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더는 추석이 반갑지 않은 사람들, 왜?
- 시사/사회와 정치
- 2015. 9. 26. 07:30
모두 방 하나에 둘러 앉아 웃을 수 없는 추석이 되어버린 이유
오늘부터 본격적으로 추석 연휴가 시작한다. 벌써 아침 뉴스에서는 추석에 이동하는 많은 사람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차량 정체가 극심하게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 같은 차량 정체를 겪으면서도 부랴부랴 고향을 방문하기 위해서 이동하는 사람들은 정말 대단한 것 같다.
중국과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런 모습은 해외에서는 '독특한 문화'로 여겨진다. 미국 같은 나라에서도 추수감사절에 부모님과 함께 칠면조를 먹는 모습이 보이기도 하지만, 한국과 중국처럼 이런 대대적인 이동을 통해 부모님과 함께 최소 1박 2일의 시간을 보내는 모습은 아주 드물다.
한국과 중국의 이런 모습은 유교에 뿌리를 두고 있는데, 예전부터 부모님을 향한 효가 사람으로서 가져야 할 도리로 여겨졌던 우리 사회에서 지금도 강하게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비록 지금은 마음에서 우러러 나오는 '효'라기보다 평소 챙기지 못한 죄송함과 의무로 바뀐 것 같기도 하지만….
그런데도 추석은 여전히 많은 사람이 기다리는 명절 중 하나다. 특히, 한국에서는 이제 한 해가 슬슬 끝나가는 것을 느끼는 시기이기도 해서 추석에는 평소보다 좀 더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좀 더 웃기 위해서 시간을 보내려고 한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당신도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JTBC 뉴스룸
그러나 우리 추석은 이제 더는 그런 좋은 이야기만 할 수 없는 처지가 되어버렸다. 예전에는 추석이 마냥 반가웠고, 설날처럼 오랜만에 다른 일가친척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함께 보내는 시간이 즐거운 추억이었다. 하지만 지금 우리에게 추석 같은 명절은 '즐거움'이 아니라 '부담'이 되고 있다.
추석을 맞이해서 사람들이 서로 건네는 인사는 '풍성한 한가위 되세요.'인데, 솔직히 우리 중에서 누가 풍성한 한가위를 보낼 수 있겠는가. 모두 겉으로 웃고 있어도, 속으로 남아있는 대출금과 대출 이자를 걱정하느라 얼굴을 찌푸리고 있을 것이다. 서로 먹고살기 힘들다면서 불평하기 바쁘다.
더욱이 이런 상황에서 아직 취업을 하지 못한 취업 준비생은 추석이 전혀 달갑지 않을 것이다. 부모님과 함께 먹는 밥이 그리워도 아직 취업을 하지 못한 죄책감에 시달리느라 스트레스만 받는다. 그래서 오히려 추석 같은 명절에는 학원 강의를 듣는 것을 선택하는 젊은 청년 세대가 많다.
그리고 이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도 마냥 화를 내며 보지 않는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 공감하면서 '잘 될 거야.'이라는 말을 무턱대고 하는 것보다 그냥 침묵의 격려를 하는 수밖에 없다. 우리 모두 지금 우리 사회가 얼마나 먹고살기 힘든 사회인지 잘 알고, 억지로 웃는 게 더 아프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JTBC 뉴스룸
또한, 다른 부분에서도 추석은 반갑지 않은 명절일 수도 있다. 이미 많은 사람이 알고 있으리라 생각하지만, 한국의 이혼율은 상당히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혼을 하지 않았더라도 따로 생활하는 별거를 하고 있거나 가정불화가 심한 가정이 많다. 이런 가정이 과연 명절이 반가울까?
전혀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쉽게 추측할 수 있다. 옆집처럼 일단 행복한 척을 하느라 그들은 속으로 끙끙대고, 고향에 내려가서 부모님과 다른 친형제 가족을 만나더라도 웃을 수밖에 없어 완전히 엉망이다. 글쎄, 이것은 우리 집의 사정에서 본 거라 일반화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는 우리 사회가 부정할 수 없는 한 단면이라고 생각한다. 먹고 살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면서 사람들은 모두 서로가 부담되는 지경이 이르고 있다. 그래서 부모님을 자주 찾아뵙지 못하고, 서로 먹고살기 어려워 친척들끼리 서로 만나도 서먹서먹하고, 부부는 갈등을 겪는다.
웃음소리가 들리는 곳은 TV를 통해 볼 수 있는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중산층 이상의 가정이 유일하다. 중산층 이상의 가정이 그래서 나는 정말 부럽다. 아마 이번 추석에 <슈퍼맨이 돌아왔다> 프로그램을 보는 일은 자살에 가까운 행위가 되지 않을까? 현실과 이상의 괴리감이 너무 커서….
|
사실 이런 모습은 어디까지 추석을 보내는 한 모습일 뿐이다. 비록 여유 있게 살지 못하더라도 진심으로 웃으면서 함께 있는 시간을 행복하게 보내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그냥 그렇게 믿고 싶은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너무 어둡지 않은가.
우리 집은 오늘도 집에서 TV를 통해 야구 중계나 보면서 선물로 받은 배나 깎아 먹으면서 혹은 치킨을 시켜 먹으면서 보낼 예정이다. 이게 현실이다. 다른 곳으로 이동해서 괜히 가진 사람과 가지지 못한 사람 사이에서 괴로워하기보다 그냥 집에서 편안히 보내는 게 최고의 방법이다.
올해도 어머니는 '집에 있을 거다.'이라고 말씀하시지만, 막상 또 '그래도 잠시만 갔다 올까?'이라는 말을 할지도 모른다. 나는 절대 낚이지 않을 거다. 지난번에도 그런 안일한 생각으로 갔다가 대판 싸우기만 하고 왔다. 다시는 그런 행동을 반복하고 싶지 않다. 올해는 꼭, 내년에도, 실수하지 않을 것이다.
아무쪼록 이 어려운 세상에 사는 모든 사람에게, 오늘 우리가 마주하는 추석 연휴가 자신을 위한 시간으로 보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풍성한 한가위보다 그래도 작은 여유를 느끼면서 오늘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나는 진심으로 존재할지 모르는 신에게 그렇게 기도한다.
이 글을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