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암고 급식비 비리에서 드러난 못난 어른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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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불편한 진실은 보려고 하지 않는 어른들, 도덕 말할 자격 있나


 도덕적인 생활은 우리가 어릴 때부터 가장 먼저 부모님과 선생님으로부터 배우는 가장 기본적인 생활 방식이다. 거짓말을 하지 않고, 친구를 괴롭히지 않고, 남의 것을 훔치지 않는 등의 도덕적으로 마땅히 지켜야 할 일을 우리는 학교와 가정에서 배웠고, 그것을 도덕으로 여기면서 살아왔다.


 그러나 우리는 점점 나이를 먹으면서 거짓말을 하고, 친구를 괴롭히고, 남의 것을 훔치는 사람들이 오히려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는 모습을 두 눈으로 목격하게 된다. 더욱이 그런 사람들이 정직하게 사는 사람들보다 오히려 더 부유하게 살고, 권력을 손에 넣어서 갑이 되는 모습을 보기도 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점차 '내가 도덕적으로 산다고 해서 무슨 이익이 있는가'는 고민을 하고, 점차 우리는 세상에서 바보로 살지 않기 위해서는 도덕적인 삶을 때때로 져버릴 필요가 있다는 것을 자연히 알게 된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 이 세상을 사는 못난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


 이게 우리 사회에서 볼 수 있는 '진실'이다. 얼마 전에 충암고 급식 비리 사건이 터지면서 사람들 사이에서 어떻게 선생님이 저럴 수 있는지 비판하고 있는데, 분명히 충암고 한 학교만 저런 문제를 가지고 있지 않을 것이다. 도덕적 해이에 빠진 학교와 기업과 어른은 셀 수 없을 정도로 있으니까.


ⓒJTBC


 과거, 충암고의 이름은 급식비를 내지 않은 학생을 다른 학생들이 지켜보는 면전에서 교감 선생님이 나무란 일이 언론에 알려지면서 우리가 알게 되었다. 그 이후 충남고 교장 선생님은 아이들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면서 오히려 학생들을 나무란 교감 선생님의 편을 들면서 큰 비판을 샀다.


 그런데 이제는 그런 도덕적 해이를 지적한 교장 선생님이 급식비 횡령을 한 죄로 경찰에 고소를 당했다. 정말 누가 누구에게 '도덕적 해이'를 지적하면서 가르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교장 선생님이 급식비를 내지 않은 아이를 나무란 것은 자신에게 오는 돈이 줄어들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충암고 사건이 일파만파 커지면서 우리는 충암고에서 벌어지는 여러 사건을 뉴스[각주:1]로 읽을 수 있다. 지금 충암고 학생들이 직접 나서서 학교의 급식 비리를 알리고 있고, 충암고의 급식 비리를 지적했던 한 선생님에 대한 징계[각주:2]가 논의되는 중이라고 한다. 참, 교육이 말세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잘못을 지적하고, 잘못을 바로잡아야 하는 선생님과 학부모가 먼저 앞장서서 학교 급식 비리를 파헤친 선생님을 위협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각종 비리를 숨기려고 했으니 학교가 똑바로 될 리가 없다. 문제의 학교 충암고는 꽤 입시로 유명한 학교라고 하는데, 과연 이게 우리 사회에 좋은 일일까?


충암고 식자재 빼돌리기, ⓒJTBC


 나는 이번 충암고 급식 비리 사태가 탐욕에 눈이 먼 못난 어른이 이끄는 우리 사회의 볼품없는 민낯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현재 충암고에서는 잘못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이 아니라 내부 고발자를 찾아내 처벌하거나 문제를 회피하기 위한 행동을 하고 있을 뿐이다. 참, 쓴웃음이 나오지 않는가.


 과거에도 우리 한국 사회에서는 이런 일이 몇 번이나 반복되었다. 공동체 생활, 즉, 단체 생활을 좋아하는 한국 사회에서는 그 단체에 소속된 사람이 내부의 문제를 밝히는 일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도 과감히 용기를 낸 사람에게 우리는 찬사가 아니라 배신자라며 오히려 손가락질한다.


 어릴 때 우리가 배운 '고자질은 나쁜 것'이라는 말을 그때 활용하는 것이다. 마치 잘못을 눈감아주는 것이 우정이고, 친밀의 표시라고 생각하는 것은 크나큰 착각임을 모르는 것 같다. 아니, 애초에 '도덕' 같은 기준을 제시할 수 있는 사람이 없거나 그런 환경이 갖춰지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충암고 급식 비리 사건은 일파만파로 커지면서 학교가 단순히 똑바로 된 '도덕'을 가르치는 것보다 경쟁을 위한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여러 어른의 몹쓸 탐욕이 아이들에게 수치심을 가져다주고, 상처를 입히는 학교를 우리는 과연 학교라고 말할 수 있는 걸까?



 이번 사태가 가진 문제 중 하나는 '과연 이 학교가 다음에 바뀔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다. 이런 문제를 수정하여 똑바로 된 급식이 제공되고, 학생과 교사 사이에서 소통할 수 있는 제도가 자리 잡아서 운행된다면 아주 좋은 피드백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만약 그렇지 않다면?


 나는 개인적으로 이번 문제가 언론의 관심을 받는 동안에는 급식비 횡령을 주도한 사람과 묵인한 사람들에 대한 처벌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언론의 관심이 뚝 끊기는 순간, 다시 학교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원 상태로 돌아와서 더욱 철저히 입단속을 하려고 할 것이다.


 부정하고 싶은 의견이지만, 우리 한국 사회는 언제나 그렇게 흘러왔다. 과거 서남대 총장이 횡령을 일삼아 구속 처벌이 되었지만, 그는 그 이후에도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그렇게 우리 사회는 가진 사람들이 도덕과 법을 넘어서면서 압도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주변에서 자신이 원하는 결과가 생긴다면, 잘못을 눈감으려는 많은 사람이 있기 때문에 잘못이 바로 잡힐 확률은 희미하다. 학생들이 지금 나서서 급식비 비리를 알려서 잘못을 수정하려고 하지만, 계란으로 바위 치기나 다름없다. 계란이 바위를 이기는 것은 영화라는 허구에 불과하다.


 아마 학교 측은 시험 기간[각주:3]에 들어서면 자연히 학생들의 열이 식을 것을 알고 있기에 버티기 작전에 들어갈 수도 있고, 한국의 언론 관심은 워낙 금방 식어버리기에 쥐 죽은 듯이 소극적인 대처만 할 확률이 높다. 그렇게 사건은 흘러가 결국은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것이다. 슬프지만, 그게 현실이다.



  1. 충암고 급식 사태 히스토리 정리 : http://goo.gl/jNl28N [본문으로]
  2. '급식 비리' 폭로한 충암고 교사, 징계 앞두고 있다 : http://goo.gl/R0zKGG [본문으로]
  3. 등굣길에 전단 뿌린 충남고 고3들 : http://goo.gl/1pllS3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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