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특파원이 본 한국은 어떤 나라일까?
- 문화/독서와 기록
- 2014. 9. 30. 07:30
한국, 불가능의 나라… 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
한국에 살면서 한국을 이야기한다는 건 상당히 많은 고초를 감수해야만 하는 일이다. 한국 사회에서 일어나는 사회, 정치, 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어나는 문제에서 잘못된 정책을 고집하는 정치인과 책임자를 처벌하지 않는 사람을 가리키며 비난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오히려 비난하는 사람이 욕을 먹는 이상한 사회이기 때문이다.
도대체 한국 어디에서 그런 모습을 볼 수 있느냐고 말하며 얼굴을 붉히지 말자. 지금 당장 우리가 직면하는 여러 문제에서도 이런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이미 많은 사람에게 잊히기 시작하고, 단지 골칫덩이 문제로 남아있는 세월호 사건을 뒤로하더라도 말이다. 그 대표적인 예는 담뱃값 증세와 함께 볼 수 있는 증세 문제를 예로 들 수 있다.
ⓒJTBC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 시절에 증세 없는 복지를 실천하겠다며 호언장담을 했던 인물이다. 박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 시절 토론을 했던 문재인 후보가 주장했던 "증세 없는 복지는 불가능하다. 부자 증세를 통해 점차 세금을 늘려가야만 한다"는 의견을 묵살하며 "제가 대통령이 되면 한다니까요?" 말하면서 비아냥대면서 반박했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박근혜 대통령은 '조삼모사'이라는 수식어가 알맞은 복지 정책으로 노년층에게 배신감을 안겨주었고, 지금은 또 담뱃값을 비롯한 주민세와 자동차세 등 서민이 부담하는 세금을 늘려가면서 증세를 움직임을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해야 하는 부자는 오히려 감세로 탈바꿈하면서 복지의 짐을 서민에게 떠넘기는 거다.
누가 보더라도 말도 안 되는 일이다. 그런데 이 문제로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의원을 손가락질하며 '저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있노라면, 자칭 애국지사이자 보수주의자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이 빨갱이 새X! 육식할 놈!" 등의 욕을 퍼부으면서 폭력을 행사한다. 그래서 한국에서 한국의 문제를 지적하는 일은 보통 일이 아니다.
게다가 지금은 개인 감시가 더 확장되면서 나라는 30년 전으로 돌아가기 시작했고, 부분적 언론 자유국가를 넘어서 언론 비자유 국가라는 이름표를 달기 위해서 열심히 달리고 있는 듯하다. 지난주에 보았던 JTBC 뉴스룸에서는 개인 직원을 감시하는 프로그램을 이용해 악의적으로 그들을 감시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게 우리의 현실이다.
이런 나라에서 어찌 많은 사람이 자유롭게 사회, 정치, 경제 등의 분야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지적할 수 있겠으며,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자랑스럽게 '나는 대한민국의 시민'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대통령은 매번 해외 순방으로 민감한 문제가 터질 때마다 도망치고, 국회의원이라는 사람은 20대 여성을 성추행하는 일이 빈번한 이 나라에서 말이다.
ⓒ후지tv MCサンデー
세월호 사고도 우리나라는 본격적으로 제대로 조사를 하지 않고 있지만, 이웃 나라 일본에서는 세월호의 문제점을 확실히 지적하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일어나는 여러 사회, 정치, 경제 문제를 찾아볼 수 없는 우리나라 꼴통 언론과 달리 해외 언론에서는 적나라하게 보도되며 표현의 자유성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일본의 세월호 보도 유튜브 영상 →바로보기)
얼마 전에 나는 인터넷 서점에서 이런저런 책을 둘러보다 우연히 눈에 들어와 구매해서 읽은 책 《뉴스의 시대》 안에 들어있던 여러 책의 목록에서 꽤 흥미가 가는 한 권의 책을 발견했다. 그 책은 한국 사람이 본 한국의 모습이 아니라 외국 사람이 본 한국을 이야기하는 책이었는데, 이 시기에 읽어보면 재미있을 것 같아서 망설이지 않고 책을 바로 주문했다.
그 책은 아래에서 볼 수 있는 《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이다. 딱 한 마디로 말하자면, "이 책은 정말 돈을 주고 구매해서 읽을 가치가 있었다."라고 말하고 싶다.
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 ⓒ노지
이 책은 월드컵이 한창이던 2002년에 한국을 방문했다가 한국에 반한 특파원 다니엘 튜더가 한국을 소개하고 있는 책이다. 단순히 우리가 익히 보는 여행 가이드북처럼 그냥 저기에 무엇이 있고, 여기에는 무엇이 있다는 소개를 하는 게 아니다. 우리 한국 사회가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며 지금 우리는 어떤 한계를 가지고 있는 가를 읽어볼 수 있다.
