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타인에게 애국을 강요할 수는 없다.
- 시사/사회와 정치
- 2015. 8. 17. 07:30
나라를 사랑하기 위해서 우리는 먼저 나라를 알아야 한다.
지난 8월 15일 광복절은 우리나라가 일본으로부터 식민지 지배에서 벗어나 독립을 이루어냈던 날을 기념하는 날이었다. 그런데 이 8월 15일 광복절을 가리켜 공영방송 KBS의 이사장은 '광복절이 아니라 건국절이다.'이라는 말을 하는 것부터 시작해 '김구는 공로자가 아니다.' 등 막말을 했다고 한다.
김구는 남과 북이 하나로 되는 통일을 원했었는데, 남한 단독정부를 원했던 이승만과 그를 지지했던 사람들에게는 이단에 불과했다. 이 방향으로 김구를 보면 확실히 김구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의 공로자'로 볼 수 없지만, 그건 상해 임시정부부터 시작한 우리나라의 현대적 모습을 부정하는 일이 된다.
과거 친일을 통해 친미로 물을 갈아 탄 사람들은 김구를 비롯한 독립 운동가 가문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이 한 행동과 자신이 한 행동을 비교하면 도덕적으로 당당할 수 없음은 물론, 자신이 하려는 행동의 대의명분이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꼬투리를 잡고 싶었다.
그게 바로 그들의 행동을 부정하는 것이었고, 그들을 가리켜 빨갱이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수식어를 붙여가면서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 그게 바로 뉴라이트이고, 뉴라이트는 현재 자칭 보수라는 이름표를 붙여가면서 곳곳에서 일제의 만행을 긍정적으로 수정하여 잘못된 역사를 말하고 있다.
많은 사람이 그 사실을 알고 있지만, 솔직히 여기에 크게 신경 쓰는 사람은 별로 없다. 우리는 애국을 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말을 곳곳에서 듣지만, 도저히 마음에 와 닿지 않는 이유는 '애국? 웃기고 있네. 기회주의자가 아니면, 이 세상은 살아남기 힘들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광복절을 맞아 독립 운동가 후손에게 훈장을 수여해 명예를 더하는 사업이 있었다. 하지만 독립 운동가 후손이 겨우 그렇게 훈장과 명예를 손에 넣을 때, 그들은 대체로 먹고살기가 어려워서 빈곤한 처지에 놓여 있었다. 더욱이 그와 반대로 친일 후손은 떵떵거리면서 살고 있다.
독립 운동가 후손은 독립 운동을 한 조상 덕분에 30만 원의 훈장을 얻었지만, 친일 후손은 친일을 한 조상 덕택에 분에 넘치는 가까운 재산과 권력을 얻었다. 그리고 그들은 독립 운동가를 멸시하는 친일파들에게 을(乙)로 고용을 당하면서 다양한 방면에서 착취를 당하고, 명예 훼손을 당하고 있다. 2
일본 대사관 앞에서 분신을 시도한 독립 운동가의 후손은 친일파가 득세하는 현실을 비판하면서 박근령 발언에 절망한 탓에 분신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정부의 편에 붙어 있는 기성 언론은 이 사실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은 채, 그저 인터넷을 비롯해서 조금 영향력이 적은 매체에서 보도되었다. 3
일본 대사관 분신, ⓒ민중의 소리
지금 이게 우리나라가 직면한 현실이다. 과연 이 현실에서 애국심이라는 사랑할 애(愛)와 나라 국(國)과 심(心) 세 개의 한자로 이루어진 말을 마음에 품어야 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도대체 누가 어떤 자격으로 우리에게 애국을 말할 수 있을까? 박근혜 대통령? 아니다. 자격이 없다.
대한민국의 자칭 보수주의자는 언제나 아베를 비판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한 친일 후손을 제대로 비판하는 일은 드물다. 오히려 친일 행동의 정당화와 함께 일본이 과거 우리나라에 세웠던 산업 시설로 우리가 발전할 수 있었다면서 노망 난 박근령처럼 일본 만세를 부르는 게 현실이다.
뭐, 솔직히 일본 문화를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나도 어느 정도 일본의 여러 행동이 우리나라 발전에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일본의 현대 교육을 박정희 대통령이 받지 못했다면, 우리나라는 과감한 발전을 선택할 수 없었을 테니까. 비록 수평적 발전은 되지 못했지만, 이건 놀라운 성과다.
하지만 우리는 어떤 일이라도 장점만 보아서는 안 된다. 단점을 똑바로 지적하면서, 잘못을 지적하면서 그 잘못에 대해 뒤늦게 반성의 말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가 일본에 요구하는 것은 일본 고위 관료의 그 행동인데, 왜 그런 요구를 국내에서도 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그렇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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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런 요구를 하는 행동을 하게 되면 '빨갱이'이라는 딱지가 붙는 동시에 갖가지 사회 비판을 받아야 하는 어려움이 있어서 우리는 행동을 할 수 없다. 무엇보다 우리는 아직도 재벌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한국 사회에서 먹고사는 걱정을 해야 하는 서민이기에 저항할 힘조차 없다.
그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8월 15일 광복절을 맞아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태극기를 답시다.' 같은 말에 저항해서 "나는 나라를 사랑하지만, 나라를 사랑하기 때문에 태극기를 달 수가 없어요. 이게 나라고, 정상적인 모습입니까?"이라며 태극기를 달지 않는 소소한 저항을 선택하는 일뿐이다.
한국 시민 10명 중 7명은 정부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되었다. 이것은 OECD 국가 중 최저의 기록에 해당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휴가철을 맞아 <한국인만 모르는 다른 대한민국>을 소개하면서 우리나라에 대한 애정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했는데, 한쪽만 보고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4
나도 한쪽만 보고 말하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확실히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조금 더 먹고살기가 편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가까운 나라 일본과 비교해보더라도 부족한 점이 너무 많다. 이 소소한 부분을 고쳐나갈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내는 것이 나는 진짜 애국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하여 박근혜 정부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꼭 <익숙한 절망 불편한 희망>과 <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이라는 두 권의 책을 읽어보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아, 그리고 새정치를 지지하는 사람도 오십 보 백 보이니 꼭 책을 읽어볼 것을 권한다. (내가 뭐라고… 에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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