할 52가지, ⓒ노지
그러나 흥미가 있다고 하더라도 나는 클래식이라는 음악 자체에 대한 지식이 별로 없다. 그냥 쇼팽의 곡에는 피아노곡이 많고, 비발디는 교향곡이고, '클래식은 서곡과 전주곡과 교향곡과 변주곡 등이 있다'는 사실 정도만 알고 있을 뿐이다. 딱 일반인 상식, 아니, 오히려 더 못할지도 모른다. (아는 곡도 별로 없다.)
지금도 피아노 레슨을 통해서 여러 음악 용어를 배우기도 하지만, 그냥 곡을 연주하기 위해서 연습을 반복할 뿐이라 특별한 점은 없다. 그래서 이번에 출판사 페이스북을 통해 서평단을 모집했던 <클래식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알아야 할 52가지>는 꼭 읽어보고 싶은 책이었다.
책 <클래식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알아야 할 52가지>는 제목 그대로 가장 기본적인 것부터 설명하고 있다. 클래식 음악을 연주하는 가장 거대한 악기, 오케스트라는 어떤 악기로 구성되어 있는지, 각 악기의 특징과 어려운 점은 무엇인지, 왜 자리 배치와 편성이 달라지는지 등을 알 수 있었다.
역시 무엇이든지 '아는 만큼 보인다.'는 법이 있는데, 다음에 또 클래식 연주회에 가게 되면 그동안 보지 못했던 것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때때로 해설이 함께하는 음악회도 몇 번 가본 적이 있는데, 설명을 들으면서도 이해하지 못한 부분을 이 책을 통해 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심포니오케스트라, ⓒpixabay
그러나 조금 내용이 딱딱하게 설명하는 경향이 있어 정말 클래식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즐겁게 읽을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클래식 용어 풀어보기를 통해서 클래식에 관해 알지 못했던 부분을 읽어가는 것은 즐거웠지만, 역시 이런 역사적 이야기는 약간 지루함이 함께 있는 것 같다.
보통 내가 피아노 연습을 할 때 가장 즐거운 부분은 '악보를 눈으로 본 후, 손가락으로 피아노 건반을 쳤을 때 곡을 직접 들을 수 있을 때'이다. 그저 귀로 들을 수만 있었던 음악을 직접 피아노로 연주할 수 있다는 것은 저절로 입가에 웃음이 지어지는 일이었다. 그래서 꾸준히 피아노를 배울 수 있었다!
하지만 역시 지식과 역사적 부분은 아무리 작은 흥미를 느끼고 있더라도 깊은 호기심이 없다면, 지루하게 느껴지는 법인 것 같다. 클래식 용어를 통해 그동안 몰랐던 용어를 알 수 있게 되었고, 작곡가와 명곡의 이야기를 통해 곡에 숨겨진 이야기를 읽어볼 수 있었다. 그 부분은 매력적이었지만….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을 때 PC 또는 스마트폰으로 직접 그 곡을 들으면서 읽어보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나는 쇼팽의 <빗방울>, 그리고 하이든과 모차르트의 <4중주> 곡 몇 개를 들으면서 읽었는데, 직접 곡을 귀로 들으면서 그 곡과 연관된 이야기를 읽는 것은 꽤 즐거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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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나는 1년에 한두 번 정도 김해 문화의 전당에서 열리는 클래식 음악회에 혼자 참석할 때가 있다. 오케스트라 연주회 티켓의 가격 자체가 비싸기도 하고, 내가 클래식을 그렇게 '완전 좋아해!'라고 말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냥 평범한 호기심과 흥미를 느끼고 있을 뿐이다.
그래도 그 덕분에 더 클래식을 좋아하는 마음이 오래 남아 있는 것 같다. 피아노와 바이올린. 어릴 때나 지금이나 가장 배우고 싶은 악기다. 독주를 할 수 있는 두 악기가 만들어내는 선율은 어떤 때는 잔잔하고, 어떤 때는 격정적이고, 어떤 때는 마음을 파고든다. 정말 매력적인 악기라고 생각한다.
지금 피아노를 배우고 있지만, 클래식 곡을 따라가는 수준이다.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곡도 새로운 악보를 집어 들면 입이 턱 하니 막히고, 부드럽게 움직일 것 같았던 양 손가락은 녹슨 고철 덩어리처럼 변한다. 그때마다 재능이 없는 것에 한숨을 쉬지만, 그래도 더 알아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만난 <클래식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알아야 할 52가지>는 아무것도 모르는 나에게 클래식의 바탕을 알 수 있게 해주었다. 이제야 비로소 내가 좋아하는 클래식이 어떤 음악인지 간단히 알게 되었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책에서 언급된 몇 개의 피아노곡을 꼭 연주할 수 있게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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