난 이 책 《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의 가장 큰 장점은 한국 사람의 시선에서 보는 편견이 있는 한국 사회가 아니라 외국인의 시선, 즉, 좀 더 객관적인 제삼자의 시선으로 한국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우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했던 것들, 우리가 외면하고 있는 것들을 정말 자세히 읽어볼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어느 특정 부분에서는 지금 2014년에서 볼 수 있는 한국이 꼭 정면으로 바라보며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강하게 느낄 수 있었다. 비록 이 책은 2013년에 출판된 책이지만, 거의 변하지 않은 채 뒷걸음질을 치고 있는 한국이기에 지금 읽어도 딱히 큰 차이는 없다고 생각한다. 책에서 읽은 몇 부분을 옮겨 보면 다음과 같다.
어떤 죄를 저질러도 풀려날 수 있는 재벌 회장의 힘은 구체제가 남겨놓은 일종의 흔적일 것이다. 한국에는 광복절 같은 날 대통령 특별 사면을 내리는 관례가 있다. 용서의 정신에 입각해 이날 수천의 범죄자들(대부분 교통법규 위반자들)이 사면된다. 뇌물수수, 탈세, 심지어 폭력 혐의에 연루된 재벌 회장들이 이런 기회를 놓치는 경우는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은 아들이 당한 일을 보복하려고 쇠파이프를 들고 찾아가 (일군의 어깨들을 대동하여) 술집 종업원을 납치하고 폭행한 혐의로 기소되었다. 그는 1조 5천억 원대 분식회게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던 SK그룹 최태원 회장과 함께 2008년 광복절에 사면됐다.
한국 경제에는 이 경영자들이 필요하며, 세계시장에서 경쟁하는 기업의 경영인이 감옥에 갇혀 있으면 한국 기업의 이미지가 나빠진다는 것이 이러한 사면 복권의 이유로 흔히 거론되곤 한다. 물론 한국 기업의 이미지를 개선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이러한 범죄인들이 선고된 형을 모두 살게 해 더이상 유사한 범죄가 생기지 않도록 막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지난 수십 년간 경제, 민주주의, 법치사회 건설에서 놀라운 발전을 이룩했다. 하지만 수많은 해외 투자자들은 아직까지도 그런 발전을 그리 높이 평가하지 않는데, 그 이유 중 하나가 한국에서는 기업 경영자들이 단지 사회적 지위가 높다는 이유로 공정한 법의 처벌을 받지 않는 관행에 있다. (p48)
이 부분은 지금도 명백히 현재진행형, 아니, 미래형이라는 수식어를 붙여도 아깝지 않은 부분이다. 우리나라에서 재벌 회장의 힘은 이미 정치계도 쉽게 손을 댈 수 없을 정도로 성장했다. 재벌 회장이 이 정도의 힘을 가지게 된 건 박정희 시절부터 지속한 정치계와 재벌계의 유착 관계에 있다.
당시 빠른 개발을 위해 어쩔 수 없었지만, 그 어쩔 수 없는 일이 지금까지도 지속하며 막대한 힘을 가지고 있기에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거다. 얼마 전에 '거미줄 사회 한국'이라는 말을 언급했던 것처럼 우리 한국은 그래서 새로운 기업이 빠르게 성장하는 게 어렵다. 그리고 부자 증세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에서는 이 부분을 객관적인 3자의 시선에서 명확히 읽어볼 수 있었다. 특히 민주주의로서 위기가 있었던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이루어진 독재 혹은 반독재 내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고, 지금 어떤 식으로 한국의 한계점이 만들어져 있는지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이승만 대통령은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한 한국의 민주주의를 뒤틀어, 사실상의 독재자로 활약하기 시작했다. 그가 1948년 만든 국가보안법은 공산주의나 북한 찬양을 불법으로 규정하는 동시에 정치적 반대자들을 처형, 체포, 단념시키는 역할을 수행했다. 1949년, 3만 명이 국가보안법에 의해 체포되었다. 1950년 6월 25일 발발해 3년 동안 계속된 한국전쟁은 반공이 한국의 국시로 자리잡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이승만의 군대는 반공주의라는 미명하에 제주도에서 여성과 아이들까지 포함해 1만 명이 넘는 사람들을 무참하게 학살하기도 했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등은 모두 공산주의의 위협을 빌미로 정치적 반대자를 짓누를 수 있었다. (p60)
ⓒJTBC
권력에 의한 언론 통제 역시 문제다. 2011년 미국 싱크탱크인 프리덤 하우스는, 한국은 민주주의 국가지만 부분적 언론자유국"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검열과 함께 언론 매체의 뉴스와 정보 콘텐츠에 대한 정부 영향력의 개입이 확대된 데 따른 것"이며 언론 자유도는 전반적으로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p97)
또한,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빨갱이 자식'이라며 반대 세력을 누르는 일종의 퍼포먼스가 지금 2014년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한숨이 저절로 나온다. 이 글의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한국에서 한국의 문제를 지적한다는 건 '빨갱이'라는 오물을 뒤집어쓸 각오를 해야 하는 일이다.
부분적 언론 자유국가인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한쪽의 과장과 왜곡이 심해 '사실'을 사실로 받아들이기가 힘들다. JTBC 뉴스 손석희는 '진실이 뉴스가 됩니다.'라는 문구를 슬로건으로 9시 뉴스를 시작했고, 지금은 뉴스룸으로 바꿔 2시간의 시간 동안 뉴스를 보도한다. 그의 뉴스에 많은 사람이 지지하는 건 오직 '진실'에 대한 목마름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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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에서는 이외에도 한국 사회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현상에 대한 저자의 시선으로 본 모습과 무슨 점을 개선해야 하며, 지금까지도 어떤 점이 우리 한국 사회의 한계를 설정하고 있는지를 자세히 말하고 있다. 책을 읽는 내내 '정말 우리가 한국 시민으로서 한국을 제대로 보기 위해 꼭 읽어야 하는 책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문화라는 게 정부의 지원을 받고서도 여전히 쿨할 수 있을까? 그리고 한국이 공장에서 찍어낸 듯한 대중가요와 감상적인 드라마를 만드는 나라로만 알려지는 게 과연 좋은 일일까? 필자가 중국인 스무 명에게 한국에 대해 떠오르는 것을 대보라고 했더니, 절반 이상이 "하나같이 성형수술을 받은" 가수들과 배우들의 이름을 거론했다. 한국처럼 긴 역사와 풍부한 문화를 가진 나라가 그렇게 얄팍한 곳으로 비치는 것은 다소 우려스럽다. 어떤 영국인도 영국이 스파이스 걸스의 고향으로 인식되기를 원하지 않을 것 같은데, 한국 정부는 한국이 아이돌의 나라로 알려져도 괜찮은 모양이다.
대중문화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은 또다른 위험성도 안고 잇다. 사람들이 감정 과잉의 한국 드라마와 대중음악에 질려버리고 나면 한류는 끝날 것이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했듯, 이미 일본, 중국을 비롯한 몇몇 나라에서는 반한류의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2006년, '혐한류'라는 만화가 일본에서 출간돼 30만 부 정도 팔리면서 일본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오른 일이 있다. 한국 문화를 타고 들어오는 '한국의 추악한 본성'을 깨닫는 한 소년의 이야기가 '혐한류'의 줄거리를 이룬다. 또한 2011년 7월, 일본 배우 다카오카 소스케는 트위터에 "채널8(후티 텔레비전)은 정말 보지 않는다. 한국 텔레비전이 아닌가 생각한 적도 가끔 있다"라는 트윗을 올렸다. 그 결과 후지 텔레비전을 보지 말자는 운동이 조직되기도 했다. 다카오카는 또 "세뇌당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지 않다"라고 덧붙였다.
이 발언의 여파로 그의 소속사는 다카오카와의 계약을 해지했지만, 수많은 일본인이 그에게 공감의 뜻을 표했고, 그의 발언 이후 6천여 명의 사람들이 후지 TV의 한류 드라마 편성에 항의하는 집회에 참여했다. 집회에서 어떤 사람들은 "천황폐하 만세'나 "일본에서 바퀴벌레들을 쫓아내자" 같은 국가주의적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이 사건은 한국과 일본 언론을 통해 널리 보도되었으며, 한일관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p253)
위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지난주에 끝이 난 인천 아시안 게임을 되돌아보게 하기도 했다. 많은 사람이 입을 모아 '실패한 아시안게임', '내실이 부족한 아시안게임'으로 말하는 이유도 바로 윗글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저 포장지를 아이돌로 포장하는 데에 급급해 실제로 자금이 들어가 개선될 필요가 있는 부분에 이루어지지 못했다.
세계 각국의 선수들이 지내는 곳의 열악한 환경이나 운영 미숙과 서투른 대처 등 하나하나 다 열거할 수 없을 정도이다. 경기장 건설에 그만큼 큰 비용이 들어가기도 했겠지만, 우리가 모르는 곳에서 돈이 어떻게 움직였을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니까. 방충망을 설치하는 게 힘들어서 모기와 고생하게 하는 건 무슨 처사고, 장애인 주차장을 VIP 주차장으로 한 건 무슨 처사일까?
그저 우리는 한국에서 한국의 문제를 직면하지 않은 채, 그저 애써 겉모습만 보며 썩어들어가는 속을 외면하고 있을 뿐이다. 내가 우연히 만나서 읽게 된 이 책 《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는 우리 한국 시민에게 좀 더 객관적으로 한국의 다양한 모습을 엿볼 수 있는 멋진 스펙트럼이 되어줄 것이다.
p.s 난 궁금하다. 2014년 대한민국의 모습을 보면, 다니엘 튜더는 또 어떤 말을 할까? 과거 박정희 시절로 돌아가기를 바라는 세력이 만드는 반독재에 가까워지는 이 모습을 그라면 어떤 식으로 묘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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